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홀로 나누는 문답

목연공식계정
- 공개여부
- 작성일
- 2010.4.19
제 일기장에서 나눈 문답입니다.
목연샘!
그대도 야설을 읽어 보았나요? 가장 기억에 남은 작품은 무엇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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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 많은 사람들이 그와 비슷한 글을 학창시절에 접했을 것입니다.
나 역시 비슷한 경로로 그런 책을 보았지요.
그러나 지금의 야설은 거의 읽지 않았습니다.
이제 나이도 들었고, 내용에 대해서도 그리 흥미가 느껴지지 않아서입니다.
내가 학창 시절에는 야설이라고 하지 않고 빨간책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때는 인터넷이 없었으니까 책자 형식으로 발간이 되었고요.
물론 그런 책은 서점에서 공식적으로 유통되지 않았고,
헌책방 같은 곳의 구석진 곳에서 은밀하게 판매되었지요.
당시 가장 인기 있던 야설 작가는 허문영 씨였습니다.
그의 글을 10여 편 정도는 보았는데 그에 대한 느낌을 적어 보겠습니다.
그의 작품은 아직도 공개적으로 거론을 피하는 통속 소설입니다.
더구나 국어 교사인 나의 입장에서 글을 쓰기가 더욱 조심스럽습니다.
그의 작품에 대한 독후감조차 쓸 수 없는 더 근본적인 이유는
10여 편의 글을 읽었다고는 해도 전체 줄거리가 떠오르는 것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저런 장면이 단편적으로 생각나기는 하지만,
그 내용들은 이른바 '야설' 수준의 내용들입니다.
또한, 그 앞뒤의 상황과 연결이 안 되니 무엇을 써야 할 지 모르겠고요.
그렇더라도 한 때 그의 소설을 열독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는 당대 최고의 야설(당시에는 애정소설) 작가였고,
사적으로는 고향 선배이자, 한 차례의 만남도 있었던 인연이 있었지요.
그런 인연으로 봐서 내게는 허문영 씨에 대한
기록 차원의 몇 자를 남기는 것이 예의이자 의무일 듯도 싶어 여기에 적습니다.
허문영 씨의 책을 읽은 사람들이
그의 대표작(?)으로 기억하는 작품이 '달래고개'인 듯합니다.
이 작품은 100여쪽 되는 분량의 형태로 4~5권이 연속하여 집필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책들은 1편, 2편, 3편 등으로 펴내지 않았고 각 권마다 제목을 달리 했습니다.
나의 기억으로는 1편이 '달래고개'였고,
다른 속편들은 '황성옛터' '대륙의 꽃' 등으로 이어진 듯합니다.
그러나 이 제목들도 일정하지 않았습니다.
3편 격인 '황성옛터'는 '독립의 꿈'이라는 제목으로도 나왔습니다.
'달래고개' 뿐만 아니라 그런 류의 다른 작품들도 그런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것은 같은 내용의 책을 제목만 달리하여 발간함으로써
보다 많이 팔려는 상업적인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울러, 당국의 단속(간행물을 통한 미풍양속 위반?)을 피하기 위한
방책이기도 했을 것이고요.
여기서는 편의상 달래고개를 비롯한 그 속편들을
달래고개 1편, 2편, 3편 등으로 지칭하겠습니다.
나는 이 책들의 전편을 모두 보지는 못했습니다.
1편인 '달래 고개'와 3편인 '황성옛터'만 본 기억이 납니다.
2편은 보지 못했지만, 3편의 앞 부분에서
전편의 줄거리 요약이 상당 부분 나와 있으므로
그것을 통해 전체 줄거리를 유추할 수 있었지요.
내가 기억하고 있는 달래고개 1펀~3편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숫자는 내가 편의상 붙였으며, 등장인물의 이름은 기억이 명확하지 않으므로
대부분 내가 붙인 가명임)
나의 기억으로는 '달래고개'가 1편인 듯합니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검색을 하니 1편이 '숲속의 꽃', 2편이 '달래고개'였다는
어느 누리꾼의 글이 있었습니다.
