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리뷰

목연공식계정
- 작성일
- 2011.4.30
초초난난
- 글쓴이
- 오가와 이토 저
21세기북스
439쪽의 이 책을 읽는데 30여일 걸렸다. 내가 왜 이 책을 힘들게 읽었는지, 또 책을 읽으면서 어떤 생각을 하였는지를 적음으로써 이미 읽은 분들과 생각을 나누려고 한다.
아직 읽지 않은 분들은 아래에 있는 등장인물 정도만 참고하시고 뒷 부분은 읽지 마시기를 권한다. 내용 전개를 미리 알면 독서의 재미가 반감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읽은 분들에게는 기억을 더듬거나 자신의 느낌과 비교하는 자료가 될 수도 있으리라고 본다.
우선 이 책에서 만날 인물들을 소개하겠다. (이 책에는 12개의 장으로 구분되어 있으나 각 장의 번호가 명시되어 있지 않고, 등장인물 소개도 없다. 장의 번호는 내가 임의로 붙인 것이고, 등장인물 소개 역시 내가 정리했다. 이 책을 읽으려는 독자는 이 글의 등장인물 소개를 읽어 두면 이해에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등장인물
고하루 비요리 : 기노시타의 10세 된 딸. 이름만 나올 뿐 실제 등장하지는 않는다.
기노시타 (기노시타 하루이치로) : 남주인공. 시오리의 가게에 들려 기모노를 산 인연으로 여주인공과 가까워지고 있다.
라쿠코(스즈키 라쿠코) : 시오리의 막내 여동생. 시오리의 배다른 동생으로 어머니인 요시코의 불륜으로 출생했다. 어머니의 성인 스즈키를 성으로 삼았다.
마도카 (하스미 마도카) : 주인공과 같은 동리에 사는 여인으로 시오리 가게의 단골. 아들 부부와 함께 사는데 며느리와 사이가 좋지 않다. 시오리의 여동생 하나코와 죽이 잘 맞는다.
사토리(오카다 사토리) : 시오리의 애인이었던 유키미치의 아내. 남편이 남긴 편지를 가지고 시오리를 방문한다.
스즈노 : 시오리의 의모. 염색 일을 하고 있으며, 그녀의 인간성에 대해 시오리는 호감을 나타내고 있다. 전 남편과의 사이에 아들이 한 명 있다.
시오리(요코야마 시오리) : 여주인공. 도꾜의 서민동네 야나카라 지역에서 히메미쓰라는 기모노 가게를 경영하고 있다. 부모가 이혼할 때 아버지에게 갔으므로 동생들과 달리 아버지의 성인 요코야마를 성으로 삼았다.
시오리 아버지(요코야마) : 요시코와 이혼한 뒤 스즈노와 재혼. 버스 기사를 그만 둔 뒤 현재 생활이 어려운 듯하다. 시오리의 성이 요코야마이니 요코야마로 불러야 할까?
요시코(스즈키 요시코) : 시오리의 어머니. 자신의 불륜으로 인해 남편과 이혼하고 두 딸과 함께 살고 있다.
유키미치(오카다 유키미치) : 6년 전에 헤어진 시오리의 애인. 헤어진 뒤에도 매년 연하장을 보내고 있고, 시오리도 약간의 정은 남기고 있다.
이멜다 : 근처 주지 스님의 아내. 신다가 싫증이 난 구두를 시오리에게 자주 줄 정도로 신발이 많다고 해서 이멜다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마을의 소식통이자 전형적인 수다장이 부인이다.
잇세이 (사오토메 잇세이) : 시오리의 이웃에 사는 80 가까이 된 노인. 사별한 부인이 입던 기모노를 양도하는 등 시오리에게 호감을 지니고 있으며, 시오리도 친근감을 느끼고 있다.
하나코(스즈키 하나코) : 시오리의 여동생. 외국인의 관광을 돕는 가이드를 하고 있으며, 언니인 시오리와 친구처럼 가깝게 지낸다. 부모가 이혼할 때 어머니를 따라갔으므로 어머니의 성인 스즈키를 성으로 삼았다.
줄거리 및 느낌
(책을 안 읽은 분은 이 부분은 읽지 마시거나, 분위기 파악을 원한다면 1~2장 정도만 읽으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제1장 1~43쪽
이틀 전부터 읽으려고 했지만, 겨우 40여쪽 밖에 읽지 못했다. 이렇게 진도가 안 나가는 것은 요즘 직장일로 인해 여유가 없기도 하지만, 일본 소설의 경우 등장인물의 이름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름이 너무 길고 유사하기도 하다. 그러니 누가 누구인지는 물론이고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혼동이 될 때가 있다.
