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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19.8.30
[직장담론] 15. 선별(selection)과 선택(choice)
회사는 다양한 사람들의 집합체입니다. 비슷한 유형(성격이나 성향의 측면)의 사람도 있지만 엄밀히 따지면 동일한 유형의 사람은 없습니다. 비슷한 부류(영역이나 여건의 측면)의 사람도 있지만 엄밀히 따지면 동일한 부류의 사람도 없습니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나의 조직에서 경쟁이라는 것을 한다는 것에는 동일합니다. 유형이나 부류에 상관 없이 상대방과 견주어 조직의 평가를 받는다는 겁니다.
회사는 인사평가를 통해 사람들을 구별합니다. 구별이라는 것은 유형이나 부류로 구분을 짓고 순서를 매긴다는 뜻입니다. 어떤 이들은 높은 평가를 받아 승진과 연봉 인상이라는 기쁨을 누리고 어떤 이들은 그 반대의 경우에 처합니다. 이윤 창출을 목표로 하는 기업이 종업원을 평가하고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한다는 것은 자본주의 경제 논리에 매우 부합하나 현실은 차갑게만 느껴집니다. 종업원들이 느끼는 냉기만을 가지고 기업의 인사평가를 폄하할 수는 없습니다. 조직에 해가 되거나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경우에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 할 겁니다.
문제는 성숙하지 못한 인사평가 제도가 종업원의 사기를 저하시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인사평가가 성숙하지 못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근거는 공평하지 못하거나 공정하지 못할 때입니다. 현실에서는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난다고 종업원들은 생각합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종업원들은 대부분 자기 자신이 저평가됐다고 생각합니다. 어쩔 수 없는 관계의 문제이지만 회사가 조금만 입장을 다르게 하면 이러한 문제는 의외로 쉽게 해결될 수 있습니다.
회사는 종종 사람을 ‘선별’합니다. 그것은 일정한 기준을 두고 그에 부합하는 사람을 골라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과의 비교는 불가피합니다. ‘누가 더’라는 것도 기준의 하나가 됩니다. 그래서 입사할 때부터 선별 논쟁이 벌어집니다. 내가 저 친구보다 못할 것이 없는데 조직은 저 친구를 뽑고 내가 저 친구보다 더 잘한다고 생각하는데 조직은 저 친구를 승진시킵니다. 그러니 종업원들도 경쟁 논리에 빠질 수 밖에 없습니다. 성장의 기준의 ‘비교’에서 출발합니다.
회사가 어떤 일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냐고 물으면 관리자들은 이 친구가 훨씬 낫다고 말합니다. 그저 이 친구가 잘 할 수 있으리라고는 말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면 이 친구보다 못난 사람이 필요하고 그 못난 사람은 더 나락으로 빠집니다. 가만 있다가 뒤통수를 맞는 격입니다. 그래서 소위 잘난 것들을 위한 희생양이 되고 맙니다. 한 번 희생양은 계속 희생양이 됩니다. 누군가를 돋보이기 위한 수단으로 적절한 것이 그 희생양들입니다.
회사가 그저 선택했으면 좋겠습니다. 선별은 멀쩡한 누군가를 폄하해야 하지만 선택은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가만히 제 할 일 잘하는 이를 폄하시켜가며 누군가를 추켜세울 필요는 없습니다. 선별은 어떤 시기에 회사가 집중하는 일에 적절한 인재를 등용하기 위한 방법이지만 어떤 시기가 아닌 다른 시기에는 불필요합니다. 모두가 필요하기 때문에 뽑은 사람들 아니겠습니까? 제 각각의 역할이 있고 제 각각의 목표가 있습니다. 줄을 세우는 순간 그 역할과 목표는 모호해집니다. 모두가 어떤 시기에 회사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일에 목을 매단다면 다른 일은 어떻게 할 생각인지 모르겠습니다.
조직이 종업원을 평가하는 일은 여러모로 필요한 일입니다. 적절한 보상과 대우를 통해 경영의 효율성을 도모하는 중요한 작업입니다. 하지만 평가의 기준은 개선되어야 합니다. 역할과 목적에 맞는 목표와 평가기준을 적용해야 합니다. 4년제 대학을 나온 사람과 2년제 대학을 나온 사람이 지식이나 능력에 있어서 차이가 날 것이라는 추측은 말 그대로 추측일 뿐입니다. 경영학을 전공한 사람이 순수 학문을 전공한 사람보다 관리 능력이 뛰어날 것이라는 추측도 말 그대로 추측일 뿐입니다. 우리는 현실에서 그렇지 않은 경우를 수도 없이 봐왔습니다.
이 문제는 단기간에 극복이 불가능합니다. 인사평가를 주도하는 경영진들이 이미 과거의 잣대로 경영진의 자리에 오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들 또한 자신들이 평가 받은 기준으로 부하직원들을 평가하기 십상입니다. 자신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결과가 잘못되었을 수도 있는 기준이 합리적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경영진들은 지난 과거를 완전히 잊고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이 경영진들이 해야 할 일입니다.
선별,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분해서 좋은 것을 골라내 취하고 나쁜 것은 버린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선택은 다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을 취하고 나머지는 나중을 위해 혹은 다음 기회를 위해 다른 길을 걷게 하는 일입니다. 종업원들은 선별해서 취하고 버릴 것인지, 선택해서 등용하고 육성할 것인지 생각해봐야 할 일입니다.
종업원들을 쓸모 없다고 여기는 경영진은 경영진의 자격이 없습니다. 자기가 뽑아놓고 구미에 맞지 않으니 쓸모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앞뒤가 전혀 맞지 않습니다. 원한다면 그들을 육성해야 하고 원치 않는다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비록 자기 자신은 경영진이 되어 그러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이들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지금 그 자리에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야 할 겁니다.
선별 후엔 버릴 일이 남지만
선택 후엔 기를 일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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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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