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리뷰

목연공식계정
- 작성일
- 2023.10.27
사일구
- 글쓴이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기획/윤태호 글그림
창비
2년 전인 2021년에 강림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은 책이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시리즈로 펴낸 4권 중에 한 권이다. 그때 많은 생각을 했고, 이 책의 리뷰를 정성껏 쓰고 싶었다. 그러나 결국은 쓰지 못했고, 책을 반납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내용도 잊어버렸는데, 어제 다시 펼쳤다. 그들과 같이 불의에 항거해서 저항하지는 못하더라도 리뷰만은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읽은 책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몇 가지만 적어보겠다.
첫째, 정의와 불의를 판단하고, 자신이 선택한 길을 걷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주인공인 김현용은 1936년 생으로 가난한 가정에 태어났다. 12세 때 의미도 모르는 상황에서 해방을 맞아 남들과 함께 덩달아 기뻐했고, 6.25 전쟁 때 피난을 가다가 폭격으로 아버지를 잃었으며, 15세의 어린 나이에 소년병으로 끌려갔다가 다리에 장애를 입었다. 그는 자신의 생환을 기다리고 있을 어머니를 생각하며 기를 쓰고 살았다. 어머니는 돌아온 아들을 위해서 모든 것을 희생하며 뒷바라지를 했다. 현용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좌도 우도 아니고, 민주도 독재도 아니며 오직 생존만이 삶의 최고 목표였다.
4월 혁명을 맞아 학생들이 들고일어날 때 그는 보수의 편에 서서 분노했다. 이렇게 살아있는 것만도 얼마나 큰 행복인데 저놈들은 배가 불러서 저런다고……. 그러나 그의 절친인 나석민은 독재에 저항하다가 총에 맞았고, 하나뿐인 아우인 현석이는 석민이를 구하겠다고 나서다가 다리에 총을 맞아 불구가 되었다.
현용은 끝까지 보수의 편에 서서 독재에 저항하는 학생들을 폄하하고, 민주 투쟁을 하는 사람들을 비난하다가 살 만큼 살고 세상을 떠난다. 그는 둘째 사위가 호남 사람이라고 해서 거리감을 두기도 한다.
주변 이웃 중에는 북에서 월남한 사람도 있고, 파월 용사로 베트남에서 공산당과 싸운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공통된 점은 평소에는 차분하고 의리가 있지만, 이념 문제가 화제가 되면 입에 거품을 뿜으며 좌익을 비난한다. 이승만이 비록 독재는 했지만, 그 사람 때문에 6.25 때 적화를 막았고, 박정희가 권위주의적인 문제점은 있지만 경제 개발의 공이 90%라면 과는 10%라는 것이다. 김대중이나 노무현 또는 문재인은 민주나 인권을 위해서 노력한 점은 인정하지만 그들이 북에다 퍼줘서 지금까지 북한이 연명하면서 남을 위협하고 있다고 한다.
김현용의 논리와 흡사하다. 힘들게 살면서 노년까지 살아왔고, 이 모든 것이 이승만, 박정희 등의 반공 세력 때문이라고 믿고 있는 그들과는 정치나 이념 문제에서는 대화가 불가능했다.
둘째, 그래도 인간성 밑바닥에 흐르는 이성에 희망을 느꼈다. 현용은 자신의 둘째 사위가 호남 사람이라는 이유로 거리감을 두었고, 그의 앞에서는 일부러 호남 출신 유명 정치인의 험담을 늘어놓을 정도로 극우의 마음이 한결같았다. 그런 현용이 말년에 치매에 걸렸을 때 아내나 자식 등 가족 이름은 모두 기억하지 못하면서 오직 둘째 사위의 이름은 기억했다고 한다. 그가 자신의 사위라는 관계는 모르면서도…….
수수께끼는 마지막에 풀린다. 현용은 촛불집회에 나간 시위대에서 둘째 사위와 딸을 보고 사진에 담았고, 마지막까지 소중하게 간직한다. 생존을 위해서 좌를 매도하고 우에 자리했지만, 그 역시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알았다는 의미일까? 거기까지는 아니라도 마음으로는 이해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문득 자신의 친인척에게는 지극히 관대하면서도 정적에게는 당사자는 물론 가족까지 파헤치며 괴롭힌 어떤 권력자가 생각났다. 그가 그렇게 살다가 죽더라도, 그의 마음속에 현용 정도의 인간성이 남아있기를 기대했다.
셋째, 역시 윤태호 화백이었다. 나는 그의 작품인 『미생』을 애독했고, 지금도 웹툰에 연재되는 작품을 읽고 있다. 빈틈없는 구성과 세밀한 그림을 보면서 역시 윤태호 화백이라는 감탄이 나왔다. 같은 사건이라도 어떤 작가를 만났느냐에 따라 생각하지 못한 방향을 보면서 뜻밖의 감동을 주는 듯하다.
이 책을 누구에게 권할까? 진보나 보수라는 이념을 떠나서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만나게 되었으면 좋겠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을 더욱 단단하게 해줄 것이고, 나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의 처지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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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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