또한 나는 3편의 제목이 '황성옛터'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한국현대문학대사전(권영민, 서울대학교출판부, 2004)에 실린
허문영 씨의 작품 목록에는 '황성옛터'가 보이지 않습니다.
허문영 씨 글의 특성 상 남아 있는 원본을 구하기 힘들 것입니다.
일단 제본이나 지질이 조잡하여 오래 보관하기 힘듭니다.
또한 이 책들은 서가에 두는 장서가 아니라 숨어서 보는 은서였습니다.
나부터도 한 번 읽은 후에는 남의 눈에 띄지 않도록 버려버렸고,
다른 사람 역시 그랬을 것이니까요.
또, 그의 작품을 학문적인 측면에서 접근하여 연구한 이도 거의 없을 듯하니
줄거리의 전모를 밝히기는 쉽지 않을 듯합니다.
또한 그의 작품이 그런 것을 밝힐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도 가름할 수 없고요.
일단 '달래고개'의 주요 등장인물과 줄거리,
그리고 그의 작품의 의미에 대해서 소개하겠습니다.
(이 글들은 나의 네이버 블로그에
작가 허문영 씨와의 만남이란 제목으로 올렸던 글에서 발췌해서 일부 수정했음)
달래고개의 주요 등장 인물
(등장 인물의 실제 이름과 다를 수도 있음)
효섭 : 남주인공. 시골 출신의 고교생으로 학업을 위해 서울로 와서 하숙을 하고 있음. 봉순 어머니로 인해 성에 눈을 뜬 뒤, 여러 여인을 만나면서 파란을 겪게 됨.
봉순 어머니 : 효섭의 고향 동리 유부녀로 이웃 사람과 불륜을 맺다가 발각됨. 마을에서는 머리를 깎고 추방하려 했으나, 효섭의 만류로 삭발을 면함. 그로 인해 효섭에게 호의를 보임
영숙 어머니 : 효섭의 하숙집 주인으로 과부. 딸인 영숙과 함께 살고 있으며, 하숙생이 2명 있음
영숙 : 효섭의 하숙집 딸로 여고생. 하숙생인 경수의 애인.
경수 : 효섭과 함께 영숙의 집에 하숙하고 있는 학생. 효섭이 영숙을 희롱했다는 말을 듣고, 효섭과 결투를 함.
히데꼬 : 여고생으로 명애의 친구. 경찰서장의 딸. 효섭에게 연정을 느끼고, 왜경에 쫓기는 그를 구해 줌.
애화 : 독립운동가 기섭의 연인이자 독립 운동의 동지. 그녀는 기섭을 도와 준 효섭에게 호의를 보임.
명애 : 경수에게 맞고 있던 효섭을 도와 준 여학생. 애화의 조카이기도 함. 효섭은 청순한 그녀에게 연정을 느끼며, 명애 역시 효섭에게 마음을 줌.
기섭 : 독립운동가. 상해 임정에서 모종의 사명을 띄고 국내에 잠입했다가 왜경에게 적발되어 부상을 입음. 새로운 사명을 위해 만주로 가면서 자신을 돕다가 수배자가 된 효섭과 애인 애화 등도 동행함.
영호, 중민 : 기섭의 동지들.
달래고개의 줄거리
(줄거리 요약은 나의 기억에 의존하여 작성했음.
따라서 실제의 줄거리와 인물의 이름 등이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음)
1. 달래고개의 전설 : 충주의 어느 지방에서 혼기에 찬 남매가 함께 고갯길을 가다가 소나기를 만났다. 오빠는 비에 젖은 누이의 몸에서 성적 욕구를 느낀다. 그는 욕정을 억누르기 힘들게 되자, 누이에게 먼저 가라고 한 뒤 자신의 생식기를 돌로 찧은 뒤 죽고 말았다. 이것을 본 누이는 오빠가 왜 그렇게 되었는 지를 짐작하고, '차라리 달래나 보지.' 라며 흐느꼈다. 그로부터 이 고개 이름이 달래고개가 되었다. (전국적으로 널리 퍼져 있는 달래고개 설화이면서 이 소설에서는 프롤로그 역할을 하며 제목으로 차용되었다. 작가는 이 설화를 통해 성욕이란 참기 힘든 본능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듯하다.)