아직은 내용을 잘 모르겠다. 시오리가 운영하는 기모노 가게에 기노시타가 찾아와서 기모노를 한 벌 샀으며, 둘 사이에 어떤 정이 느껴지는 것이 지금까지의 이야기이다.
여자인 요코야마 시오리는 시오리, 남자인 기노시타 하루이치오는 기노시타라고 부르고 있다. 그러면 일본인들은 약칭으로 부를 때 여자들은 이름, 남자들은 성으로 호칭하고 있는 것일까?
아무튼 제목이 남녀가 정겹게 속삭이는 모습(초초난난)이니 따뜻한 내용일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제2장 44~76쪽
5일 만에 책을 펼치고 겨우 30여 쪽을 읽었다. 그간 시간적인 여유가 없기도 했지만, 책을 읽기가 힘든 면이 있었다. 내용이 어렵거나 복잡했다기보다는 일본인 인명과 지명이 금방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책에 나오는 일본의 의식주 풍습이 우리와 다르다 보니 이해가 쉽게 되지 않기도 했다.
2장에서는 시오리의 동생인 하나코가 기모노를 빌려달라고 떼를 쓰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시오리는 거절한다. 하나코의 직업은 확실하지 않은데 외국 관광객을 안내하는 가이드인 듯하다. 일본적인 멋을 보이기 위해 자주 기모노를 빌려가는데, 그녀가 옷을 빌려가면 어딘가 뜯어지거나 향수를 뿌려서 냄새가 배게 하는 등 옷을 망치기 때문이다.
옷을 빌려주지 않은 시오리는 어린 시절의 동생, 그리고 부모의 이혼으로 힘들게 살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며 이런저런 감상에 잠긴다. 그녀가 옛 애인이었던 유키미치와 헤어지게 된 원인은 동생은 하나코에게 있는 듯한 암시가 살짝 내비쳤다.
그러던 중 시오리는 기노시타와 만나 찻집에 가는 등 사귐이 깊어진다. 대화 중에 기노시타에게 아내와 딸이 있음을 언뜻 비침으로써 둘의 사이에 장벽이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노시타가 시오리의 가게에 찾아와 둘은 다과와 와인을 나누는 등 만남이 깊어진다. 그러다가 동리의 수다장이 부인에게 들킬 뻔 하는 등 작은 위기도 스쳐간다.
별다른 갈등도 없이 이렇게 간단한 이야기임에도 왜 이렇게 책장을 넘기기가 힘든 것일까? 시간적인 여유의 부족, 일본어 용어에 대한 이해 부족도 있겠지만 책의 문체나 번역에도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상하게 부담이 가는 책이지만 그래도 끝까지 읽어보려고 한다. 남녀가 정겹게 속삭이는 모습(초초난난)이 있으리라는 기대를 품고….
제3장 77~109쪽
4월 5일 이후 14일 만에 독후감을 쓴다. 왜 이렇게 책을 읽기 힘들까? 그간 생각과는 달리 생활에서 여유를 찾기 힘들었고 이런저런 사연이 많기는 했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이 책이 예상밖으로 읽기가 힘들었다는 것이다.
내가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몇 번이나 책을 펼쳤으나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그 요인은 세 가지인 것 같다.
첫째, 책을 읽을 여유가 없을 만큼 내 생활이 빡빡했다.
둘째, 긴 일본 지명과 일본어로 된 풍습과 지명 등이 혼란스럽다.
셋째, 이 책 자체가 독자를 끌어들이는 매력이 부족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문제가 있다거나 좋지 않다는 등의 평가는 아직은 유보하겠다. 독자인 내게 더 문제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아무튼 도중에 포기하고 책을 덮을 수는 없다는 의무감에 다시 펼쳤다.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 들었다. 시오리와 기노시타는 서로 가까워졌다. 기노시타는 시오리 씨가 아니라 시오리라고 부르게 되었고, 시오리도 가끔 말을 놓을 정도로 격의가 없어졌다.
그러면서 새로운 사건도 삽화처럼 스쳐갔다. 시오리의 부모가 이혼한 것은 예상과 달리 어머니의 불륜 때문인 듯하다. 라쿠코는 요시코(시오리 어머니)가 동리의 남자 미용사와의 사이에서 낳은 것이 소개되었다. 또 시오리의 아버지(아직 이름을 모르겠다)는 이혼하기 전에는 버스 기사를 하다가 지금은 스즈노란 여인과 재혼했다.
