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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밤토리의글쓰기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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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기 위해 자기 자신을 채찍질하는 것은



좋은 삶을 살고 그 삶의 감각을 생동하게 함으로써



진실된 글로 안내한다.



밤토리, 『쓰기의 감각(앤 라모트 저, 웅진지식하우스)』을 읽고



 



 



 





학창시절, 외출할 때면 친구들 - 엄밀히 말하면, 여자 사람 친구들 - 에게 멋있어 보이고 싶어서 헤어 스타일에 신경을 썼습니다. 그런데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클수록 스타일은 망가졌고 손댈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머리를 새로 감아야 할 때가 많았습니다.



 



  



 



멋진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첫 문장부터 폼을 쟀습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감동하고, 감동까진 아니더라도 '대단하다'고 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멋진 것과 좋은 것은 엄연히 달랐습니다. 제 글은 간혹 멋졌지만 좋진 않았습니다.



 



 



■ 우려냄 vs. 우러남



 



 



 



10년 전 저는 회사에서 변화혁신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함께 잘해보자는 취지를 살리고자 회사 동료들에게 매주 그와 관련된 에세이를 직접 써서 보내기로 했습니다. <고도원의 아침편지> 흉내를 좀 냈더랬습니다.



 



 



 



출발은 좋았습니다. 하지만 입사 2년차 밖에 되지 않은 녀석의 글은 사실 동료들에게는 '스팸'이었습니다. 이렇게 합시다, 저렇게 합시다. 요동치는 의욕을 주체하지 못하고 변화'시키겠다'는 허세를 부린 게 뻔히 보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 동네 편의점 아저씨'라는 글을 썼습니다. 평범하다 못해 시시한 글이었지만 시간에 쫓겨 그냥 보냈습니다. 이건 도대체 왜 보냈냐는 타박을 받을 게 뻔했습니다. 하지만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오늘 글 너무 좋다, 가슴이 따뜻해진다, 나의 직장생활을 반성하게 된다.  오히려 반응이 좋았습니다. 왜 그런진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감동을 '우려내려' 했는데, 실은 '우러나서' 쓰면 될 일이었습니다.



 



 



 



 



■ 창작 vs. 발견



 



 



 



사람들은 참신한 걸 좋아합니다. 그래서 수많은 예술가들이 '창작의 고통'에 시달립니다. 저 또한 글을 쓰며, 딱히 독자도 없으면서, 고통스러워 했습니다. 어쨌든 뭔가를 처음으로 만들어 내야 할 때 우리는 '참신함'의 노예가 됩니다.



 



 



 



심지어 그런 참신한 얘기를 지금껏 듣도 보도 못한 사람 - 듣보잡이라 하죠? - 이 한다면 오죽 힘이 들겠습니까? 허나 종종 근거 없는 자만심이 발동해 제 자신이 듣보잡이라는 사실을 잊습니다. 그러다 아무도 내 글에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자만심은 자괴감으로 변하고 홧김에 쓰기를 관두기도 했더랬습니다.



 



 



 



지금은 제 글이 '기록'으로서의 가치는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해리포터' 같은 인물을 창조할 재간도 없고, '반지의 제왕' 같은 대서사를 이끌어 갈 재주는 더더욱 없습니다. 하지만 쓰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뭘 써야 할까요? 그저 사는 이야기를 담담히 기록할 수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바로 이겁니다. 내 이야기를 쓰면, 아니 기록하면 됩니다.



 



 



 



처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이 사실을 알았다면 저는 아마 대작가가 되어 있을런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마치 대작가인양 서툰 창작의 고통을 느끼느라, 정작 진실된 제 삶의 이야기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이제는 조금 알게 됐습니다. 누구에게나 스토리가 있고, 그 스토리에 꾸밈이 없을 수록 누군가의 마음을 '요동치게' 하리란 걸.



 



 



 



이야기를 '지어내려' 했는데, 실은 삶에서 '발견하면' 될 일이었습니다.



 



 



 



 



■ 글 vs. 삶



 



 



 



글을 쓴다는 건 자기 삶을 드러내는 일입니다. 한 마디로 삶이 글이 됩니다. 결국, 쓸 수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이 대목에서 우리의 쓰기에 브레이크가 걸립니다. 딱히 쓸 게 없습니다. 그래서 삶을 쓰진 못하고 쓸 만한 삶에 대해 씁니다. 하지만, 그렇게 쓴 글에는 내 삶이 없습니다. 꿈만 있죠. 그런데 꿈은 누구에게나 있고 우리의 꿈을 다른 사람들이 유심히 읽어야 할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러니, 서두르지 맙시다. 한 편의 글을 뚝딱 쓸 수 있는 사람은 많습니다.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훈수도 참 많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이들도 자신의 글이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자부할 순 없을 겁니다. 글쓰기를 서두르는 것은 어쩌면 삶의 속도를 재촉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속도를 늦추고 매 순간을 충실히 경험합시다. 그 속에 깃든 삶의 가치를 발견합시다. 나아가 그 소중한 깨달음을 나누며 삽시다. 그렇게 천천히 오래도록 삶을 만끽합시다.



 



 



 



저도 부족하지만 제 삶의 한 순간을 기록한다는 마음으로 쓰려 합니다. 좋은 글을 쓰겠다는 욕심을 내려 놓습니다. 언젠가 사람들의 가슴에 울림을 주기 위한 자성과 수련의 글쓰기입니다. 하지만 제가 무언가를 주장하는 것보단 훨씬 감동적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어떤 이가 최소한 '얘도 이렇구나!'라며 위로를 받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글로 '남을 바꾸려' 했는데, 실은 '나를 가꾸면' 될 일이었습니다.



 



 



 



 





 



https://blog.naver.com/uksama79/220822741952



 



 



 



부끄럽지만 이 쯤에서 '우리 동네 편의점 아저씨'라는 글을 소개합니다.



 



 



 



멋진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잘못된 건 아닐 겁니다. 다만, 그 글만큼 제 삶이 충실한가에 대한 질문을 멈출 수 없게 됐습니다. 글을 쓰기 위해 자기 자신을 채찍질하는 것은 좋은 삶을 살고 그 삶의 감각을 생동하게 함으로써 진실된 글로 안내할 것입니다.



 



 



 



삶의 감각이 예민해지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도 오롯이 살아갑니다. 그리고 어쩌면 잘 살아갈 겁니다. 그리고 어쩌면 좋은 글을 쓰게 될지도 모릅니다.



 



 



 



 



※ <밤토리의 글쓰기 습관>은 매주 월요일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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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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