2. 봉순 어머니의 불륜 : 효섭의 고향에 살고 있는 젊은이인 병수와 을순이는 연인 사이이다. 둘은 밀회를 나누기 위해 보리밭으로 갔다가, 봉순 어머니와 억쇠의 불륜 현장을 목격한다. 정사를 나눈 봉순 어머니가 남편에 대한 불만을 말하자 억쇠는 봉순 아버지를 죽여주겠다고 한다. 살해 계획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것을 들은 병수와 을순이는 경악한다. 둘은 이 사실을 어떻게 할까 망설이다가, 병수가 우연이 알게 된 듯 가장하고, 봉순 어머니의 불륜과 남편 살해 계획 등을 이장 영감에게 고한다. 사실이 발각된 것을 알게 된 억쇠는 마을에서 도망가고, 봉순 어머니는 마을 사람들 앞에서 공개 문초를 받는다. 불륜을 확인한 마을의 유지들은 마을의 관습에 따라 그녀를 삭발한 뒤 추방하기로 결의한다.
3. 효섭의 등장 : 주말(혹은 농번기)이라 고향에 돌아왔던 효섭은 봉순 어머니의 불륜에 대한 마을의 공개 재판을 보게 된다. 효섭은 나라에는 법이 있으므로, 마을에서 함부로 벌을 줄 수 없다고 말한다. 또, 당사자인 봉순 아버지는 가만히 있는데, 제삼자인 마을 사람들이 나서는 것도 부당하고, 남편을 살해하려고 했다는 것도 본인들이 부정하니 사실 여부를 알 수 없지 않느냐고 변호한다. 이장 노인은 효섭의 말도 일리는 있으나, 봉순 어머니 같은 부정한 여인을 마을에 둘 수 없다면서 추방은 강행한다. 그러나 삭발만은 면해 준다. 마을 유지들은 마을에서 신식 교육을 받고 있는 유일한 학생인 효섭의 의견을 존중해 준 것이다.
4. 효섭과 봉순 어머니 : 효섭은 학교가 있는 도시로 가는 도중의 어느 계곡에서 마을에서 추방된 봉순 어머니를 만난다. 그녀는 자신을 변호해 준 효섭에게 감사를 표한다. 그러면서 효섭이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자 의도적으로 몸매를 드러내는 등 도발적인 자태로 유혹한다. 충동을 참지 못한 효섭은 봉순 어머니를 포옹하고, 그녀는 못이기는 척 관계를 맺는다.
5. 효섭의 번민 : 봉순 어머니를 통해 이성에 대한 체험을 한 효섭은 만나는 모든 여인들이 성적인 대상으로 보인다. 집에 돌아온 뒤에는 하숙집 주인인 영숙 어머니와, 여고생인 영숙에게서도 이성적인 충동을 느끼며 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날 밤 방황하던 효섭은 끝내 영숙의 방으로 갔으나, 영숙은 경수와 밀회를 나누고 있었다. 더욱 흥분한 효섭은 영숙 어머니의 방으로 침입한다. 잠에서 깬 영숙 어머니는 남이 알게 되는 것이 두려워서 효섭을 타일래서 내보내려고 한다. 효섭이 막무가내로 계속 추근거리자 그녀는 화를 내며 쫓아낸다. 영숙 어머니 방에서 쫓겨 난 효섭은 충동을 참지 못하고 미친 듯이 영숙의 방으로 간다. 경수가 돌아간 뒤 선잠이 들었던 영숙은 효섭을 경수가 되돌아 온 것으로 착각하고 관계를 가진다.
