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날

언강이숨트는새벽
- 작성일
- 2018.11.30
에코의 초상
- 글쓴이
- 김행숙 저
문학과지성사
밤에 ㅡ 김행숙 시
밤에 날카로운 것이 없다면 빛은 어디서 생길까 .
날카로운 것이 있어서 밤에 몸이 어두워지면 몇 개
의 못이 반짝거린다 . 나무 의자처럼 나는 못이 필요
했다 . 나는 밤에 내리는 눈처럼 앉아서 , 앉아서 기다
렸다 .
나는 나를 , 나는 나를 , 나는 나를 , 또 덮었다 . 어둠
이 깊어 ...... 진다 . 보이지 않는 것을 많이 가진 것이
밤이다 . 밤에 네가 보이지 않는 것은 밤의 우물 , 밤
의 끈적이는 캐러멜 , 밤의 진실 . 밤에 나는 네가 떠
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
낮에 네가 보이지 않는 것은 낮의 스피커 , 낮의 트
럭 , 낮의 불가능성 , 낮의 진실 . 낮에 나는 네가 떠났
다고 결론 내렸다 .
죽은 사람에게 입히는 옷은 호주머니가 없고 , 계
절이 없고 , 낮과 밤이 없겠지 ...... 그렇게 많은 것이
없다면 밤과 비슷할 것이다 . 밤에 우리는 서로 닮는
다 . 밤에 네가 보이지 않는 것은 내가 보이지 않는
것같이 , 밤하늘은 밤바다같이 ,
(본문 20 , 21 쪽 )
김행숙 시집 ㅡ에코의 초상 중 [ 밤에 ]
문학과 지성사 시인선 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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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아프셨던 할아버지께서 엊그제 돌아가셨다 .
엄마의 전화를 받고 , 냉큼 서울에 올라왔다 .
첫날이던 어제는 장례식장이 조용했는데 오늘은 맞은편
9호실에 상주가 들었고 휴게실에 , 이 시간에 열 살도 안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 둘이 너댓살 쯤 되보이는 어린 여
자아이를 번갈아 엎어가며 재우려 하고 있다 .
하하하하 ! 웃음 소리가 넘치는 9호실인데 이 아이들 재워
줄 어른은 누구도 없는가 보다 .
책을 읽으며 밤을 지새려는데 어린 여자 아이들 눈빛이
자꾸 밟힌다 . 어쩌지 ... 어쩌나 , 엎어 줄까 , 물어야할까 ?
저들끼리 좋아 그런 듯도 보이고 , 안쓰럽기도 하고 ...
책 속에 묻던 눈길이 계속 9 호실의 누군가를 애타게 찾고
있다 .
2018 , 11 ,18 일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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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