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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코일기 2
글쓴이
작가1 저
북로그컴퍼니
평균
별점9.6 (5)
목연

 

 

이 책은 안흥도서관에서 만나게 된 책이다. 책에 대해서는 아무런 배경지식이 없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그림체가 단순해서 읽기가 편안할 듯했고, 둘째는 모두 2권이니 시간적인 부담이 적을 듯해서이다. 얼마 전에 이두호 화백의 20권짜리 임꺽정을 읽으면서 고단함을 느꼈으므로 이제는 좀 쉬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런 인연으로 만나게 된 책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몇 가지만 적어보겠다.

 

첫째, 2권의 마지막 장을 넘길 때는 여성들의 고통이 느껴져서 무거운 마음을 느꼈다.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 화장을 하고 몸을 조이거나 행동이 불편한 의상을 입고 평생을 살았거나 살고 있는 여성들의 고통을 다는 아니겠지만, 상당 부분 이해를 했다. 나의 대학시절에는 장발과 미니스커트가 유행했었다. 자신의 사생활은 그리 깨끗한 것 같지 않지만 국민들의 이탈은 불편했던지 당시 대통령은 장발과 미니스커트를 단속했다. 경찰을 통해 머리를 자르기도 했고, 치마 길이를 재기도 했다. 그 무렵 나도 머리를 기른 적이 있는데, 장발이 좋아서라기보다는 저항의 표시였다. 그러나 머리를 그리 오래 기르지는 못했는데, 가장 큰 이유는 불편해서이다. 머리가 기니 머리도 자주 감아야 하고 관리 자체도 불편했다. 나의 그 불편이 여성들의 화장이나 의복 등에 대한 불편에 비할 수 있을까? 몸을 관리하기 위해서 얼마나 수고를 했을 것이며 치마를 입었을 때는 불편함은 어떠했을까? 한겨울에도 짧은 치마에 스타킹만 신은 여성들을 보면서 여성은 남성과 달리 추위에 강한가 보다, 라는 어리석은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그런 것을 견디면서 고통이 얼마나 컸겠는가? 그런 고통에서 해방되자, 라는 탈코 운동의 속뜻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둘째, 여성을 바라보는 나의 자세에 대해서도 반성의 마음이 일었다. 나는 페미니즘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성을 상품화하는 생각과도 거리가 멀다. 나름으로 여성을 동등한 인간으로 생각했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그러나 교단에서의 마지막 학교에서의 나의 생활이 마음에 걸렸다.

 

나는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교사는 아니었다. 어떤 특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학생들과 잘 어울리는 성격도 아니었다. 그저 수업 내용만 전달하고, 해야 할 말만 전하는 밋밋한 교사였다고 할까? 어느 학교에서든지 학생들에게 인기가 있는 교사였던 적은 없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학교에서는 상당한 인기가 있었다고 하는데……. 그 학교는 여자중학교였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아쉬운 마음속에서 학생들에게 잘해주자는 생각을 했다. 수업을 할 때마다 학생들의 칭찬을 한 것이다. ‘너희같이 예쁜 얘들을 가르치게 되어서 기쁘다던가, 교실에 들어올 때부터 기분이 좋다, 너희를 만난 것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등의 말을 자주 했다. 학생들은 선생님은 말로만 그러신다. 다른 교실에서도 똑같은 말씀을 하신다.’라고 하면서도 싫지는 않은 듯했다. 나를 최고의 인기 교사로 꼽는 학급이 여러 곳이었다고 하는데, 그 비결은 칭찬이었던 듯하다. 그런 사실을 한참 뒤에 동료 교사가 귀띔을 해주는 바람에 알았는데, 퇴임 이후에도 나름 좋은 추억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탈코 선언을 한 여성의 관점에서 나는 상당히 문제 있는 교사였던 듯하다. 여학생들에게 예쁘다고 칭찬을 하는 것은, 그녀들에게 예뻐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준 것이 아니겠는가? 내 수업을 받은 학생들은 무의식적으로 여성은 예뻐야 한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 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언행이 모든 여성의 탈코 선언을 꿈꾸는 이들에게 악영향을 주었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반성을 했다. (아마 나의 마지막 학교가 남학교였다면, 나는 학생들에게 잘생겼다라고 칭찬을 했을 듯하다. 그렇다면 나도 남성은 잘 생겨야 하고, 여성은 예뻐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지니고 있는 것일까?)

