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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밤토리의글쓰기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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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야겠어......





정신과 의사 헥터는 자신이 더 이상 환자들을 돌볼 수 있는 처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감지합니다. 환자들의 정신 상태가 잘못된 건지 아니면 자신의 정신 상태가 잘못된 건지 헷갈릴 지경입니다. 이대로 환자들을 상대하는 게 무의미하다 못해 무책임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청혼을 기대했던 여자친구에게 떠나겠다고 고백, 아니 선포합니다. 그래야만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 쓰려는 대로, 살고 있질 않아



 



 



여러분은 왜 글을 쓰려고 하십니까? 글에는 '용건'이 있습니다. 내 글을 읽고 독자가 행동의 변화를 경험해야 합니다. 그래서 요구합니다. 행복하라고, 자기 자신을 용서하라고. 하지만 독자가 글만 읽고 우리의 의도대로 바뀔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베스트 셀러 작가의 글을 읽고 여러분은 행동을 바꾸었습니까? 옳은 말이긴 하지만 좋은 말로 끝난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저는 오히려 글보다 그 글을 쓴 사람의 삶이 독자에게 더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행복하라고 말하는 사람은 정말 행복해야 합니다. 자기 자신을 용서하라고 하는 사람은 이미 자기 자신을 용서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거짓말일 뿐만 아니라 폭력에 가까운 강요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글쓰기가 어렵습니다. 나는 그렇지 않은데 사람들에게 촉구하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함부로 말하는 것 같아 부담스럽습니다. 이래도 되는 건지 자기검열하기 바쁩니다. 나를 숨기기 위해 온갖 미사여구를 가져다 씁니다. 포장합니다. 가립니다. 그러자니 쓸 말이 없습니다. 쓸 수가 없습니다.





내가 쓰려는 대로, 살고 있질 않습니다.



 



 





■ 세상을 향해 소리치기 전에



 



 



글쓰기 능력은 힘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권력이라고까지 합니다. 글쓰기의 유익함을 외부 영향력으로만 판단한 까닭입니다. 최종 목표는 그렇습니다. 허나 최초 목표는 정반대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글쓰기가 내면을 향해 파고 들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지적하기보다 반성하기 위해 씁니다. 바뀌라고 하기보다 바뀌기 위해 씁니다. 가르치기보다 배우기 위해 씁니다. 남을 치료하기보다 나를 치유하기 위해 씁니다. 나 자신을 향한 순수한, 이기적이기까지 한, 글쓰기를 시도해보는 건 어떻습니까? 남들에게 보여줄 필요 없습니다. 그러니 눈치볼 것도 없습니다.





세상을 향해 소리치기 전에 내면의 목소리를 가다듬습니다. 지루합니다. 오래 걸립니다. 허나 내 안의 소음을 잠재우지 않곤 내 목소리가 어떤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 마음의 여유를 갖고 나 자신을 탐구합니다.





편안하게 때로는 불편하게, 나를 씁니다. 나를 위해 씁니다.



 



 





■ 사람들의 발길이 머무는 곳



 



 



복숭아나무와 자두나무는 말을 하지 않아도 그 밑에 절로 길이 난다.



- 사마천의 <사기> 중에서



 





나를 쓰면 좋은 향기가 나기 시작합니다. 내 향기가 더 좋다고 뽐내느라 코가 마비되기 직전인 백화점 1층 향수 코너에서 지나가는 손님 팔목을 잡아끌 것 없습니다. 오히려 쇼핑에 지친 사람들이 집에 가는 길에 마주하는 한가로운 정원에 섭시다. 은은한 향내를 풍기는 한 송이 꽃이 되어 이 꽃밭에 어우러지면 족합니다.





그가 나를 보고 웃습니다. 발길을 멈춰 세우고 향내음에 취합니다. 오늘 회사에서 상사한테 욕 먹었지만, 친구가 오해해서 상처 받았지만, 하고 있는 일이 잘 되지 않아 속상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는 행복합니다. 별 말 안했습니다. 행복한 내가 그를 행복하게 했습니다.







정신과 의사 헥터는 자신이 더 이상 환자들을 돌봐야 할 처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감지합니다. 헥터는 자기 자신과 여자친구, 환자로 불리는 사람들의 삶 속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습니다. 행복해졌습니다.



 



 



 



※ <밤토리의 글쓰기 습관>은 매주 월요일 찾아갑니다.



 



 



 



*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꾸뻬씨의 행복여행> 스틸 이미지



 



 



 



 



https://blog.naver.com/uksama79/221770119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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