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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문학회에서는 매월 1회 모임을 하고 있다. 모임에서는 회원들의 작품을 읽고 합동 비평을 하는 시간이 있는데, 그 달에 나눌 작품을 카페를 통해서 공지하고 있다. 8월의 합평 작품은 김명숙 작가의 수필 2편이다.

 

횡성문학회의 5월과 6월 합평회에서는 김정자 시인과 구분옥 시인의 시들을 3편씩 감상했고, 7월 합평회에는 김승기 작가의 수필 2편을 감상했다. 8월에도 수필이니 7월의 경험이 있어서인지 반가웠다. 횡성 글벗인 김명숙 작가의 작품들을 읽으면서 떠오른 생각을 적어보겠다.

 

작품 1 북천리 115번지

 

이 글은 이런 문장으로 시작하고 있다.

 

누적된 피곤이 가실 줄 모른다

온몸의 뼈들이 아우성을 치며 서로 치고받기 게임이라도 하는 것 마냥 ,마무리가 잘 못 된 공사판의 시멘트 바닥마냥, 자잘하게 금이 간 그것들이 금방이라도 나를 바닥으로 무너지게 할 것만 같은 강도다.

 

제목인 북천리 115번지는 작가의 친정이자 고향이다. 그러나 그 고향 땅에는 지금 태우아파트니 중앙아파트 등이 들어섰으니 예전의 그 고향은 아니다.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문득 정지용 시인의 시구가 떠올랐다.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정지용, 고향)

 

이런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는듯하다. 그 마음을 작가는 이렇게 표현했다.

 

오던 길을 돌아 흐느적흐느적 내 집이 보이는 골목에 들어섰을 때, 어디선가 '엄마~' 하고 부르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살폈다. 아무도 없다. 그건 옛날에 내가 엄마를 부르던 소리, 어린 날 내 딸들이 나를 부르던 소리였다.

 

어린 시절 내가 엄마하고 불렀듯이, 내가 엄마가 되었을 때 딸들이 를 그렇게 불렀듯이, 딸이 자란 뒤에 손녀들이 그렇게 부를 것이다. 나의 고향도 작가의 고향과 다름이 없고, 고향을 찾았을 때 내 마음 역기 그럴 테니 마치 나의 일기장이나 고향방문기를 보듯 친근감이 느껴졌다.

 

작가는 작품 속에서 자신의 고향을 그린 시 두 편을 덧붙였다. ‘시가 있는 산문이라고 할까? 예전에 시가 포함되어 있는 산문을 읽으면서 그 작품을 쓴 작가를 부러워한 적이 있다. 시를 쓰기도 어렵고, 수필을 쓰기도 쉽지 않은데 시와 산문이 함께 있는 글을 쓰는 작가의 문재가 부러웠던 것이다. 북천리 115번지를 읽으면서 예전의 부러움을 다시 느꼈다.

 

작품 2 파란 대문

 

이 글은 이런 문장으로 시작하고 있다.

 

끝도 없이 뻗은 신작로를 따라 한없이 걷다 보면 그 끄트머리에 파란 대문이 하나 있었다.

언니~’ 하고 부르면 그 커다란 대문이 삐죽이 열리면서 그녀들이 뛰어나오곤 했다. 그녀가 둘째언니인지 셋째언니인지 아니면 넷째언니인지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그녀들은 언제나 내 꿈속에서 그렇게 커다랗고 파란 대문을 열고 뛰어나왔다.”

 

첫 문장을 읽으면서 어린 시절의 향수와 함께 친근감을 느꼈다. 우리 집은 4형제, 그중에 나는 장남이었다. 우리가 형제가 많은 것도 아니다. 친구들 중에는 5남매나 6남매도 많았고, 9남매의 막내인 친구도 있었다. 그 친구의 이름은 구만이었다. 9남매 중 막내딸, 아들이 셋째인가 넷째에 있었고, 모두 딸이다. 초등학교 시절에 어느 선생님이 구만이에게 아홉째래서 구만이구나.”라고 하시자, 친구들이 합창하듯 소리쳤다. “아뇨. 이젠 더 안 난다고 구만이래요.”

 

몇 년 전에 동창회 때 그녀를 만났는데, 우수개소리 삼아 이런 말을 했다.

나도 나이가 들었는지 요샌 모든 게 오락가락해. 언니가 하도 많다 보니 저 언니가, 넷째인지, 다섯째인지 헷갈려.”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작가의 글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초등학교 시절과 동창이 떠올랐다. ‘둘째언니인지 셋째언니인지 아니면 넷째언니인지는 분명치 않다.’는 말에서 작가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구만이가……. 사람 사는 것이 다 그런가 보다. 고향의 모습은 강원도나 충청도나 다른 어느 곳이라도 거기서 거기이고, 어느 동네이던지 딸 많은 집이나 파란 대문집은 있었을 것이 아닌가.

 

작가는 방바닥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공기놀이를 하거나, 핀 따먹기를 하거나, 자투리 털실로 어설프게 뜨개질하던 모습들이 어느 날 문득 사라져버렸으며, ‘그녀들이 어디로 갔는지 엄마에게 물은 기억은 없다라고 했는데, 아마 나의 친구들이나 누이들의 추억도 그럴 것이다. 나는 어떤 글이 문학적인 글인지는 잘 모르지만, 독자에게 공감을 느끼게 하면서 많은 생각을 떠오르게 하면 성공한 글이라고 생각한다.

 

힘들지 않게 읽으면서 내 추억을 떠올리면서 잠시라도 꿈에 잠겼다. 한편의 글이 그러면 되지 않았을까? 나의 기준으로 볼 때 김명숙 작가의 글은 성공한 글이고, 좋은 작가라고 생각한다.

 

김명숙 작가는 테마수필의 필진으로 활동하는 수필가로서 강원문인협회와 횡성문인협회 회원이다. 공저인비손등 여러 권의 작품집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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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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