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양구여자고등학교 정운복 선생님이

2014년 12월 31일에 제게 보내준 글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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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춘천이 고향인 저는

성장할 때까지 감나무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이야기 속에서

“감나무 아래 입을 벌리고 누워있다.”는 표현이 있고 보면

감은 처음부터 노란 색으로 열리는 줄 알았고,

처음부터 물렁물렁한 줄 알았습니다.

 

중학교 때 충청도 땅을 처음 밟게 되었고

감도 처음에는 푸른 색깔을 띤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나뭇잎이 다 진후인 가을에

주렁주렁 대형 꽃처럼 감이 열려있는 감나무가

그렇게 신비로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감은 물렁물렁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주 단단하기 이를 데 없었지요.

만약 감나무 아래 입 벌리고 있는데

그 단단한 감이 떨어진다면

옥수수의 단체 퇴출이 발생하는 살벌한 현장이 될 텐데…….

 

그것은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문화의 충격이었습니다.

우리는 겪어보지 못하고 경험해보지 못한 사실에 대하여

막연한 선입감을 갖고 살아갑니다.

그리고 들어왔던 대로 쉽게 믿어버리고 말지요.

 

어떤 사람이 중동을 여행하다가

아내를 위하여 보석가게에 들렀습니다.

 

반지 하나를 사고 나오는데 상인이 붙잡으며 말합니다.

“둘째 부인, 셋째 부인 것도 사야지 하나만 사면 어떡합니까?

바람둥이로 취급으로 불쾌한 여행자에게

옆에 있던 가이드가

이곳은 일부다처제라서 그런 것이라고 알려 주었습니다.

 

우리나라도 그리 머지않은 과거에는

일부다처제가 허용이 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부일처제가 정착되고 나서

인식의 고정된 틀이 불쾌함으로 나타난 것이지요.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는 것은

집단사고(group think)에 영향을 받습니다.

즉 의사 결정 과정에서

집단 구성원들이 집단의 응집력과 획일성을 강조하고

반대 의견을 억압하여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경험의 범주외의 일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믿는데서 일어나는 착각과

집단적 합리화와 외부집단에 대한 고정관념이 일어날 수 있고

획일적으로 동조하려는 사회적 압력이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공자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중오지필찰언 중호지필찰언

重惡之必察焉 重好之必察焉

[모든 사람이 그를 싫어하더라도 반드시 살펴야 하고

모든 사람이 그를 좋아하더라도 반드시 살펴야 한다.]

 

* 목연생각

공자님의 말씀에서 ‘모든 사람’을 ‘나’로 바꾸어 보았습니다.

내가 그를 싫어하더라도 반드시 살펴야 하고,

내가 그를 좋아하더라도 반드시 살펴야 합니다.

 

내가 싫어한 사람이 누구인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국회 앞에서 피켓을 들고 하소연 하는 세월호 가족 앞을 지나면서

싸늘한 눈길을 보낸 어떤 여성 분!

나는 그녀를 몹시 싫어했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정말 싫어해야 할 사람인가 생각해 보겠습니다.

 

내가 좋아한 사람은 프란치스코 교황입니다.

과연 그분이 우리가 진심으로 좋아할 분인지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하면서 깊이 알아보아야 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