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아는 정보들

목연공식계정
- 공개여부
- 작성일
- 2011.5.30
네이버 지식인의 활동에는 지식 문답이외에 오픈 지식 집필이 있습니다.
누리꾼들이 참가하여 사전을 집필하고,
그것이 기존의 국어, 백과 사전들과 함께 노출되는 시스템이지요.
저는 800여개의 글을 올린 바 있는데,
기록 차원에서 이곳에도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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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11. 4일 집필
급박한 일을 당하여 차림새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을 때의 상황을,
팬티 바람, 속옷 바람, 버선 바람 등이라고 표현한다.
그런 차림새에 왜 바람이라는 낱말을 썼을까?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라는 서양 격언이 있다.
세상의 모든 이치가 로마의 법률이나 제도와 관계있다는 뜻이다.
마찬 가지로 국어에 관한 대부분의 의문은 사전 속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우리는 흔히 바람이라고 하면
"기압의 변화로 일어나는 대기의 흐름."이나
"바라는 일. 소망. 염원 등"을 생각한다.
그것이 바람에 대한 첫 번째와 두 번째 뜻이다.
그러나 바람에는 이런 뜻도 있다.
바람3[의존명사]
1.《용언의 어미 ‘-ㄴ(은)’·‘-는’ 뒤에서 ‘바람에’의 꼴로 쓰이어》
‘원인’이나 ‘근거’를 뜻함.
예)급히 달려오는 바람에 서류를 놓고 왔다.
불쑥 내미는 바람에 깜짝 놀랐잖아.
2.《일부 명사 뒤에서 ‘바람으로’의 꼴로 쓰이어》
으레 갖추어야 할 것을 제대로 갖추지 아니한 차림새임을 뜻함.
예)셔츠 바람으로 손님을 맞다./버선 바람으로 달려나와 친구를 반기다.
즉 "팬티 바람, 속옷 바람" 에서의 바람은
"으례 갖춰야 할 것을 제대로 갖추지 아니한 차림새임"이란 뜻으로 쓰인 것이다.
다른 사람 앞에서는 겉옷을 단정히 입어야 하고,
속옷 차림을 보이면 실례인 것이 당연하다.
그래서 급한 일이나 부주의한 처신으로,
사람으로서 갖추어야 할 차림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때
즉, 팬티만 입고 있거나 속옷만 입었을 때,
신발을 신지 않고 버선 바람으로 밖으로 뛰어 나왔을 때
"팬티 바람, 속옷 바람, 버선 바람 등"의 표현을 쓰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표현에 왜 하필이면 바람이란 낱말을 썼을까?
낱말은 연상 작용에 의해서 그 뜻이 부단히 분화된다.
예를 들어서 한자어 樂을 보자.
이 글자는 애초에는 악기를 뜻하는 음악악자였다.
밑에 있는 것은 나무(木)이며
위의 가운데 있는 것(白)은 큰 북이고,
양 옆에 있는 것은 작은 북이다.
즉, 나무 판자 위에 여러 악기가 놓인 모양이
음악이란 뜻을 지닌 상형한자가 된 것이다.
그러나 음악은 풍류와 통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풍류라는 뜻이 생겼고, 아울러 '악기, 연주, 타다 등'의 뜻이 더해졌다.
한편, 음악을 들으면 사람들의 마음이 즐거워진다.
그럼으로 樂은 즐겁다라는 뜻이 더해지면서 락이라는 새로운 음이 생겨서
즐거울락이라는 한자가 되었다.
이렇게 즐거운 음악을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도 당연하다.
이에 樂은 좋아하다라는 뜻과 함께 요라는 음도 생겨서
좋아할요라는 한자가 된 것이다.
음악악이라는 상형자이었던 樂이
음악악, 즐거울락, 좋아할요라는 세 개의 한자가 되었듯이
바람은 애초에는 "기압의 변화"라는 뜻으로 쓰였겠지만
세 개의 뜻으로 분화된 것이 아닌가 싶다.
바람이 불면 사람의 마음에 변화가 생긴다.
봄바람이 불면 어딘가에 가고 싶은 마음이 일고,
청춘 남녀는 이성이 그립고,
그런 상대를 품고 싶은 마음도 생길 것이다.
가고 싶은 곳에 가는 것이나 그리운 이를 만나는 것은
누구나 바라는 일이고,
그로 인해 바람에는 "바라는 일"이라는 두번째 뜻이 생기지 않았을까.
한편, 바람이 한 번 지나가면 흔적이 남게 마련이다.
작은 바람이라면 그 자취가 곧 지워지겠지만,
거센 바람이라면 상처가 되고,
기존의 질서가 완전히 바뀔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바람이 불고간 자리는
"으례 갖춰야 할 것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차림새임"으로 보이지 않았을까?
그래서 바람의 세 번째 뜻이 생기지 않았나 싶다.
물론 지금에 와서는 "팬티 바람, 속옷 바람 등"의 바람은
애초의 뜻이었던 "기압의 변화"나 "바라는 일"과는 관계 없는
"으레 갖춰야 할 것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차림새임"이라는
새로운 동음이의어로 쓰이고 있다.
樂이 전혀 다른 글자인 음악악, 즐거울락, 좋아할요의 세 글자로 쓰이듯이….
* 자료 출처 : 제가 알고 있는 상식을 국어사전을 참고하여 정리했으며,
바람의 뜻이 분화된 과정은 저의 생각으로 고증할 수 있는 자료는 없습니다.
* 네이버 지식인에서 <아하! 그렇구나>에 선정된 글입니다.
http://kin.naver.com/open100/detail.nhn?d1id=11&dirId=110801&docId=287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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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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