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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12.19
유충렬전 (큰글자책)
- 글쓴이
- 작자미상/이상구 역
지식을만드는지식(지만지)
강림도서관의 책나눔 이벤트에서 받은 책이다. 이 시리즈의 책이 20여 권 나왔는데, 대부분 거의 새 책이라고 할 만큼 양호한 상태였고, 내용은 물론이고 해설 등의 편집도 좋았다. 모두 가져올까 생각하다가 다른 사람에게도 기회를 주기 위해서 가끔씩 한두 권 가지고 왔는데, 일곱 권째로 선택한 책이다.
읽을수록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드는데도 불구하고, 두어 달이 넘도록 주인을 만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책을 읽고서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들을 몇 가지 적어 보겠다.
첫째, 생각보다 대단하다는 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은 중학 시절에 읽은 듯하다. 중학생보다는 초등학생에게 더 어울릴 책일 수도 있으나 나의 어린 시절은 나라도 가난했다. 초등학교 시절까지는 학교 도서관이나 도서실이 없었고, 중학교 시절에도 도서관이 없었으나 고전소설 선집 중에 한 권으로 이 책이 들어왔다. 어떤 출판사였는지 모르겠는데, 원전이 아니라 아마도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을 상대로 요약한 책인 듯하다. 나름 재미있게 읽은 듯하지만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개인적으로 유충렬전을 대단치 않게 생각한 이유는 교과서나 참고서에서는 군담소설이나 영웅소설의 예를 들 때 제목 정도만 나왔을 뿐, 내용을 소개한 책은 거의 없었다. 홍길동전, 춘향전, 심청전, 흥부전, 토끼전 등은 초, 중, 고교 교과서에 일부라도 나왔지만 이 책은 제목 이외에는 언급이 없었던 것이다. 교사가 된 뒤 긴 세월 동안 국어교사로 근무했지만, 이 책의 내용이 자세히 나온 참고서는 없었다. 나름 별로 중요하지 않은 작품인가 보다, 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유충렬전에 대해서 주목하지 않은 것은 현대인의 기준으로 본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춘향전이나 심청전 못지않은 인기 소설이었다고 한다. 인기 소설의 기준이 얼마나 많은 판본이 있는가, 전기수(조선시대에 상업적으로 책을 암송한 뒤 대중에게 들려주고 돈을 받는 사람)들이 애용한 주요 작품 중에 유충렬전이 반드시 있었다고 한다.
그런 해설을 읽고 책장을 넘기니 인기 소설이 될 만한 요소를 곳곳에서 느꼈다. 전생에서 현세까지 다양한 구성에다 역사(실제와는 거의 관계없지만)와 도술과 신비한 내용 등이 무궁무진했다.
이 책이 특히 재미있었던 것은 주동인물(유충열과 그의 가족) 측과 반동인물(옥관도사, 정한담, 최일규 등) 측의 대결이 일방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홍길동전, 박씨부인전, 금방울전 등의 고전소설을 보면 홍길동이나 박씨부인 또는 금방울은 그야말로 천하무적이다. 어떤 악당이라도 변변히 싸우지 않고 무너지니 흥미가 반감되곤 했다. 그러나 유충렬전에서는 관군과 반군의 싸움이 그야말로 일진일퇴다. 관군이 무너질만하면 용장이 나와서 반군을 물리치고, 반군이 무너질만하면 다른 오랑캐가 구원병으로 오니 전세가 역전되는 일이 반복된다. 실제는 그렇지 않지만 작품 속에서는 유충렬의 부모와 장인과 부인 등이 모두 목숨을 잃는 것으로 알려져서 그때마다 유충렬이 낙담을 하곤 한다. 이렇게 피아 간에 대등한 싸움이 전개되는 영웅소설은 유충렬전뿐이 아닌가 싶다.
둘째, 등장인물 소개가 좋았다. 이 시리즈의 특징이 책의 서두에 등장인물을 소개하는데 단순하게 인물이나 특징만 알려주지 않는다. 그가 주로 활동한 곳의 지명까지 알려주니 내용의 윤곽을 짐작하고 이해하기 쉬웠다. 물론 작품 속의 지명과 현실의 지명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독자의 입장에서는 지리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니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셋째, 원작을 현대어로 고치면서 내용의 어색한 부분을 바로잡은 것이 좋았다. 출판사의 원칙은 원작에 충실하되 어린 독자들에게 적절하지 않은 내용이나 논리에 맞지 않은 부분은 생략하거나 고쳤다고 한다. 이 시리즈는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을 대상으로 펴냈으니 당연한 것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원작에 충실한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라고 본다. 조선시대 언어를 그대로 쓴다면 청소년은 물론이고 성인들도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어색한 부분을 거의 느끼지 못했으니, 아마도 출판사의 그런 원칙에 의해서 적절히 편집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넷째, 개인적으로 아쉽다면 여주인공의 비중이 너무 적다는 것이다. 춘향전이 최고의 고전소설로 꼽히는 이유는 성춘향이 못지않게 이몽룡의 비중도 상당히 크게 나오는 것도 한 원인이 아닌가 싶다. 물론 기생의 딸로서 정절을 지키고, 갖가지 혜택을 주겠다는 변학도의 요구를 거절하는 춘향의 자세가 독자의 지지를 받았겠지만, 그네를 뛰는 춘향의 아름다움을 보고 먼저 찾아가고, 과거에 급제하여 암행어사가 된 뒤에도 잊지 않고 그녀를 맞아들이는 몽룡의 역할도 상당히 흥미 있는 요소이다. 아울러 방자와 향단의 관계도 독자들에게 많은 상상을 하게 하고, 춘향의 어머니인 월매의 캐릭터도 매력적이다.
그러나 유충렬전에서 여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강낭자의 역할은 너무 미미하다. 그녀에게도 어떤 역할을 주었다면 이 작품이 더 흥미 있지 않을까 싶었다.
이 책을 누구에게 권할까? 출판사나 현대어로 옮긴 작가는 어린이 독자를 대상으로 이 시리즈를 기획한 듯한데……. 내 생각으로는 청소년은 물론이고, 고전문학에 관심이 있는 성인 독자들에게도 유용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생각이 틀렸는지는 모르겠으나, 대부분의 독자들이 학창 시절에 이 책의 제목은 들었겠지만, 독서로 이어진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조선 시대 독자들의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는 작품을 읽어보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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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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