'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과 '십년가게'로 잘 알려진 작가 히로시마 레이코가 쓴 소설 중에 좀 더 성숙하고 본격적인 판타지 소설이 있더라고요. 초등 동화라고 하지만 청소년과 성인들도 함께 읽을 수 있어 더욱 좋은 나르만 연대기 <백의 왕>입니다.

얼마 전에 <청의 왕>을 가제본으로 읽을 기회가 있었는데 초등 딸아이나 저도 참 흥미롭게 읽은 기억이 있었거든요. 나르만 연대기 속에서 세계관이 이어지는 <백의 왕>도 재미있을 것 같아 읽어보게 되었어요.

나르만 연대기는 청의 왕, 백의 왕, 적의 왕 이야기로 나누어져 있어요. <청의 왕>은 인간에게 지배받던 마족에게 자유를 찾아주는 왕의 부활을 다룬 이야기였고요, 이번 <백의 왕>은 백의 마족들을 거느리는 왕의 이야기입니다. <청의 왕>으로부터 수십년 후가 배경이 되는 것 같아요.

<백의 왕>에는 탑 꼭대기에 있는 괴물의 둥지에서 보물을 훔치는 잿병아리 소녀 아이샤가 등장해요. 아이샤는 떠돌이 무사 타스란의 부탁을 받고 일을 하다 초록색 보석이 가슴에 박히는 저주에 걸려요. 더 이상 잿병아리 일을 할 수 없게 된 아이샤는 타스란과 함께 가슴에 박혀버린 보석을 빼내려고 눈물의 계곡으로의 여정을 시작하게 되지요.

처음에는 어색하기만 했던 아이샤와 타스란이 모험을 함께 하며 서로를 소중하게 여기게 되는 과정이 감동적이고요, 읽는 내내 초록 보석의 정체가 궁금해서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들더라고요. 읽으면서 <청의 왕>의 세계관이나 캐릭터들과 연결고리를 찾아보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백의 왕> '잿병아리' 편은 '왕의 대리인' 편으로 이어져 있어 함께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좀 더 진지한 주제 의식과 독특한 세계관, 거대한 스케일을 담고 있어 판타지 마니아들을 만족시킬만한 소설이네요.

초등 동화라고 하는데, 제 생각에는 초등 고학년부터 청소년, 성인들까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 이어질 <적의 왕> 편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해봐도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