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림도서관의 책나눔 이벤트에서 받은 책이다. 누군가 웅진 씽크백의 이 시리즈 30여 권을 강림도서관의 나눔 이벤트에 내놓았는데, 몇 개월이 지나도록 가져가는 사람이 없었다. 나는 도서관에 들릴 때마다 한두 권씩 받아왔는데, 그중에 한 권이 이 책이다.

이 책에는 김동리 작가의 작품 「무녀도」 외에도 여러 편의 단편이 담겨 있다. 그중에 「무녀도」에 대한 느낌을 적어보려고 한다. 김동리 작가의 작품을 10여 편 이상 읽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에 남는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첫째, 아직도 이 작품을 선호했던 이유를 잘 모르겠다. 이 작품의 등장인물은 무당 모화와 성이 다른 남매 욱이와 낭이이다. 가톨릭 가정에서 자란 내게 있어서 무속이란 미신이었고, 작품 속에서 정확하게 묘사되지는 않지만 욱이와 낭이는 서로를 남매 이상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비록 성이 다르기는 하지만 어머니가 같은 이복 남매이니 불륜이 아닌가. 그런 작품을 내가 왜 좋아했는지 모르겠다.

둘째, 무속에 대한 애정을 느꼈다. 이 작품의 갈등은 무당인 모화와 예수교도가 된 아들 욱이 사이에 일어난다. 모화는 아들이 불교나 도교에 빠지는 것까지는 이해해도, 서양 귀신인 예수를 믿는 것은 인정할 수 없었다. 욱이는 어머니를 위해서 기도하고, 모화는 아들의 마음을 돌리려고 치성을 드리지만, 결국 욱이의 죽음이라는 비극으로 끝난다. 모화 역시 물에 빠져 죽은 부잣집 며느리의 초혼제 궂을 하다가 목숨을 잃는다. 작품을 읽는 내내 나는 모화의 승리를 기원했는데……, 예수를 믿는 가톨릭 교인이면서도 무속을 성원한 이유가 무엇일까? 내 몸속에는 신앙보다는 전래의 풍습에 대한 애착이 더 컸던 것일까?

셋째, 낭이와 처녀사를 생각했다. 박목월의 시 「윤사월」의 등장인물이 처녀사이다. 이 시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송화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 집

눈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 대고

엿듣고 있다 (박목월, 처녀사 전문)"

이 시는 고교 시절 국어 교과서의 권두시로 나왔다. 교과서 본문이 아니라 권두시이니 교과 시간에 정식으로 배우지는 않은 듯하다. 그때 교과서를 보면서 3연의 '눈먼 처녀사'가 묘하게 인상에 남았다. 산지기의 딸인 듯한 처녀를 왜 눈이 멀었다고 표현했을까? 시각장애인일까, 세상과 단절되었다는 뜻일까?

「무녀도」를 읽으면서 낭이는 왜 말을 못했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그림은 잘 그렸고, 마지막에 아버지를 만나자 말문이 터진 것이 신비롭게 느껴졌다. 오빠를 잃고, 어머니를 잃은 뒤에 아버지를 만나서 말문이 터졌듯이, 처녀사의 앞을 보게 해 줄 사람은 누구일까, 그녀가 보게 된다면 그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라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을 누구에게 권할까? 잘 모르겠다. 나의 학창 시절에는 김동리 작가의 작품이 교과서에 자주 언급이 되었던 듯한데, 교사가 되고 나니 그 이후의 작가들의 작품이 더 많이 등장하는 듯했다. 요즘 학생들도 「무녀도」 을 배우는지 모르겠으나, 생각을 넓혀주는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청소년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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