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운복샘의 편지

목연공식계정
- 공개여부
- 작성일
- 2014.6.30
다음은 양구여자고등학교 정운복 선생님이
2014년 6월 30일에 제게 보내준 글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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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엊그제 늦은 저녁을 먹고 편안한 차림으로 동네를 한 바퀴 돌다가
무계획적으로 꽃집에 들렀습니다.
어쩌면 집을 장만하고 이사 걱정이 없어진 지금
큰 화분을 들여놓고 싶은 생각에
무의식적으로 발길이 향했는지 모릅니다.
사막의 장미라고 이름 붙은
오래된 다육이과의 목본에 눈길이 멈추었습니다.
마디게 자라 근 20년은 족히 컸을 식물을 사면서
그 오랜 세월의 역사를 돈으로 산다는 것이
미안하게 느껴졌습니다.
(* 마디다 : 1. 쉽게 닳거나 없어지지 아니하다.
2. 자라는 속도가 더디다.)
바오밥나무처럼 생긴 몸통에 붉은 꽃이 피었고
통통한 몸매에 단단한 잎사귀는 왜 이름이 사막의 장미인지
설명해 주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사막의 장미의 원 고향은 아덴만의 여명으로 잘 알려진 지역
즉 예맨 이랍니다.
고향을 떠나 어렵게 삶을 유지해온 설움이
붉은 꽃으로 피어났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거실에 화분을 들여놓고 나니
마음이 평화롭고 고요해졌습니다.
식물들이 주는 청정한 공기의 물리적 혜택보다도
멋스러움 속에 평안을 선사해주는
감정적 혜택이 참으로 좋습니다.
사막의 장미를 만나던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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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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