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달걀
  1. 책 읽는 낮 [개인적인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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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글쓴이
노희경 저
북로그컴퍼니
평균
별점8.7 (36)
까만달걀

책임질 수 없는 말은 하지 말자. 
내가 한 말에 대한 책임 때문에 올가미를 쓸 수도 있다.
가볍게 하자, 가볍게. 
보고는 싶지라고 말하고, 지금은 사랑해라고 말하고,
변할 수도 있다고 끊임없이 상대와 내게 주입시키자. (13쪽)

사랑에 배신은 없다. 사랑이 거래가 아닌 이상, 둘 중 한 사람이 변하면 자연 그 관계는 깨어져야 옳다. 미안해할 일이 아니다. 마음을 다 잡지 못 한 게 후회로 남으면 다음 사랑에선 조금 마음을 다잡아볼 일이 있을 뿐, 죄의식은 버려라. 이미 설레지도 아리지도 않은 애인을 어찌 옆에 두겠느냐. 마흔에도 힘든 일을 비리디 비린 스무 살에, 가당치 않은 일이다. 가당해서도 안 될 일이다. 그대의 잘못이 아니었다. 어쩌면 우린 모두 오십보백보다. 더 사랑했다 한들 한 계절 두 계절이고, 일찍 변했다 한들 평생에 견주면 찰나일 뿐이다. 모두 과정이었다. 그러므로 다 괜찮다. (24쪽)

그때 내 어머니의 나이는 서른한 살의 꽃다운 나이. 자식은 여섯에, 남편은 남만 못한 남자. 힘도 들었겠다. 자식이 짐스럽다 못해 원망도 스러웠겠다. 없었으면 천번만번도 바랐겠다. 굳이 출생 즈음의 이야기는 안 해도 되는 걸 거짓말까지 해가며 나에게 해준 건, 죄의식이었겠다. 너무나 미안해서였겠다. 이후에, 나를 참 예뻐라 했으니, 그것으로 다 됐다. (32쪽)

슬프다는 말로 시작되는 시가 있다.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완전히 망가지면서 완전히 망가뜨려놓고 가는 것, 
그 징표 없이는 진실로 사랑했다 말할 수 없는 건지, 
나에게 왔던 모든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참 좋은 시였는데, 다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게 첫 구절과 마지막 구절, 한 구절만 생각이 난다. 마지막은 이렇다.
아무도 사랑해본 적이 없다는 것,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한 번도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황지우, 뼈아픈 후회
내 자존심을 지킨답시고, 나는 그녀를 버렸는데, 그럼 지켜진 내 자존심은 지금 대체 어디에 있는걸까? (156쪽)

-----------
아무리 생각해도 제목이 문제인 것 같다.

제목이 어쩐지 너무 진부하여 한참을 보지 않았던 책이었다.

노희경이라는 드라마 작가를 좋아하면서도 어쩐지 낯간지러운 제목이, 그냥 그저 그런 사랑 이야기를 들이밀면 어쩌나 싶어 실망할까 안 읽었기도 했다. 그러나 그 책을 읽고 몇 장 넘기지 않았을 때, 나는 알았다. 나의 인생 책 중 한 권이 되겠구나. 라는 것을. 드라마보다 더 깊이 있는 사람에 대한 작가의 이야기들이 적혀 있었다. 이때 알았다. 좋은 작가의 에세이를 읽어야겠구나. 그게 진짜 좋은 작가를 알게 되는 길이구나. 


이 책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사람에 대한 이야기인데 그것이 예쁘고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이기에 가지는 수없이 많은 감정들과 어쩌면 못난 부분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좀 무서울만큼 노희경 작가는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과 상황을 드러낸다. 그리고 말한다. 그래, 내가 찌질했다. 그래, 내가 못났었다. 그리고 어쩌겠냐. 사람이란게 완벽할 수가 없는데. 인정하고 거기서부터 시작하자.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인정하고 나니 결국 사랑, 사랑을 해야 하는 거더라. 라는 생각까지 작가는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게, 아니 현실이어서 더 드라마틱해보이는 문장으로 나를 단숨에 사로잡았다. 


이 책을 내가 10대때나 20대 초에 읽었다면 아마 그냥 좋은 드라마 쓰는 작가의 사랑에 관한 멋진 문장이 있는 책 정도로 생각했을 텐데, 20대 후반을 넘어 30대가 되어 읽으니 이것은 그냥 삶의 고백 그 자체였다. 그녀가 고백을 하니 나도 고백을 할 용기가 생긴달까. 아주 힘든 사랑의 끝에 서 있는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그 사랑은 단지 남녀간의 사랑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 가족에 대한 사랑, 주변에 대한 사랑까지 모두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노희경은 역시 노희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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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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