그런 아버지가 수퍼마킷에서 도둑질을 하다가 경찰에 체포되었다. 시오리와 하나코(여동생)은 아버지를 위로 방문하면서 가족간의 사랑이 다시 샘솟는다는 내용이 3장에서 전개되고 있다.
"기린도 늙으면 노마(駑馬)보다 못하다."
기노시타가 한 이 말은 새로 알게 된 정보다. 기린은 봉황같이 뛰어난 영물이고, 노마란 걸음이 느린 말이란 뜻인데 둔하고 재능이 없는 사람을 비유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도 늙으면 어쩔 수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어린 시절 읽은 동화 책에 '노마'라는 이름이 자주 나왔다. 그래서 이 이름이 순우리말에서 나온 것인 줄 알고 있었는데, 사실은 한자어인가? 평안도사투리로 사내아이를 노마라고 한다고 한다. 아무튼 老馬, 怒馬, 駑馬에 관계 없이 어원은 한자어에서 온 말일 듯하다.
표현이 가슴에 와 닿는 것도 있었다.
"왜 그런지 모르지만, 당신과 함께 있으면 태어나길 잘했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들어요."
기노시타가 시오리에게 한 말이다. 이보다 더 진솔한 고백이 어디에 있을까? 그런 고백을 마음에 둔 이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 것인가?
독신 여성의 소소한 일상을 담은 가벼운 책인 듯한데 왜 이렇게 읽기가 힘들까? 1/4을 읽었는데도 스토리에 빠져들지 못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제4장 110~141쪽
100쪽이 넘어 가니 내용이 좀 이해가 간다. 그러나 아직 등장인물과 거리 이름, 그리고 기모노 등에 관한 일본어로 된 용어들은 금방 와닿지 않는다.
새로운 인물이 등장했다. 시오리의 이웃에 사는 잇세이라는 노인인데 그는 사별한 부인이 입던 기모노를 저렴하게 양도하는 등 시오리에게 호감을 지니고 있다. 잇세이 노인은 시오리에게서 첫 사랑의 여인에 대한 향수를 느끼면서 친근감을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시오리는 기노시타와 더욱 가까워진다. 그와 키스를 나누는 꿈을 꾸던 중에 전화 소리에 놀라서 깨어 보니 그의 전화라서 놀라기도 할 정도로….
시오리의 기모노 가게는 비가 오는 날만 휴일이다. 그것은 그녀가 비가 오면 기분이 좋아서 밖으로 나가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노시타를 만나게 된 후 정기휴일을 정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연인과 만날 시간을 위해서다.
초초난난이라는 제목 그대로 남녀가 정겹게 속삭이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등장인물들의 일본 이름이 혼동된다. 그래서 등장인물 이름을 인쇄한 뒤 사전처럼 보면서 확인하고 있다.
보름 가까이 끈질기게 읽고 있으니, 나와 같은 독자를 만난 것이 이 책으로서 행운이 아닐까? 이 책을 읽었다는 것이 내게도 행운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제5장 142~174쪽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이 책부터 펼치고 5장을 읽었다. 이 번 주에는 매일 조금이라도 책을 읽을 생각이고, 20일째 잡고 있는 이 책을 마칠 생각이기 때문이다.
이제 서서히 책의 분위기에 익숙해졌다. 등장인물이나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고 특별한 내용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또, 액막이 조릿대 등 내가 알고 있는 상식도 있고, 한국인이 경영하는 식당의 분위기 묘사도 나오기 때문에 친근감도 느껴진 듯하다.
그러나 아직도 오토메이나리 신사, 아니리 신(오곡의 신), 가이노구치(기모노를 입는 방식의 하나) 등의 일본식 용어에서 잠시 더듬거리기도 했다.
5장에서는 시오리와 기노시타의 관계가 점점 깊어지는 비슷한 내용이 이어지고 있다. 기노시타가 해외 출장을 다녀오고, 그 사이에 시오리는 마치 아내나 연인처럼 그를 기다리고 있다. 하루 늦게 돌아왔을 때는 눈물까지 흘리고….
약간 이상한 것은 두 사람의 관계이다. 시오리는 독신녀이고, 기노시타는 유부남이다. 그렇다면 불륜이 아닌가? 더구나 시오리는 어머니의 불륜으로 인해 부모가 이혼한 아픈 상처를 갖고 있다. 그런데도 자신의 불륜에 대해서 고뇌하는 흔적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기노시타를 생각하는 시오리의 마음은 마치 사랑해도 괜찮은 미혼의 남녀끼리 사랑을 나누는 듯 묘사하고 있다.
