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사진
마리스텔라
  1. Cinema

이미지

영화 정보
체실 비치에서
감독
도미닉 쿡
제작 / 장르
영국
개봉일
2018년 9월 20일
평균
별점7.4 (0)
마리스텔라

 

영화 <체실 비치에서>를 보았다.

원작을 읽다가

두 남녀의 감정선을 영화에서 어떻게 표현할까 궁금했다.

두 사람의 관계를 돌이킬 수 없게 만들어버린,

첫날밤의 그 일도,

과연 영화 속에 잘 표현될까 궁금했다.

 

 

하지만, 영화 속 두 배우의 연기를 보면서

그건 기우였음을 깨달았다.

플로렌스의 숨막히는 떨림도

에드워드의 조급함도

그런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팽팽한 긴장감도

모두 다 느낄 수 있었다.

 

가장 행복해야 하는 날,

완전히 헤어진 두 사람.

 

에드워드가 플로렌스를 향해

당신은 사기꾼이야, 라고 소리지를 때

난 에드워드의 말에도 어느 정도 공감했다.

 

충분히 플로렌스의 입장도 이해는 했지만

에드워드를 마냥 비난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남자라도

플로렌스의 말은 자신을 기만하는 것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오늘 결혼했는데

나 아닌, 다른 여자하고 자라니.

 

그런데, 결말에서 눈물 흘리는 에드워드를 보며

에드워드가 성급했다는 걸,

에드워드가 그때 체실비치에서

돌아서는 플로렌스를 붙잡을 수도 있었다는 걸.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걸.

 

플로렌스는 에드워드와 헤어진 후

찰스와 결혼해 아이들을 낳고,

자신이 꾸리고 싶어했던

사중주단을 꾸려 45년간 활동한다.

 

그리고 런던의 위그모어 홀에서 마주친 두 사람.

에드워드의 눈물..

나도 모르게 그가 눈물을 흘릴 때 같이 흘렸다.

 

헤어지는 순간, 돌아서는 순간

다시는 그 사람의 소식을 듣지 않았으면 했다.

잘 살고 있다는 말도, 혹은 못 살고 있다는 말도

그 어떤 소식도 듣기 싫었는데,

결국은 알게된 소식.

 

나는 에드워드 처럼

자신의 가게에 우연히 찾아온

플로렌스의 딸에게,

엄마에게 생일 축하한다고 전해주렴,

이라는 말을 할 수도 없었고

라디오부터 플로렌스의 연주 소식을 듣고

위그모어홀로 찾아갈 수도 없었다.

 

나와 미래를 말하던 사람이,

결국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현재를 함께 하고 있다는 소식에

나는 눈물 짓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게 아무 것도 없었는데

 

에드워드는 신혼 첫날밤 헤어진

그녀의 딸에게 인사하고,

그녀의 연주를 들으러간다.

그만큼 그에게 플로렌스와의 그 날밤은 후회로 남았던 것일까.

에드워드가 플로렌스가 좀 더 용기를 낼 때까지

기다려주었다면, 두 사람은 아이들을 낳고 백년해로 하는 삶을 살았을까.

 

그건 의미 없는 가정일 뿐이라고.

헤어지는 모든 커플은 결국 헤어져야 했기 때문에 헤어진 거라고.

엔딩 크레딧이 오르자

내 눈에 흐르던 눈물도 멈췄다.

 

플로렌스와 에드워드는 그날밤이 아니더라도,

결국은 헤어졌을지도 모른다고.

그날밤의 일로 파경을 맞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두 사람 사이에  균열이 누적되어 왔다고,

원작은 물론

영화에서도 그날 밤이 있기 전,

플래시백 되는 에피소드들로

두 사람 사람 사이의 보이지 않는 간극을 보여준다.

 

그날, 앞으로 그 어떤 내 소식도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고,

나를 궁금해 하지도 않았으면 좋겠고

우연히라도 마주치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던

그때의 내 마음은 진심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그렇지만

 

에드워드처럼 상대에게 너무 날만 세우기만 해서는 안되었다고.

에드워드와 대화를 바랐던 플로렌스처럼,

모든 것이 두렵기만 했던

그때의 내 모든 감정을 털어놓고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더 가졌더라면.

에드워드처럼 모진 말로 상대에게 비수를 꽂지 않았더라면.

미래를 이야기하다,

결국은 헤어지는 결말로 끝났던

그날의 모든 원인이 나에게 있었다고,

 자책하는 시간은 좀 더 줄었을 것이다.

 

체실비치에 남겨진 에드워드의 얼굴.

회한과 미련으로 가득한 에드워드의 얼굴은

원작과 영화과 동일하다.

원작에서는 플로렌스와 에드워드가 다시 만나진 않지만

 영화 속에서 에드워드는 플로렌스와 한 말을 기억하고

그녀가 공연하는 위그모어홀에서 브라보를 외친다.

그런 에드워드를 발견한 플로렌스의 눈에는 눈물이 고인다.

 

p. 196~197

그녀를 생각할 때마다 그는 바이올린을 켜는 그 여자를 자신이 그렇게

떠나보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물론 이제 그는

그녀의 자기 희생적인 제안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녀에게 필요했던 건 그의 확실한 사랑과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으니 서두를 필요가 전혀 없다는 그의 다독거림뿐이었다.

 

살아갈 날이 더 많으니 서두를 필요가 없다,

소설의 이 문장을 에드워드는 그녀가 완전히 떠난 다음에서야 깨달았다.

 

하긴, 이 문장을 에드워드가 체실비치에서 깨달았더라면,

그가 이 스토리의 주인공으로 되진 못했을 것이다.

 

시얼샤 로넌의 명성이야 익히 들었지만

내가 영화에서 본 건 처음이었는데,

문장으로 생생히 느꼈던

플로렌스의 경직된 두려움을

영상으로 고스란히 표현해내는 연기력에 놀랐다.

 

영상미도 아름답고

음악도 좋았는데,

영화를 관람한 씨네큐브 상영관 앞에는

영화속 연주 음악 ost를 잠시 감상할 수 있도록

헤드셋을 마련해놓기도 했다.

 

가을, 이 계절에 잘 어울리는 영화다.

 

 

 

 

 

 

 

 

 

 

 

 

 

 

 

 

좋아요
댓글
1
작성일
2023.04.26

댓글 1

  1. 대표사진

    이작가

    작성일
    2018. 10. 11.

마리스텔라님의 최신글

  1. 작성일
    2024.9.5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4.9.5
    첨부된 사진
    20
  2. 작성일
    2024.9.5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4.9.5
    첨부된 사진
    20
  3. 작성일
    2024.9.4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4.9.4
    첨부된 사진
    20

사락 인기글

  1.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7.1
    좋아요
    댓글
    147
    작성일
    2025.7.1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2.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7.1
    좋아요
    댓글
    125
    작성일
    2025.7.1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3.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7.1
    좋아요
    댓글
    254
    작성일
    2025.7.1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예스이십사 ㈜
사업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