6. 효섭과 영숙 어머니 1 : 효섭은 간밤의 일로 면목이 없어서 방에서 나오지 못 한다. 경수와 영숙이 등교한 뒤에도 효섭이 나오지 않자 영숙 어머니는 효섭의 방으로 간다. 효섭은 자는 척 기척도 하지 않고 누워 있는다. 그녀는 이렇게 얌전한 학생이 간밤에 그렇게 설쳤느냐며 농담처럼 말하며 장난스럽게 몸을 흔든다. 그 때 효섭은 일어나서 영숙 어머니를 포옹하며 뒤엉긴다. 효섭의 청을 들어 준 격이 된 그녀는 그 자리를 피하기 위해 밤에 찾아 오겠다고 약속한다.
7. 경수와 효섭의 결투 : 영숙에게 간밤의 일을 들은 경수는 하교길의 효섭을 불러낸다. 둘은 결투를 하였고, 죄의식을 느낀 효섭은 일방적으로 경수에게 맞으면서 코피가 터진다. 그 광경을 여고생인 명애와 히데꼬가 보고 소리를 지르자, 경수는 자리를 피한다. 효섭이 불량배를 만나 봉변을 당한 것으로 오해한 명애는, 수건으로 효섭을 코피를 닦아준다. 히데꼬는 효섭에게 호의의 시선을 보낸다.
8. 효섭과 영숙 어머니 2 : 영숙 어머니는 번민하다가 효섭의 방에 찾아간다. 효섭을 훈계하겠다면서 찾아갔으나 오히려 둘이 엉겨서 뒹굴게 된다. 영숙 어머니는 마지막 선까지는 넘지 않으려고 버텼다. 그러나 이런 만남이 밤마다 반복되면서 결국 관계를 맺고 만다. 한편, 영숙은 어머니에게 효섭을 내보내달라고 청한다. 그러면서도 효섭이 자신에게 행한 내막은 말하지 못한다. 영숙 어머니는 효섭에게 딸의 말을 전하며 그 이유를 묻는다. 효섭은 '영숙이가 경수를 좋아하는 듯한데, 자신이 경수와 다퉜기 때문"이라고 얼버무린다. 이미 효섭에게 빠져든 영숙 어머니는 딸의 말을 무시하고 효섭과의 관계를 지속한다.
9. 기석과 애화 : 학교에서 돌아오던 효섭은 왜경에게 쫓기던 기석을 발견한다. 무의식적으로 민족애를 느낀 그는 경찰을 가격하여 쓰러 뜨린 뒤 기석을 구한다. 총상을 입은 기석은 자신은 임정에서 파견된 독립운동가라면서 효섭에게 은신처로 데려다 주기를 부탁한다. 효섭은 기석을 야산으로 옮겨서 응급조치를 해주며 저물기를 기다린다. 밤이 깊은 뒤 기석을 부축하여 은신처로 가니 뜻밖에 명애가 그 곳에 있었다. 그 곳은 애화의 집이었고, 명애는 그녀의 조카였던 것이다. 은신처에 도착하자 기석은 혼절을 하고, 효섭은 애화의 지시대로 구급약품을 사가지고 오는 등 함께 간호한다. 애화와 명애는 효섭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10. 효섭과 명애 : 명애에게 연정을 느낀 효섭은 기석의 문병을 구실로 애화의 집을 방문하면서 그녀와 자연스럽게 만남을 가진다. 부모를 일찍 여읜 명애는 이모인 애화의 집에 의탁하고 있었다. 그녀는 기석과 애화의 영향으로 강한 민족 의식을 지니고 있었다. 효섭은 명애에게 순수한 사랑을 느낀다. 명애는 효섭을 독립에 대한 열망이 뜨거운 학도로 보고 호감을 표시한다. 효섭은 기석·애화· 명애 등과 만나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민족 의식을 갖게 된다. 명애는 그런 효섭에게 동지애를 느끼면서 이성으로서의 마음을 준다. 효섭은 청초한 아름다움과 민족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지신 명애에게서는 경애의 마음을 느낄 뿐, 성적인 충동을 품지 못한다. 효섭은 그녀를 자신의 이상적인 여성으로 여기면서 봉순 어머니나 영숙 모녀 등과의 탈선도 후회한다.
