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니의 다락방

혼자살기
- 작성일
- 2009.6.2
그림이 그녀에게
- 글쓴이
- 곽아람 저
아트북스
다양한 작가들의 30개 그림에 대한 곽아람의 일기이다.
서른 살의 그녀는 어떤 그림들을 보고, 그림은 그녀에게 어떤 이야기를 할까?? 궁금해졌다. 나와 비슷한 또래의 그녀는 어떤 생각을 하며 서른 살을 보내고 있는지…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지...나랑은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지...
내가 어렸을 적엔 서른 살이면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내가 선택한 미생물이라는 분야에서 내 이름 세 글자를 살짜쿵 띄워 올린 만한 뭔가의 업적이 있을 거라 막연히 추측했는데, 택도 없는 생각이였던가 보다. 서른 살을 보내고 있는 난 전혀 그렇지 못하니 말이다. 나름 바쁘게 살았던 거 같은데 정말 나름이였던 것인지?? 여하튼 서른이라는 나이는 생각이 많아지는 나이다. 앞을 바라보며 동시에 뒤를 돌아보며…
곽아람 그녀는…나와 동갑이다. 난 아직 학교에서 떠나지 못하고 있는데, 그녀는 일찌감치 –나에 비해서-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기자다. 어엿한 명함이 없는 지금의 나로선 그녀의 명함이 부럽다.
기억나는 몇 작품만 보자면...
1. 마리 드니즈 빌레르, [그림 그리는 여자], 처음엔 다비드의 작품으로 오해받았다고 한다. 후에 여성 작가의 작품이라는 게 밝혀졌다는 이야기를 하며 그녀는 '프릴달린 블라우스 증후군'에 익숙해진 사람들에 의해 직업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여자이기를 강요받고 산다는 말엔 나도 십분 동감.^^
2. 에드워드 호퍼, [제293호 차량, 칸], 원피스에 모자를 쓰고 혼차 열차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그림이다. 그녀는 이 그림을 보고 자신에만 몰두하는 그런 여행을 꿈꾸었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혼자 하는 여행은 기대어 쉴 수도, 근사한 곳에서 밥을 먹을 수도 없었기에 혼자하는 여행은 쓸쓸하다고 결론을 내린다. 난 혼자 하는 여행을 좋아 하지는 않지만 그렇다 하여 싫어하지도 않는다...불편하다면, 그녀 말처럼 기대어 쉴수 없고, 대개의 사진이 풍경이나, 근접한 거리에서의 셀카라는 것만 빼면 나름의 장점이 있기에...난 그녀와는 달리 책과 카메라 들고 떠나는 혼자만의 여행도 괜. 찮. 다.
3. 타마라 드 렘피카,[녹색 부가티를 탄 자화상], 첫번째 기능에 떨어지고, 두번째에 낙방하고, 세번째에 불합격하고, 네번째에 미끄러졌다면 자신의 운전면허 따는 데에 고충이 뒤따랐다는 그녀의 이야기는 살짜쿵 미소가 지어졌다. 난 한번에 다 붙었는데...하는 뿌듯한 미소가...ㅋㅋ 내 어릴적 로망은 빨간색 지프를 모는 것이였는데...버리지만 않고 있다면 녹색 부가티의 그녀처럼 빨간 지프의 유니도 가능하겠지?? ㅎㅎ
4. 폴 고갱, [아레아레아], 얼마 전에 읽은 책에서 본 그림이라 유난히 반가웠다. (사실 이 책에서 그녀가 보는 그림은 내가 아는 그림은 몇 안된다. 뭐 작가도 낯선 사람이 많다. 그녀는 전문가이고 나는 비전문가이니 뭐...) 고갱만의 원색적인 색감이 살아 있는 그림을 보며 그녀는 고갱의 삶과 연결지어 이야기 하고 있었다. 행복이 가득한 집을 꿈꾸었노라고... 난 그림을 보며 문명 속에서 느껴지지 않은 여유로움이 느껴졌을 뿐이였는데...
5. 조르주 드 라 투르, [점쟁이], 그림은 상당히 우스꽝 스럽다. 동상이몽이랄까?? 점을 보러온 남자와 점괘를 말해주는 노파, 남자의 물건을 슬쩍 하는 두명의 여인...그들의 표정이 화가의 다른 작품들도 궁금하게 만들었다. 다른 작품에서도 이와 같ㅇ느 재치가 느껴지는지...ㅋㅋ
어느 시대이건 미래가 궁금한 사람은 점쟁이를 찾아 갔나보다. 시대나 지역에 따라 조금씩 점쟁이의 모습은 다르겠지만...종교가 기독교인 것도 아닌데, 아직 한번도 점을 본 적은 없다. 나도 그림의 남자처럼 미래가 궁금하고 불안한데... 그들이 정도를 알려주는 것은 아닐진대, 그들이 우리에게 주는 건 내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것과 일말의 희망약속 같은 거랄까?? ㅋㅋ 조금만 참으면 괜찮아 질거라는 전문가의 주문?? 처방??
6. 페터르 브뤼헐, [이카로스의 추락], 신화로 알고 있는 내용을 그녀의 해석과 함께 접하니 조금은 색다르게 느껴졌다. 차마 범접할 수 없는 신의 세계가 아니라 허황된 꿈을 꾸고 있는 이카루스가 지금 이순간 내 옆에도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달까?? 세상의 중심이 내가 아니라는 걸 깨닫자 삶이 편해진다는 그녀말에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사람들의 비난에도 칭찬에도 일히일비 하지 않으며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거...그게 그녀 말처럼 작가가 이카루스의 추락으로 말하고 싶은 요점이였는지도 모르겠다.
무엇이 계기인지는 모르겠으나, 최근에 그림을 접할 기회가 많아졌다. 책이든 전시회든...혹은 웹써핑이든... 솔직하게 말하면 그림을 작가의 의도까지 충분히 고려하여 이해한다는 건 그리 쉽진 않다. 다만 느낄 뿐이라는거. 나만의 색으로 재해석하고자 노력한다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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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