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은밀한 정보들이 누군가에 의해 악용되고 있다면, <페어워닝>

해리 보슈와 미키 할러 시리즈로 유명한 미국 범죄 소설 작가 마이클 코넬리의 또 다른 대표 시리즈가 바로 잭 매커보이이다. 냉철한 형사와 능글맞은 변호사 캐릭터만큼이나 끔찍한 사건들 이면에 자리 잡은 진실을 끝까지 추격하는 정의로운 언론인 잭 매커보이의 팬들 역시 국내에 상당수 있다. 시리즈 두 번째 소설인 <허수아비>가 나온 후 정말 오랜만에 만나게 되는 잭 매커보이는 소설 초반부터 공권력에 의해 또다시 봉변을 당하게 된다. 일 년 전 쯤, 집 근처 레스토랑에 만나 하룻밤 인연을 맺은 티나 포트레로라는 여성이 살인을 당했고,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매커보이의 이름이 등장한 것이다. 고리뒤통수 관절 탈구라는 사인에서 특이점을 포착한 매커보이는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고 즉시 조사를 시작한다. 그리고 현재 자신이 몸담고 있는 독립 언론사 <페어워닝>에서 이와 관련된 기사를 쓰겠다는 결심을 한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짧은 인연이었지만 티나의 죽음에서 이상한 느낌을 받은 잭의 집념으로 인해 동일한 사인으로 죽음을 맞이한 피해자들이 더 있다는 사실이 빠르게 발견된다. 더 나아가 이 피해자들이 특정 유전자 사이트에 자신들의 DNA을 제공했던 공통점이 있다는 지점까지 이르게 된다. 끈질긴 조사 과정에서 작은 실마리들을 찾아내고, 그 실마리들로 사건 관련자들을 만나 진실에 이르는 숨 막히는 전개가 이어진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이 시리즈의 또 다른 주요 캐릭터라고 할 수 있는 레이첼 월링이 등장한다. 이전 작품들에서 매커보이와 복잡하고 미묘한 관계를 형성했던 레이첼 역시 ‘떼까치’라는 별명을 가진 이 잔혹한 살인범을 잡는데 일조한다. 따라서 레이첼 월링을 기다렸던 이 시리즈의 팬들에게는 이 작품을 읽어야 할 또 다른 이유가 되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바이오 업계가 미래 신기술 산업의 총아로 주목을 받으면서 유전자 분석 기술 역시 상업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리고 이런 흐름을 주목한 영미 스릴러의 대가인 마이클 코넬리는 이번 작품에서 허술한 보안으로 인해 개인 정보가 끔찍한 범죄까지 야기할 수 있다는 경고를 던지고 있다. 사실 새로운 기술과 시스템이 등장할 때마다 대중들은 여러 혜택을 받기도 하지만 동시에 피해를 입기도 한다. 일상의 편리함을 받는 동시에 기업들에게 자신들의 소중하고 은밀한 개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가입하는 과정에서 구석에 숨겨진 문구나 모호한 설명 등은 소비자의 눈과 귀를 가리고 그로 인해 글로벌 기업들은 많은 이익을 취한다. 마이클 코넬 리가 이런 문제를 포착하고 조사하는 역할을 잭 매커보이에게 준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거대한 이익 집단의 불법과 편법이 범람하는 이 현실 세계에서도 이런 사람이 더 많이 생겨났으면 하는 마음을 들게 만든 훌륭한 스릴러 소설이었다.

※ 출판사 측으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자유롭게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