물론 다른 사람의 눈에 띄는 것을 피하려는 모습은 보인다. 하지만 내가 이래도 되는가, 저쪽 가정은 어떻게 되는가 등의 번민은 보이지 않는다. 시오리는 부모가 이혼할 당시에 부모가 언쟁을 하는 것을 회상하고 있다. 그 소리를 동생인 하나코와 함께 들으면서 가정이 무너질 것이라는 각오를 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자신의 행위로 인해 다른 가정이 무너질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못하는 것일까?
어머니의 불륜으로 태어난 시오리의 동생인 라쿠코는 어떤 심적 장애가 있는 듯하다. 시오리와 하나코의 대화에서 특수학교 진학을 걱정하는 내용이 있었다.
이제 절반 가까이 읽었다.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그런대로 분위기에 적응이 되는 듯하여 다행이다.
제6장 175~209쪽
심각할 것이 없는 책인데도 책을 펼칠 여유가 없으니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그래도 오늘은 5~6장을 읽음으로써 모처럼 두 장을 읽었다.
6장에서는 시오리가 퇴원한 잇세이 노인과 기노시타와의 만남이 이어지고 있다. 잇세이 노인과의 만남은 시오리로서는 자신에게 호감을 갖고 고맙게 대해준데 대한 보답이고, 잇세이 노인은 시오리에게서 옛 연인의 추억을 더듬는 듯했다. 2차대전 당시 지진피해 때 형님을 잃은 잇세이 씨의 과거에서 어떤 향수가 느껴졌다. 기노시타와는 정분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오늘은 비교적 편안하게 읽었다. 시오리가 이웃사촌인 마도카 씨나 이멜다 여사 등과 사소한 신변잡기를 나누고, 하루이치와 만나면서 정이 깊어지는 등이 이어질 뿐 특별한 사연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시오리가 마도카 씨나 이멜다 여사와의 대화 중에 화제가 된 야나카 오층탑 화제가 머리에 남는다. 반 세기 전인 1957년에 그 탑안에서 한 쌍의 남녀가 분신 자살을 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양장점의 감독인 50대 남자와 직공인 20대 여성이라고 한다. 불륜으로 인한 사랑이 원인이라든가? 그래서 야나카 오층탑이 사라졌다니, 그 탑은 석탑이 아니라 목탑이었나 보다.
독신녀인 시오리와 유부남인 기노시타도 불륜이다. 야나카 오층탑에서 분신한 남녀와 같은 처지가 아닌가? 그렇다면 이 소설의 결말을 암시하는 복선일까?
제7장 210~243쪽
오늘은 비교적 편안하게 읽었다. 시오리가 이웃사촌인 마도카 씨나 이멜다 여사 등과 사소한 신변잡기를 나누고, 하루이치와 만나면서 정이 깊어지는 등이 이어질 뿐 특별한 사연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시오리가 마도카 씨나 이멜다 여사와의 대화 중에 화제가 된 야나카 오층탑 화제가 머리에 남는다. 반 세기 전인 1957년에 그 탑안에서 한 쌍의 남녀가 분신 자살을 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양장점의 감독인 50대 남자와 직공인 20대 여성이라고 한다. 불륜으로 인한 사랑이 원인이라든가? 그래서 야나카 오층탑이 사라졌다니, 그 탑은 석탑이 아니라 목탑이었나 보다.
독신녀인 시오리와 유부남인 기노시타도 불륜이다. 야나카 오층탑에서 분신한 남녀와 같은 처지가 아닌가? 그렇다면 이 소설의 결말을 암시하는 복선일까?
이제 책의 분위기에 적응이 된 것일까? 편안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을 듯하다. 시간이 없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제8장 244~276쪽
역시 편안하게 읽었다. 특별한 갈등이 없고, 등장인물에 대해서 어느 정도 파악이 되었기 때문이다. 시오리는 하루이치로 더욱 가까워지고 있고, 시오리의 계모인 스즈노가 도꼬를 방문해서 시오리와 친교를 나누고 있다. 시오리는 여동생들인 하나코와 라쿠코와도 잘 지내고 있다.
그래도 특기할 사항이 있다면 시오리의 애인이었던 유키미치의 아내인 사토미의 방문이다. 그녀는 남편과 시오리의 관계를 알고 있었으며, 남편이 병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시오리를 생각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남편의 뜻을 전하는 사토미의 편지는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었다.