11. 쫓기는 효섭 : 효섭은 명애를 만난 뒤 영숙 어머니와의 관계를 피한다. 영숙 어머니는 효섭이 자신을 멀리 할수록, 오히려 적극적으로 접근한다. 그녀는 딸의 눈을 피해 효섭의 방에 찾아 온 뒤 만남을 지속하기를 청한다. 효섭은 학업을 구실로 거절하지만, 끝내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관계를 맺는다. 영숙 어머니는 어른으로서 체신을 지키지 못하고 본능에 몸을 맡기는 자신을 원망하고, 효섭은 명애와의 성스러운 사랑을 생각하면서도 영숙 어머니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신을 자책한다. 그 때 기석의 뒤를 쫓던 왜경은 효섭을 독립 운동의 배후 인물 중에 하나로 규정하면서 하숙집을 급습한다. 영숙 어머니가 왜경을 가로막으며 시간을 끄는 동안 효섭은 밖으로 도망간다.
12. 효섭과 히데꼬 : 왜경들에게 쫓기던 효섭이 어느 집의 담을 뛰어 넘었는데, 그 곳은 경찰서장의 관사였다. 서장의 딸 히데꼬는 효섭을 자신의 방에 숨겨 준 뒤에 왜경들을 따돌린다. 왜경들은 그녀의 말을 믿고 집에서 나간다. 방에 돌아 온 히데꼬는 효섭에게 연정을 호소하고, 효섭은 자신은 조선인이며 길이 다르다며 거절한다. 그러나 히데꼬의 유혹에 끝내 무너지고, 그러면서도 명애를 생각하며 괴로워한다.
13. 만주로 떠나는 효섭 일행 : 히데꼬의 집에서 나온 효섭은 기석의 은신처로 간다. 기석의 동지들인 영호와 중민 등도 와 있었다. 그들은 모종의 임무를 완수했다면서, 다음 임무를 위해 만주로 가기로 했다. 애화는 아직도 부상에서 회복하지 못한 기석을 그대로 보낼 수 없다면서 따라 나서고, 수배를 받게 된 효섭도 동행한다. 명애는 학업을 계속하기 위해 남기로 한다. 떠나기 전 날 효섭은 명애와 밀회를 나누지만, 둘은 성적인 행동 없이 독립의 꿈을 이루는 날 재회할 것을 다짐한다. 영숙 어머니는 효섭과의 이별을 슬퍼하며, 그가 피신할 수 있도록 각종 편의를 제공한다.
14. 효섭과 애화 : 육로로 만주로 가던 도중 평안도 어느 산골에서 기석의 몸이 극도로 쇠약해 진다. 부상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한 여행을 하였기 때문이다. 여정이 지체되자 중민이 먼저 떠나고, 기석과 애화 효섭, 영호만 남는다. 효섭은 기석과 함께 생활하면서 독립을 향한 그의 열정에 감동하고 진심으로 그를 따르게 된다. 효섭은 각종 궂은 일을 도맡아 하며 헌신적으로 봉사한다. 그런 효섭에게 애화는 감동한다. 식량을 구하기 위해 마을에 내려간 영호가 돌아오지 않자, 기석이 성치 않은 몸으로 밖을 살피러 나갔다가 계곡에 빠진다. 효섭은 희생적으로 물에 뛰어 들어 물에 휩쓸린 그를 구하고 응급조치를 해 준다. 위기를 넘긴 기석이 잠이 들었을 때, 효섭은 흐느끼는 애화의 자태에서 성적인 충동을 느끼고 그녀를 포옹한다. 애화는 기석을 구해 준 효섭에 대한 감사의 표시라면서 그의 청을 받아들인다. 애화와 관계를 가진 효섭은 명애와의 사랑과 기석에 대한 죄스러움을 느끼면서 자책하며, 다시는 탈선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면서도 지적인 미모를 지닌 애화와 매력을 떨치지 못한다. 애화 역시 기석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독립 운동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뛰어든 효섭에 대한 동정으로 둘의 관계는 지속한다.
