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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개여부
- 작성일
- 2018.10.17
국외에서 이루어진 독립운동에는 가족 단위의 망명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부자, 형제, 부녀, 모녀 독립 운동가는 많다. 또한 애국지사끼리 혼사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흔히 있어서 부부, 장인과 사위, 시아버지와 며느리 독립운동가도 자주 볼 수 있다. 그러나 3대가 독립운동에 헌신한 경우는 찾아보기가 드물다. 대개 한 세대를 30년으로 잡고 있는데, 일제강점기가 35년이었으니 연령상으로 50년 내외의 차이가 있을 조부와 아들과 손자가 함께 독립운동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문중이 있다고 하더라도 3대가 뚜렷한 공을 객관적으로 인정받아 함께 포상을 받은 경우는 거의 없다.
3대 독립운동가로 유명한 문중이 있으니 그 대표적인 경우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주석이었던 김구 선생일 것이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으로 임시정부를 지키며 독립운동의 상징적인 인물로 국민적인 존경을 받으며 건국공로훈장 중장이 추서된 김구 선생의 공적이야 누구나 아는 바다.
선생의 모친인 곽낙원 여사는 1922년에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있는 상하이로 아들을 따라 옮긴 뒤에 아들뿐만 아니라 임시정부의 뒷바라지를 했다. 여사는 자신이 쓸 비용마저 군자금으로 충당하기도 했던 분으로 1992년 건국훈장 애국장이 추서되었다.
선생의 차남인 김신 장군은 일시 귀국했던 조모 곽낙원 여사를 따라 중국에 망명한 후 부친을 도우며 임시정부의 비밀연락과 임정요인들 간의 주요 연락 및 정보수집 임무를 수행하였다. 이 공로로 건국훈장 애국장에 서훈되었으며, 건국 이후에 공군참모총장으로 국방 분야에서 큰 공을 세우기도 했다. 그밖에 해방 이전에 세상을 떠나서 세상에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장남인 김인도 부친을 도와 독립운동에 참가하여서 건국훈장 애국장에 추서되었고, 안중근 의사의 조카딸로 큰며느리가 된 안미생 역시 독립운동가로서 시아버지인 김구 선생의 비서관으로 활동했다.
김구 선생은 그 자신이 독립운동의 상징적인 인물이었고, 어머니인 곽낙원 여사와 두 아들과 며느리까지 3대에 걸쳐서 여러 명의 독립지사를 배출한 문중의 기둥이었던 것이다.
김구 선생 못지않게 3대가 독립전선에 투신하면서 여러 명의 독립지사를 배출한 문중이 있으니 바로 연병환 선생 일가이다. 증평군이 2016년에 펴낸 『증평 곡산연씨 일가의 독립운동』은 연병환 선생을 비롯하여 그의 형제들(병호, 병주, 병오)과 따님 부부(연미당, 엄항섭)와 외손녀(엄기선)의 독립운동을 다루고 있다. 3대가 독립전선에서 보인 활약은 위 책에 자세히 담겨 있으므로 줄이지만, 가족들이 독립전선에 투신한 계기가 연병환 선생에게 있음은 분명하다. 선생으로 인해 세 아우가 함께 중국으로 망명하여 독립전선에 참여했고, 따님인 연미당의 독립운동이 부친의 영향을 받았음은 물론이며, 독립운동가인 엄항섭이 사위가 된 것도 선생의 독립운동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외손녀인 엄기선의 임시정부에서의 활약도 그 뿌리는 선생에게서 비롯되었다. 국가는 이 3대에 대해 그 공을 기려서 각각 다음과 같은 포상을 주었다.
연병환 (본인) : 2008년 건국훈장 대통령 표창
연병호 (동생) : 1963년 건국훈장 독립장
연미당 (딸) : 1990년 건국훈장 애국장
엄항섭 (사위) : 1989년 건국훈장 독립장
엄기선 (외손녀) : 1993년 건국포장
위 5명 외에도 연병환 선생의 아들인 연충렬과 동생인 연병주와 연병오도 독립전선에서 활약한 기록이 있다. 다만 공적 사실을 증빙할 자료가 부족해서 표창을 받지 못한 것은 아쉬운 일이다. 이것은 유족이나 문중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본다.
증평군에서 발간한 『증평 곡산연씨 일가의 독립운동』은 명망 있는 학자들이 정확한 고증을 통해 다양한 자료와 수십 장의 사진 등을 덧붙여서 5명의 삶을 재현한 역작이다. 대표 저자인 박걸순 교수는 연병환 선생의 역할을 이렇게 평가했다.
연병환은 가족의 독립운동을 이끈 기둥이었다. 연병환은 그 자신보다는 애국지사 연병호의 형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실제 독립운동을 했고, 연병호 등 동생들을 중국으로 불러 독립운동을 하게 만든 인물이다. 뿐만 아니라 그의 딸은 한국광복진선청년공작대와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활동한 연미당이고, 그의 사위 또한 임시정부에서 활동한 엄항섭이며, 외손녀 엄기선도 임시정부에서 활동한 독립유공자다. 곧, 연병환은 3대에 걸쳐 5명의 독립유공자를 배출한 가문의 중심적 인물이었다. (13~14쪽)
이 책은 곡산연씨 문중의 후손들에게는 필독서여야 할 것이다. 저자는 단순히 연병환 선생 일가의 독립운동만 소개한 것이 아니라, ‘곡산연씨의 도안 세거와 선대(16~19쪽)’를 통해서 시조인 충장공 연계령, 관향조인 복야공 연수창, 문중의 태두인 정후공 연사종, 도안의 입향조인 사직공 연정 등은 물론 정미사화에 연루되어 연문이 받은 핍박 등 전반적인 문중사까지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관공서에서 발간했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증평군에서는 관계 기관과 인사에게 비매품으로 배포하였으므로 일반인이 이 책을 만날 기회가 많지 않다. 책에 관심이 있다고 하더라도 구입할 방도가 없다는 것이 아쉬운 일이다. 이 책이 보다 대중적인 문장으로 다듬어진 후에 시중에서 유통되는 길이 열리는 방안이 있기를 빈다. 그로 인해 보다 많은 이들이 한국의 대표적인 독립운동가 문중인 연병환 선생의 정신을 통해 애국에 대해 생각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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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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