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홀로 나누는 문답

목연공식계정
- 공개여부
- 작성일
- 2015.11.9
제 일기장에서 나눈 문답입니다.
목연샘!
그대는 2015년 11월 6일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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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6일부터 사흘 동안 정신이 없었습니다.
아내와 함께 시골집을 머물고 있었습니다.
나는 나무를 패고, 아내는 잔디밭에서 잡초를 뽑고 있었지요.
그러던 중에 아내가 “아이 따가!”라고 외치더군요.
벌에게 왼팔 팔꿈치 윗부분을 쏘인 것입니다.
시골에 있다 보니 벌에게 쏘이는 것은 다반사입니다.
매년 서너 번씩은 쏘이곤 했으니까요.
그때마다 두어 시간 근질거리거나
운이 없으면 일주일 정도 통증이 지속되는 정도였습니다.
아내나 나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하던 일을 계속했습니다.
벌에게 쏘이고 10분쯤 지났을까요?
아내는 가슴이 답답하다면서 방에 가서 누워야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어지러우니 부축해달라고 하더군요.
내가 부축하여 팔짱을 끼고 서너 걸음 걸었을까요?
아내의 다리가 풀리면서 그대로 쓰러졌고 나도 함께 엉덩방아를 찧었습니다.
“여보, 왜 그래?”
“몰라. 가슴이 답답해.”
그러면서 아내는 바로 의식을 잃었습니다.
나는 당황했습니다.
병원에 가야될 것 같은데,
혼자의 힘으로 아내를 차에 태울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 집 주변에서 제일 가까운 이웃이 5분 거리이고요.
그곳에는 노인분이 살고 계시는데 지금 댁에 계시는 지도 알수 없었습니다.
일단 아내를 잔디밭에 앉게한 뒤 물을 마시게 했지만,
두어 모금 마셨을까, 다시 의식을 잃더군요.
그야말로 악전고투 끝에 승용차까지 아내를 이동시켰습니다.
아내가 완전히 의식이 없는 상태에
혼자서 들어서 차에 태우는 것이 몹시 힘들었습니다.
운전석 뒷자리로 간신히 걸터앉게 한 뒤
다시 조수석 뒤쪽의 문을 열고 힘겹게 차에 태웠습니다.
그리고 원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고요.
면사무소가 있는 소재지까지 10분이면 갈 수 있지만
그곳의 의료 시설은 보건소 정도이니까요.
그때는 119 신고도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119신고를 한다고 해도 면소재지에서 우리 집까지 오려면 10분 이상 걸릴 테고,
차라리 그 시간에 내가 몇 분이라도 빨리 병원으로 가는 것이
더 좋았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다만 나는 의료에 대한 아무런 상식이 없었으므로
응급조치 등을 못하므로 혹시 시급한 상황이었다면
큰일이 날 수도 있었다는 위험성은 있었고요.
차에 오르자 아내는 약간 정신이 나는지 춥다고 했습니다.
집에 가서 모포를 가지고 나와 덮어준 뒤에 원주를 향해 차를 몰았습니다.
아내는 계속 춥다고 했습니다.
승용차 히터를 틀어도 여전히 춥다고 하고요.
반면에 운전을 하는 나는 히터의 열기 때문에 정신이 없었습니다.
온몸이 땀에 젖을 정도였으니까요.
나는 가끔씩 말을 시켰습니다.
- 지금 어때? 아직도 추워? 이제 원주까지 절반은 왔어. 등등
아내의 상태가 궁금하다기보다는
의식이 있는지 더 나빠지는 것은 아닌지 불안했기 때무입니다.
아내는 가끔 신음을 내면서 “춥다.”라고 대답은 했지만
대화라고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계속 원인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 오늘 과로를 했나? 그렇지는 않다.
- 벌에 쏘였기 때문일까? 지금까지 한두 번 쏘였나? 또, 머리도 아니고 팔인데….
- 그럼 다른 병? 그렇다면 그게 뭐지?
- 왜 춥다고 하나? 가슴이 답답한 것은 뭐고?
무엇하나 확실하게 집히는 것이 없었습니다.
시골집에서 떠난 시간은 17:19분,
원주 성지병원에 도착한 시간은 17:58분.
바로 응급실로 갔습니다.
간호사 선생님은 사고원인을 물었지만,
정확하게 원인은 모르는 상태라 아는 대로 대답을 했습니다.
“16:20분쯤 벌에 팔을 쏘인 것 같다.
10분쯤 지난 뒤에 가슴이 아프다고 하더니 의식을 잃었다.
잠시 후에 깨어났지만, 거동을 못하는 상태이고 계속 춥다고 한다.”
아내는 약간 좋아진 듯 대화는 했지만
여전히 춥다면서 몸을 떨었습니다.
간호사 선생님과 함께 벌에 물린 곳을 보니
지름이 10cm 정도 되게 부어 있더군요.
시골집에서 떠날 때만 해도 쏘인 곳의 부운 정도가 콩알 정도였는데
그 사이에 그렇게 커진 것입니다.
그렇다면 벌에 쏘인 것이 원인일 듯도 싶었고요.
