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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Ecstasy|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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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빌레라 1~5권 세트
글쓴이
HUN 글/지민 그림
위즈덤하우스
평균
별점9.6 (22)
밤토리

꿈을 잃지 않는 한, 삶은 날갯짓을 멈추지 않는다


 

 


■ 호랑나비 한 마리가 꽃밭에 앉았는데

 

지금도 콧수염하면 떠올릴 사람, 가수 김흥국 씨는 98년 '호랑나비'라는 곡으로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경쾌한 리듬과 우스꽝스러운 몸짓 덕분에 큰 인기를 얻었다. 겨우 10살이었던 나는 흥에 겨워 학교 친구들과 가족들 앞에서 종종 춤추고 노래했다. 사람들은 그런 나를 보며 배꼽을 잡고 웃곤 했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 이 노래가 새삼 서글프다. '도대체 한 사람도 즐겨찾는 이 하나 없네.'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는다. 속상해서 못살겠다.  하늘 높이 날아올라 보지만 구름 위로 숨어버린다. 노래를 부르는 가수는 넘어질 듯 비틀거리며 춤을 춘다. 억지인 게 뻔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는 듯 크게 웃는다.

 

70세 노인 심덕출, 그는 호랑나비다. 오랜 세월을 호랑나비처럼 화려하진 않았지만 가족을 위해 한 평생 날갯짓을 해댔다. 그러던 어느 날, 고된 삶에 지쳐 늙어만 가던 중 꽃밭을 발견한다. 발레는 그가 찾던 꽃밭이었다. 젊은 날의 꿈이 머무는 자리, 그래서 늦었다는 걸 알지만 포기할 수 없는 꿈길이다.

 


■ 내 모습이 보이지 않아 앞길도 보이지 않아

 

제대 후 남은 대학 생활 동안 내내 나는 수학 강사로 일했다. 아버지는 명예퇴직을 했고 나는 학비를 벌어야 했다. 대견한 일이었지만 학업도 취업 준비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현실에 대한 불만족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날이 갈수록 커졌다. 그때 이 노래를 참 많이 불렀다. 윤도현 밴드의 <나는 나비>다.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다. 살이 터져 허물을 한 번 두 번 벗어냈지만 나는 여전히 상처 많은 번데기에 불과했다. 그래도 젖은 날개를 활짝 펴고 자유롭게 날고 싶었다. 노래하고 춤추는 아름다운 나비이고 싶었다. 꽃들의 사랑을 전하고 싶었다. 눈 앞은 캄캄했지만 포기할 순 없었다.

 

23세 청년 채록, 그는 나비가 되고 싶은 번데기다. 어머니를 잃은 슬픔과 무엇 하나 제대로 이룬 게 없다고 여기며 아버지를 원망하는 발레리노 지망생이다. 과거의 상처를 안고 현실을 부정하지만 꿈은 있다. 자기 꿈이 얼마나 간절한 지도 모르는 애송이다. 길이 멀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는 꿈길에 섰다.

 


■ 누군가의 꿈은 우리의 과거이자 미래다

 

70세를 넘긴 우리 아버지, 곧 70세 될 어머니. 문득, 그들의 꿈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했다. 차마 물어보진 못했다. 자식들 행복하게 사는 게 유일한 낙이라고 할 게 뻔하기도 하지만, 지금의 삶이 꿈꾸던 모습은 아닐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종종 뭔가 웅크린 채 꼼짝하지 않는 열망이 느껴지곤 한다.

 

모자란 자식 놈은 오히려 그걸 알게 될까 두렵다. 내가 그 꿈을 이뤄드릴 수 있기는 한 건지, 괜한 삶의 후회를 자극해 슬프게 만드는 건 아닐런지 걱정된다. 무엇보다 내가 우리 부모님을 꿈 자체를 잊어버린 사람 취급하는 지금이 슬프다. 그리고 나는 안다. 어쩌면 그 모습의 일부가 나의 미래라는 걸.

 

첫째는 곧 만 3세가 되고 둘째는 2세가 된다. 아직 꿈이라는 개념이 정립되지 않았다. 하지만 '~하고 싶어'라는 말이 늘었다. 얼마 후면 내게 구체적으로 말할 거다, 꿈이라고. 그리고 나는 그 꿈이 이뤄지길 꿈꾸게 되겠지. 그 꿈을 위해 지금의 내 꿈도 꿈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거겠지.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이렇듯, 꿈도 자란다. 엄밀히 말하면 몸처럼 늙는 것처럼 보인다. 나이를 먹으며 현실과 타협하고 때로는 포기하고 때로는 부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최초의 열망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그 사람만의 유일한 꿈이다. 꿈은 평생을 두고 과거와 미래를 오간다. 그래서 누군가의 꿈은 우리의 과거이자 미래다.

 


■ 삶을 통해 구현되는 자신을 만끽할 수 있다면

 

스페인의 시인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Federico Garcia Lorca)는 "꿈꾸어야 한다. 꿈꾸지 못하는 자여! 가엾은 자여, 그대는 결코 빛을 보지 못할 것이다."라고 썼다. 빛이란 무엇인가? 나는 삶의 의미라고 생각한다. 저마다의 꿈은 저마다의 삶을 이루고 그 삶을 비추는 빛이다.

 

간혹 '난 이미 틀렸어'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겸손의 표현이라면 과하다. 체념의 표현이라면 안타깝다. 꿈을 이루기 어렵다고 여길 순 있다. 하지만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리는 건 성급하다. 꿈꾸는 과정을 통해 삶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자신의 존재 가치를 방치해서는 안 될 일이다.

 

꿈을 포기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꿈이 이루어진 상태는 미지의 세계다. 나는 그 미지의 세계 덕분에 현실의 세계를 살 수 있다고 믿는 쪽이다. 완벽하게 현실로 구현되지 않더라도 우리는 꿈을 꾸는 동안 미지의 세계에서 누리고 싶은 희열을 조금씩 경험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꿈을 이루고도 '그때가 좋았다'며 후회하기도 한단다. 꿈의 의미를 다시 정의할 필요가 있다. 덕출은 기억을 잃었지만 온 몸의 감각에 꿈을 담아 미지의 세계를 산다. 채록은 온 몸의 감각으로 꿈을 구현하며 미지의 세계로 향한다. 그들은 그렇게 날아 오른다. 어쩌면 꿈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아빠, 아빠의 꿈은 뭐였어요? 아니. 뭐예요? 엄마, 엄마의 꿈은 뭐였어요? 아니, 아니. 뭐예요? 제 꿈은,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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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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