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운복샘의 편지

목연공식계정
- 공개여부
- 작성일
- 2017.7.28
다음은 양구여자고등학교 정운복 선생님이
2017년 7월 28일에 제게 보내준 글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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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설레발은 몹시 서둘러대며 부산을 피우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수선하게 행동하고 지나치게 나대고 소란을 떠는 것을
'설레발친다.'라고 하지요.
이 설레발은 ‘설레발이’라는 동물에서 기인한 단어입니다.
습기가 많은 베란다의 화분 근처나 싱크대 근처에서 흔히 발견되는 것이
이 설레발이입니다.
설레발이는 그리마 과에 딸린 절족동물로서
몸은 어두운 황갈색에 얼룩무늬가 있고,
19개의 마디로 되어 있으며
각 마디마다 발이 두 개씩 달려 있습니다.
설레발이는 많은 발을 움직이며 이동하기 때문에
그 행동이 몹시 부산해 보입니다.
그런 특성을 따서 만들어진 단어가 ‘설레발’이고요.
설레발의 대표적인 예로는 토끼와 거북이가 있습니다.
토끼는 우월한 기능을 갖고 있었으면서도
설레발치는 바람에 게임에 지는 결과를 받아들고 만 것이지요.
2014년 여름에 브라질에서 월드컵 축구가 열렸습니다.
그 때 우리나라는 벨지움, 알제리, 러시아와 함께 H그룹에 속했었고요.
조 추첨 결과를 접한 대한민국 축구팬들은 역대급 꿀조라고 열광했습니다.
16강을 넘어 원정 8강까지 갈 수 있으리라는
부푼 희망을 피력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현실은 무기력한 경기 끝에 승점자판기로 전락하였고
결국 1무 2패, H조 최하위로 예선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셨습니다.
설레발의 결과 치고는 참담한 경험이었고요.
설레발이나 오두방정은 유사관계에 놓인 단어입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이치도 그러합니다.
미리 속단하고 떠벌리며 부산스러운 것보다는
침착하고 진중하며 사려 깊은 것이 중요한 것이니 말입니다.
* 목연생각
1970년대 박정희 씨의 유신 시절에
포항 영일만에서는 석유가 발견될 가능성이 제기되었고,
우리나라는 산유국이 될 것이라는 희망에 부풀었습니다.
그때 영부인 역을 대행하던 박근혜 씨는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기자들에게 발표를 했습니다.
나는 석유 발굴에 대한 책임있는 인물의 공식적인 언급을
박근혜 씨의 발표를 통해 들은 것이고요.
입대를 앞두고 있던 나는 큰 기대를 갖고 훈련소로 갔지요.
사회와 격리되어서 뉴스를 접하지 못하고 있는 동안
가장 궁금한 것이 석유 소식이었습니다.
첫 휴가를 나왔을 때는 그 소식부터 찾아보았고요.
경제성이 없어서 시추를 포기했다는 결과를 듣고
마치 속은 듯한 마음에 허탈한 생각이 들었지요.
4년 전에 대통령이 된 박근혜 씨는
우주의 기운 운운하면서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통일대박을 발표하셨지요.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분의 임기 동안에 통일은 더욱 멀어진 듯하고요.
지금 고통을 겪고 있는 분을 비아냥거리는 듯해서 죄송하지만,
내게는 그분을 생각하면, 석유와 통일의 두 가지가 떠오르는군요.
남의 말을 할 것이 없이
나부터 설레발치지 말고 입방정을 떨지 말자라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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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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