의사 선생님이 오셔서 살피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평소에 당뇨나 혈압 등 다른 증상이 없었다면
벌에 쏘인 것이 원인인 듯하다.
춥고, 어지럽고 등의 증상이 벌에 쏘이면 나타나는 현상이다.”
주사를 엉덩이에 두 대,
그리고 1시간 30분 정도 약이 들어가는 주사를 팔에 맞았는데
주사바늘이 못처럼 굵더군요.
주사바늘이 들어갈 때 아내가 몹시 고통스러워했습니다.
주사를 맞는 사이에도 아내는 계속 춥다고 했습니다.
침대에도 열선을 넣고, 배에는 핫백을 했는데도 여전히 춥다고 했고요.
그러나 말이 또렷한 것으로 보아서 정신은 좋아진 듯했습니다.
비로소 한숨을 돌린 나는 응급실 간호사한테 아내를 보아달라고 부탁한 뒤
밖으로 나와서 아이들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1시간 30분 정도 주사를 맞고 나니,
아내는 추위가 사라졌다고 하더군요.
의사선생님은 귀가해도 될 것 같다면서 하루치 약을 처방해주셨고요.
주의할 점은 앞으로 일주일 정도는 단백질 섭취를 하지 말라.
육류, 우유, 계란 등은 금하라, 과로하지 말라 정도였습니다.
위험한 상황을 넘기고 나니 치료비가 걱정되더군요.
지금까지 응급실에는 처음 왔거든요.
- 한 10만원 나오려나? 아니, 어쩌면 더 될 지도 몰라…….
치료비는 2만 7천원이었습니다.
약국의 약값은 1,700원…….
모두 합해서 3만원이 채 안 되었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저렴하여 오히려 놀랄 정도였습니다.
20시에 병원에서 나와 다시 시골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니 거의 정상인 상태였고요.
이런 상황을 보면서 느낀 것은 네 가지입니다.
1) 벌에 쏘이는 것이 위험할 수도 있구나.
지금까지는 벌에 쏘이는 것을 대단치 않게 생각했거든요.
여러 번 쏘였고, 큰 무리 없이 지나갔으니까요.
오늘 벌은 아마 말벌이나 땡피같은 큰 벌이었던 듯합니다.
2) 혼자 있는 것은 위험하구나.
만약에 아내나 내가 혼자 있었다면 정말 위험했을 것입니다.
주위에 가까운 이웃도 없는 시골이니까요.
이웃이 있다고 하더라도 우정 찾아 올 일이 많지 않으니
의식을 잃은 상태면 위험하기는 마찬가지겠지요.
3) 휴대전화를 항상 소지하고 있어야겠구나.
혹시 혼자 있다가 변을 당했다면,
약간의 의식이라도 있다면 가족에게 연락하거나 119 신고를 할 수 있다면
비극을 막을 수도 있겠지요.
4) 안전사고에 대비를 해야겠구나.
야외에서 일을 할 때는 모자를 쓰고 두툼한 옷을 입어야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살충제 같은 것도 주위에 두고,
견고한 신발, 두툼한 양말을 신어야 한다는 것도 깨달았고요.
사고 당시 당황했던 것을 생각하면 끔찍하지만,
그래도 많은 것을 깨닫는 기회가 되었으니 좋은 경험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5) 응급실 치료비가 어마어마하게 고가인 것은 아니구나.
나는 지금까지 응급실에만 가면 기십만 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오늘의 경우는 병원에서 수고해주신 것에 비하면 저렴하다는 것을 느꼈고요.
(소문을 듣고 오신 옆집 아저씨가 그러더군요.
"다행이 초저녁이라서 그렇지.
늦은 밤에 가면 전문 분야 의사선생님이 안 계실 수도 있고,
심야진료비가 첨가되어 치료비가 많이 나올 수 있다고요.)
끝으로 아내를 도와줘서 생명을 구해 준
원주성지병원 의사선생님과 간호사 선생님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성지병원 주변 (지도를 클릭하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덧붙임 : 반성
1) 아내가 쓰러졌을 때 바로 119에 신고했으면 더 안전하지 않았을까?
내가 아내를 차에 태우기까지 10여분이 소요되었는데,
신고를 했다면 10~20분이면 도착했을 것이다.
나의 경우는 아내가 쉽게 회복되었으니 다행이었지만,
만약에 더 위험한 상황이었다면 119 신고가 더 안전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구급차가 왔다면 기본적인 응급조치 등의 조치가 있었을 것이니….
2) 이웃에 도움을 요청했으면 어땠을까?
평소에 가까이 지내는 이웃이 있었다.
그집 아주머니에게 연락해서 도움을 요청하고 함께 행동했다면
조금 더 안정되었을 것이다.
3) 간단한 응급조치는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쓰러진 원인이 벌에 물린 탓이라는 확신은 없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혹시 벌에 쏘인 것 때문?'이라는 의심은 했다.
벌레 물린데 바르는 약 정도는 집에 있었으니,
그것이라도 발랐다면 증상이 완화되었을 지도 모른다.
또한 좀 더 두툼한 침구를 차에 싣고 갔다면 오한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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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