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뷰

사율
- 작성일
- 2021.2.8
리비우스 로마사 3
- 글쓴이
- 티투스 리비우스 저
현대지성
1.
이 전쟁기에서 한니발에게 결정적 힘을 실어주었던 칸나이 전투에서 대패를 한 로마는 이 즈음 공석인 원로원 의원 적임자조차 마땅치 않은 지경에 이르렀다. 스푸리우스 카르빌리우스는 라틴 공동체에서 두 명의 의원을 선출하자는 제안을 하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만리우스는 원로원 회의장에서 라틴인이 보이면 자신의 손으로 죽여버릴거라고 소리쳤다는데, 오랜 세월이 지난 후 동맹국도 아닌 변방 출신의 황제가 배출된 것을 알게 된다면 그는 뭐라고 했을까?
2.
로마는 집정관 임기 1년, 전쟁 지휘관을 1년에 한번씩 바꾼다. 전시에는 현명하다고 볼 수는 없는데, 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 시스템이 유지되는 이유는 지도자가 무언가를 결정할 때 '로마'라는 대전제를 우선하기 때문이 아닐까싶다. 개인의 사적인 감정을 보류하고 공동체적 공유 의식을 발동함으로써 자신이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를 정학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읽혀졌다.
3.
스키피오는, 아프리카 카르타고 침공 목표는 한니발을 이탈리아에서 끌어내고, 전장을 아프리카로 옮거 전쟁을 종결짓는 것임을 공개적으로 선언한다. 로마 군의 선제공격으로 시작된 아프리카에서의 전투는 로마에게 승리를 안겼으며, 한니발은 이 전투의 완패로, 전쟁에서도 완패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아홉 살에 떠나 36년 만에 돌아온 조국에서 그가 한 일은 젊은 스키피오에게 항복 사절단을 보내는 일이었다. 스키피오가 제시한 조건은 카르타고 입장에서는 굴욕적이었다. 평화 협정은 이루어졌고 17년간의 기나긴 전쟁은 종결됐다. 화려한 개선식을 거행하며 귀국한 스피키오는 '스피키오 아프리카누스'로 불린다. 한니발의 씁쓸한 웃음은 미래를 예견했던 것일까.
시간이 흐르고, 후에 스키피오는 카르타고 정복 당시 협정이 아닌 전쟁으로 종결짓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고 하는데, 그는 몰랐을 것이다. 어차피 50여년 뒤에 카르타고는 소멸할 것이라는 사실을. 더이상 카르타고라는 명칭은 존재하지 않고 '속주 아프리카'로 남게 될 것이라는 사실 또한. 그리고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한니발이 마지막 전투에서 패배할 수 밖에없었던 이유는, 카르타고 군에게는 충성심은 말할 것도 없고 급료 외에는 싸움에서 이겨야할 절실한 이유가 없었던 외인부대였던 반면 적지에서 패배하면 죽음 뿐이고 더하며 국가의 존망이 달린 전쟁임을 인식한 주인의식과 충성심으로 다져진 정규군임을 감안한다면 승부는 이미 결정되어진 것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4.
그 유명한 리비우스 로마사에 대해서 굳이 말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다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는 승자의 기록이니만큼 한니발에 대한 서술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감안하고 읽어야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티투스 리비우스가 말하는 한니발의 훌륭한 점은, 고국에서 먼 적의 영토에서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싸우면서 많은 흥망성쇠를 겪으며 온갖 국적의 천민들이 뒤범벅되어 언어, 관습, 예절, 종교가 다른 잡다한 무리를 굳게 결속시키고 내부 반란이 없었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라고 적어놓았다. 티투스 리비우스가 쓴 기록을 토대로 짐작해보자면 한니발은 장수로써는 더할나위 없으나 정치가나 책략가로서는 부족하지 않았던 게 아닐까싶다. 그에게 책사 노릇을 할 만한 인물이 있었다면, 그래서 그가 자책했던 것처럼 칸나이 승리 이후 로마로 진군했다면 역사는 어떻게 달라졌을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결국 전투는 잘 하지만, 정치를 바탕으로 하는 전쟁에는 미숙했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저자가 다른 몇 권의 로마사를 읽었지만 가독성은 가장 좋았다. 개인적으로 소설 읽듯이 술술 읽힌다는 게 리비우스 로마사의 가장 큰 장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몇 권의 책을 함께 펼쳐놓고 읽으니 기원전 로마 시대를 살았던 역사가와 근현대 역사가가 쓴 로마서의 차이는 분명 존재하는데, 이를 비교하면서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4권을 기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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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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