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당신만 있었는데 당신이 죽었다면 과연 범인은, <더 케이지>

도시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이라면 매일 누구나 쉽게 이용하고 있는 문명의 기술들 중 하나가 바로 엘리베이터일 것이다. 아무리 하늘 높이 치솟은 고층 건물일지라도 엘리베이터가 있으면 운동을 하지 않고도 단 몇 십 초 만에 올라갈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엘리베이터가 순식간의 공포의 공간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점을 현대인들은 잘 인식하지 못한다. 문제없이 운행되던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멈추어버리는 사태는 인생에서 그렇게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날 아무런 생각 없이 탄 회사 엘리베이터가 갑작스럽게 멈추고, 그것도 모자라 함께 타 있는 직장 상사가 총으로 자살을 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누구나 혼돈의 도가니에 빠지게 될 것이다. 실제 변호사이기도 한 보니 키스틀러의 국내 첫 출간작인 <더 케이지>는 바로 그런 끔찍한 상황에 빠지게 된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가난한 가정환경을 극복하고 법조인이 된 셰이 램버트는 거대 로펌에도 입사하고 거기에서 잘생긴 남자친구까지 만나 결혼을 하지만 금융 위기에 여파 속에 살아남지 못하고 일자리를 잃게 된다. 몇 년 동안 바라지 않던 강제 휴직 상태에 있다가 마침내 세계적인 패션 기업인 CDMI의 법무팀에서 일하게 된다. 하지만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아 회사에서 이런 황당하고 무서운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자살 사건의 목격자에서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의심을 받게 되는 위기에 처한다. 경찰들로부터 의심을 받자, 셰이 램버트는 능숙한 법조인답게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경찰서에서 머물며 결백을 증명하려고 하지만 기업 내 또 다른 인물들의 농간으로 상황은 유리하게 돌아가지 않는다. 결국 구치소까지 가게 된 셰이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제대로 된 반격을 준비하게 된다.

이 책의 간략한 소개 내용을 읽었을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본격적인 법 스릴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저 엘리베이터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벌어진 밀실 사건에 우연히 휘말리게 된 주인공의 투혼이 중심이 된 스릴러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변호사로 활동한 저자의 이력답게 기업 간의 소송과 사법 제도 시스템이 중심이 된 제대로 된 법 관련 스릴러라는 것을 마지막 장까지 읽고 느낄 수 있었다. 복수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주인공의 집념이 조금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자신이 실제로 이와 비슷한 일을 겪게 된다면 그와 비슷한 행보를 걸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다만 초반부 시선을 확 사로잡는데 큰 공을 세운 엘리베이터 사건은 생각보다 작품 전체에서 그렇게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 책을 기대하고 있는 장르 독자들에게 미리 알려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