15. 봉순 어머니와 재회 : 식량을 구해 온 영호는 악화 된 기석을 보고 놀란다. 그는 기석의 회복을 위해 당분간 휴식이 필요하다면서 자신이 적당한 은신처를 발견했다면서 외딴집으로 인도한다. 그 곳에는 봉순 어머니가 살고 있었다. 그녀는 마을에서 쫓겨난 뒤 친정에 왔는데, 친정 어머니가 얼마 전에 사망한 후 혼자 살고 있다고 한다. 효섭을 만난 봉순 어머니는 몹시 기뻐하며, 일행이 자신의 집에서 얼마든지 쉬어도 좋다고 허락한다.
16. 봉순 어머니와 영호 : 효섭에게 야릇한 추파를 던지던 봉순 어머니는 효섭과 둘이 있는 기회가 오자 그의 품에 안기려고 한다. 그러나 효섭은 명애를 생각하고 피한다. 효섭에게 거절 당한 봉순 어머니는 영호를 유혹하여 관계를 가진다. 그러면서 효섭에 대한 원망의 마음을 품는다. 그러던 중 효섭이 산짐승이라도 사냥하겠다며 밖으로 나가고, 기석은 잠이 든다. 그 상황을 파악한 봉순 어머니는 영호를 유인하여 옆방에서 관계를 가진다. 정사를 나누면서 봉순 어머니는 '아, 효섭이 학생!'이라고 신음 소리를 낸다. 영호는 그녀가 잘 생긴 효섭이를 마음에 두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개의하지 않는다. 옆 방에서 기석을 간호하고 있던 애화는 효섭이가 봉순 어머니와 관계를 가지는 것으로 오해한다. 애화와 효섭의 관계를 눈치 챈 봉순 어머니가 의도적으로 효섭을 곤경에 빠뜨린 것이다. 빈 손으로 산에서 내려 온 효섭은 자신에게 싸늘한 눈길을 보내는 애화의 태도를 이해하지 못한다.
17. 그 뒤의 이야기 : 이 소설은 만주로 무대가 옮겨져서 새로운 사건이 펼쳐지는 듯하다. 그러나 나는 그 후속편을 읽지 못했다. 허문영 씨가 집필을 계속하여 작품을 완결지었는지, 어느 부분에서 중단되었는지 등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
허문영 씨의 작품 중에 '달래고개'가 대표작으로 거론되는 요인
이상이 '달래 고개' 1~3편의 내용이다. 그러나 30여 년 전의 기억을 재구성했으므로 정확성은 자신할 수 없다. 더구나 2편을 읽지 못한 상태에서 3편의 '지난 이야기 요약'을 토대로 구성했으므로 실제와 차이가 날 수 있다. 또, 그의 작품은 제목이나 등장인물의 이름 등을 바꿔서 여러 번 발행되었으므로, 위에 소개한 부분이 원작인지 개작된 작품인 지도 알 수 없다.
그런 중에도 허문영 씨의 작품 중에 '달래고개'라는 표제가 가장 많이 회자되고 있다. 그의 작품 중에 이 소설이 가장 외설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가장 많이 알려진 요인에 대해 개인적인 견해는 다음과 같다.
1. 탄탄한 줄거리 : 현대의 야설들은 대부분 특정한 줄거리가 없거나, 있다고 하더라도 남녀간의 정사를 나타내기 위해 억지로 꾸민 것이 많다. 그러나 이 작품은 소설로서의 줄거리를 유지하면서 전개되고 있다. 즉, 남녀간의 정사를 위해서 줄거리를 꾸민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그 관계가 필연성을 지닐 수 있도록 줄거리를 이끈 면이 있다. 또한 '달래고개'는 그의 작품 중에 드물게 장편으로 쓰여진 소설이기도 하다. 남녀간의 성적 묘사 못지 않게, 뒷 부분에 대한 독자의 궁금증도 이 작품이 읽힌 요인이었으리라고 본다.
2. 현실감이 있는 내용 : 이 작품이 읽혀지던 60~70년대는 학업을 위해 시골에서 도시로 유학을 온 학생들이 많았다. 그 학생들은 대개 하숙이나 자취를 하였다. 이 작품이 많이 회자되던 시대에는 하숙생이란 용어가 생소한 것이 아니었다. 그런 경험을 지닌 세대에게는 하숙집 모녀에 대한 효섭의 성적 충동이 현실감 있게 와 닿을 수 있는 소재였으리라고 본다.
