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흥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다. 저자나 작품에 대해서는 아무런 배경지식이 없었다. 사실 이런 책은 나의 취향이 아니다. 나는 만화를 좋아하지만, 역사나 문학적인 주제를 좋아한다. 이 책은 내용이 거칠지 않을까 싶어서 부담스러웠지만, 일단 1~3편을 빌려보았다. 생각보다는 쉽게 몰입했으면 단숨에 3권까지 완독했다. 도서관에 반납을 한 뒤에 나머지 5권(4~8편)도 빌려온 것이다. 그런 인연으로 만난 4편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몇 가지만 적어보겠다.

첫째, 1편에서부터 느낀 것이지만 빠른 전개가 마음에 들었다. 1편에서 고3이던 주인공 새로이는 4권에서는 3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서 꿀벌이라는 업소를 경영하고 있다. 반동인물인 근원이는 아버지 회사의 상무로 근무하고 있다. 10년의 세월이 흐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크게 생략한 것도 없다. 독자가 알아야 할 것은 모두 전달하면서 거침없이 세월이 흐르고 있으니 지루할 여유가 없었다.

둘째, 애정관에 있어서 오수아의 심리가 궁금했다. 4편까지의 상황만 볼 때 박새로이는 오수아를 좋아하고, 장근수는 조이서를 좋아하며, 조이서는 박새로이를 좋아하고 있다. 또 다른 주요 인물인 장근원은 애정관계가 딱히 드러나지 않았다. 박새로이, 장근수, 조이서가 각각 상대를 좋아하는 심리는 이해가 된다. 특히 작가는 조이서가 왜 박새로이에게 집착하는지도 여러 상황과 독백 등을 통해서 전달하고 있다. 그러나 오수아는……? 잘 모르겠다. 그녀가 장근원네의 기업인 장가에 입사한 것은 금전적인 이해관계라고 이해할 수 있지만, 박새로이에게 마음을 열지 않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셋째, 새로운 인물의 등장이 작품의 재미를 더해준다. 4편에서는 펀드매니저인 이호진이 등장한다. 새로이와 근원과 수아의 동창으로 근원에게 학교폭력을 당하고 있었다. 그로 인해 새로이가 퇴학을 당하고 아버지가 사고사하는 등 모든 사건의 발단이었지만, 1편에서는 이름은커녕 얼굴도 확실하지 않았다. 그는 서울대학교에 진학하여 경영을 전공했고, 새로이의 파트너가 되는 것이다.

강민정도 등장한다. 그녀는 장가 회장 장대희의 조카(누나 또는 여동생의 딸)로 장가의 실세이다. 이호지는 그녀의 비서로 있으면서 새로이와 연결의 고리가 되는 듯하다.

또 한 인물이 등장한다. 혜원이 아빠! 새로이 부친의 사고사 때 담당 경찰로 사건을 무마시켰다. 새로이가 그를 끈질기게 찾은 이유는 결정적인 순간에 유리한 증언을 끌어내기 위해서인 듯하다.

넷째 주먹 악수가 신기했다. 새로이와 호진이가 만났을 때 주먹 악수를 나누는 것을 보고 코로나 상황을 실감했다. 그러나 이상하다. 이 책의 초판은 2018년 3월, 내가 보고 있는 재판은 2019년 10월에 발간되었다. 초판 발간 때는 물론이고, 재판 발간 때까지도 코로나는 거의 문제가 안 되던 때라, 주먹 악수는 일반화되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들은 어떻게 해서 주먹 악수를 나누는 것일까?

2018년도에 어떻게 이런 악수가 가능했는지 궁금하다. 2년 뒤에 주먹 악수가 일반화될 것을 미리 알았다면 작가의 예지 능력은 상상 이상이다.

이 작품을 누구에게 권할까? 재미있고, 편안하게 책장을 넘길 수 있다. 내용이 좀 험악하기는 하지만 그 속에서도 나름의 교훈을 찾을 수 있는 듯하다. 중학생 이상이면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칫하면 등장인물들을 이상적인 인물로 볼 수도 있으니, 가치관이 어느 정도 형성된 고교생 이상이 읽었으면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