 

셋째, 탈코 운동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실행은 현명하게 했으면 좋겠다. 이 책은 주인공 김뱀희의 친구인 백로아가 뱀희를 따라 탈코 선언에 동참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로아는 뚱뚱한 자신의 몸매가 싫어서 살인적인 다이어트 끝에 30kg 감량에 성공한다. 그 후 아름다워진 자신을 선망하는 주변의 시선을 즐기면서 여성의 권력은 아름다움에 있다는 신념을 지니게 된다. 그러던 중 뜻한 바 있어서 뱀희를 따라서 탈코 운동에 동참하면서 몸무게가 한 달 사이에 20kg이나 늘었다. 다이어트를 포기하니 그렇게 된 것이다. 로아는 그런 자신의 변화에 대견해 하는 듯하지만…….

 

탈코가 뚱보가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적당한 몸을 유지하는 것은 아름다움 이전에 건강을 위해서 필요하다. 괴물과 싸우다 보니 괴물이 되었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 지나치게 감량을 하는 것이 괴물의 몸이라면서 마음껏 먹고 뚱보가 되는 것 역시 괴물이다.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 자신을 괴물로 만드는 것 못지않게, 본능대로 먹고 놀면서 괴물이 되는 것도 한심한 짓이라고 생각한다.

 

넷째, 작가의 의도와 무관하게 개인적인 깨달음을 얻었다. 탈코 운동에 동참하기를 결심하는 로아는 화장품을 버리면서 이런 독백을 한다.

 

불쌍한 여자들……, 우리는 스스로를 안타깝게 여길 필요가 있다. 아주 짧게, 아주 잠깐 동안 슬퍼하고, 오래 분노하라(163)”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그것은 남성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만족이라고 믿고 싶어 했던, 예쁨이 권력이라고 착각했고, 가질 수 있는 권력이 그것밖에 없던, 그 사실에 의문조차 품지 못했던 지난날의 자신(대부분의 여성을 상징하는 듯)에 대해 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렇게 어리석게 살았던 과거를 잠깐만 슬퍼하되,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던 환경(여성을 그렇게 만든 사회와 남성)에 대해서는 오래오래 분노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나는 그 말에서 엉뚱하게도 이런 생각을 했다.

 

불쌍한 대한민국 역사……, 우리는 스스로를 안타깝게 여길 필요가 있다. 아주 짧게, 아주 잠깐 동안 슬퍼하고, 오래 분노하라

 

시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다가 35년 동안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고, 해방이 되고도 이승만 같은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아서 반민특위를 해체하는 등, 친일 청산의 기회를 놓쳤으며, 박정희와 전두환 같은 군인들의 반란을 막지 못한 우리 역사를 안타깝게 여길 필요가 있다. 그러나 너무 비탄에 잠기지는 말자. 아주 짧게, 아주 잠깐 동안 슬퍼하되, 야당 대표라는 사람이 국회에서 반민특위는 민족을 분열시켰다는 망언을 해도 계란 하나 던지지 못하는, 아직도 친일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한 현실에 대해서는 오래 분노하자고……. 아마도 작가는 자신의 책을 읽은 독자들이 이런 생각을 하리라고는 짐작도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진리는 통하는 것이 아닐까? 모든 길이 로마와 통하듯이 독립 투쟁, 민주 투쟁, 인권 투쟁, 노사 투쟁, 탈코 투쟁 등에 몰입하다 보면 어쩌면 어느 순간에 같은 정상에서 만날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누구에게 권할까? 잘 모르겠다. 페미니즘에는 관심이 없고, 탈코에 대해서는 뜻도 모르던 나와 같은 문외한을 2권까지 완독했다는 것은 이 책이 그만큼 매력을 지니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아마도 이 책의 내용을 지지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반대하는 이는 아직은 그보다 많을 것이다. 그러나 여성들의 삶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게 하는 책인 것은 분명한 듯하다. 여성들은 중학생 이상이라면 읽어볼 만하다고 생각하고, 여성의 삶이 궁금한 남성들에게는 흥미 있는 책이 될 것이다.

 

* 덧붙임 : 이 책의 주인공 김뱀희, 백로아, 도수리이다.

  

 
 

 

 

머리를 보면, 뱀희와 수리는 단발이고, 로아는 장발이다.

이 책에서는 탈코의 1단계를 단발로 보았다.

로아 혼자 립스틱을 발랐다.

2단계는 화장을 서서히 줄이는 것이고…….

탈코 선언을 한 로아는 뱀희와 수리처럼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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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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