3. 세밀한 심리 묘사와 등장 인물들의 내적 갈등 : 이 작품의 등장 인물들은 욕정에 빠져서 무조건 성을 갈구하지는 않는다. 등장 인물들은 나름 대로 자신의 행위에 대해 고민하고, 그러면서도 충동을 참지 못하는 점에 대해 내적 갈등을 겪기도 한다. 주인공인 효섭은 명애를 만난 뒤, 스스로 자제하려고 애를 쓰면서도 그래도 무너지는 자신의 행위에 대해 자책하고 있다. 그의 작품에는 인물들의 그런 심리 묘사도 나름대로 세밀하게 그려져 있다. 이 작품에서 가장 방종한 여인으로 그려진 봉순 어머니조차 자신의 딸을 생각하며 회한의 눈물을 짓기도 한다.
4. 근친 관련 요소 : 근친 관계는 사회적으로는 금기인 동시에 성적인 면에서는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소재이기도 하다. 이 작품에 근친과의 직접적인 성 관계는 없지만, 효섭이 영숙 모녀 모두와 관계를 맺는다는 점에서 근친 관계를 연상시키는 면이 있다.
5. 다양한 여인 군상 : 주인공 효섭은 10대 후반의 학생으로 설정되어 있다. 그와 관계를 맺은 여성들의 나이는 정확하지는 않으나 10대에서 40대에 이르기까지 각 세대에 걸쳐서 고루 분포되어 있다.
10대 : 명애, 영숙, 히데꼬
20대 : 애화
30대 : 봉순 어머니
40대 : 영숙 어머니
6. 전문 지식이나 이념 삽입 : 이 작품 속에는 일부분이지만 전문적인 지식도 피력되어 있다. 불륜을 저지른 봉순 어머니를 마을 단위에서 응징하고 삭발까지 하려는 이장 노인에게 효섭이 변호하는 대목이나, 독립운동의 필요성을 설파하는 기석의 발언 등에는 나름 대로의 전문적인 지식이 상당히 긴 내용으로 담겨져 있던 것으로 기억된다. 물론 그의 독자들은 그런 지식을 얻기 위해서 그의 책을 펼친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삽입된 지식이나 이념들은 큰 의미가 없었을 것이다.
7. 지순한 사랑 표현 : 효섭이 등장하는 모든 여인들과 난잡한 관계를 맺는 것은 아니었다. 명애를 대하는 그의 자세는 경건한 면도 담겨 있었다. 효섭은 그녀에게서 사랑을 느낀 뒤, 자신의 행위를 자제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여러 번 표현되었다. 효섭과 명애의 만남에서는 포옹과 가벼운 키스 이외는 노골적인 묘사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8. 은근한 성적 표현 : 성적으로 어느 정도 제약이 있던 사회 윤리 탓이겠지만, 이 작품에서 남녀 관계의 묘사는 현대의 야설이라는 입장에서 볼 때는 그리 노골적이지 않았다. 남녀 성기를 직접적으로 지칭하지 않았고, 성 행위 장면 역시 적나라하지는 않았다. 그 시대에는 통속적인 내용의 주간지(선데이서울, 주간경향, 주간조선 등)나 대중월간지(아리랑, 명랑, 사랑 등)가 많았는데, 그곳에 담긴 내용들은 외설적인 면에서 허문영 씨의 표현보다 결코 덜하지 않았다. 그의 작품에서는 남녀가 정사에 들어가기까지의 상황이나 심리에 대해서는 비교적 세밀하게 묘사되었지만, 막상 정사 장면에 들어가면 은근하게 넘어가거나 생략을 했었던 듯하다. 이것이 읽는이에게 더 강한 호기심과 여운을 주지 않았나 싶다.
* 자료 출처 : 저의 네이버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일부 발췌해서 편집했습니다.
http://blog.naver.com/yyhome53/60040339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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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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