이제 이 책에 적응이 되는 듯하다. 하지만 일본식 이름은 아직도 불편하다.
제9장 277~309쪽
9장에서도 특별한 상황은 없었다. 시오리는 유키미치와의 추억이 얽힌 아사쿠라 조소관 등을 돌아보며 그를 회상한다. 또한 유키미치가 4년간 보낸 엽서(서중 편지)를 다시 읽으면서 그속에 담긴 뜻도 되새겨 본다. 죽어가면서 자신의 옛 애인에게 글을 보낸 유키미치나 그런 남편을 이해하고 마지막 글을 전해주는 사토리에게서 잔잔한 감동이 느껴졌다.
그런 와중에서도 시오리와 하루이치로의 만남은 계속된다. 데이트를 앞두고 복장 하나하나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쓰면서 만남의 순간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시오리의 마음은 이해가 된다. 그러나 둘의 사이는 불륜이 아닌가? 그런 사실에 대해서 거의 언급을 안 하는, 아니 부담을 느끼지 않는 듯한 두 사람의 태도에 대해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제 100여쪽이 남았다. 결말이 어떻게 될지 궁금하기는 하다.
제10장 310~344쪽
10장에서도 특별한 상황은 없었다. 시오리가 옛 애인인 유키미치의 무덤을 찾아가는데, 기노시타가 동행하는 것이 특이하다고 할까. 옛 애인의 무덤을 찾아가면서 현재의 연인에게 함께 가자고 하는 것이 이상하게도 보였다. 그러나 자신의 모든 것을 진솔하게 보여주려는 시오리의 마음이리라.
기토시타는 말없이 동행한다. 비록 시오리가 언급을 하지는 않았는지 그도 어느 정도 짐작은 했으리라. 무덤에서 돌아온 날 둘은 동침을 하게 된다.
옛 애인에게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는 시오리의 마음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둘 사이는 이미 정리가 된 상태이므로 시오리가 부담을 느낄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기노시타의 마음은? 유부남으로서 자신과 불륜 상태에 있는 여인의 옛 애인의 무덤을 함께 찾아간다? 그만큼 둘의 사랑이 순수하다고도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자신들의 관계가 깊어지는 현실에 대해 별다른 부담이 없는 듯하다. 이 소설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궁금하기는 하다.
이제 90여쪽이 남았다. 가벼운 책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힘겹게 읽고 있다. 하지만 이제 끝이 보이는 듯하다.
제11장 345~408쪽
이제 소설의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절정에 이르고 있어서일까? 지금까지 1~10장은 30~40쪽 내외였는데 11장은 65쪽이나 되었다. 특기할 사건도 세 가지나 이어지고 있다.
첫째 사건은 시오리가 모처럼 어머니 집을 방문하여 네 모녀(어머니 요시코, 시오리, 하나코, 라쿠코 자매)가 정을 나눈 것이다. 어떤 사연인지는 모르지만 시오리의 부모가 이혼할 때 시오리는 아버지에게 가고, 하나코와 라쿠코는 어머니에게 남았던 것이다. 시오리는 아버지가 재혼하면서 독립한 후 부모 어느 쪽에서도 거리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둘째 사건은 어머니를 만나고 돌아온 시오리가 심한 몸살을 앓게 된 것이다. 자신의 몸도 가누지 못하고 누워 있던 그녀에게 기노시타가 찾아왔다. 그의 따뜻한 보살핌에 감동을 느끼면서 시오리는 오히려 두려움을 느낀다.
"더 이상 가까워지지 말자."
비로소 불륜의 결말에 대한 자각을 한 것일까? 시오리는 더욱 의지하고 싶은 마음과는 달리 이런 말을 한다.
"이젠 오지 마세요."
기노시타도 눈물을 흘리면서 받아들이고….
셋째 사건은 잇세이 노인과의 데이트이다. 잇세이 씨는 "마지막 데이트"라는 말을 하는데, 80이 넘은 노인인지라 그렇게 될 듯한 느낌이다. 시오리는 잇세이 씨와 삶에 대한 상담을 나누면서 신사를 찾아 기원도 한다.
이제 마지막장인 12장의 21쪽이 남았다. 그러나 아직 결말이 짐작되지 않는다. 아무튼 제목인 초초난난의 의미는 이해가 된다. 남녀가 정겹게 속삭이는 마음은 느껴졌으니까….
이제 20여쪽이 남았다. 나로서는 끈기를 가지고 버티며 마지막까지 온 것이다.
제12장 409~439쪽
드디어 완독했다. 12장에서는 시오리가 음력 섣달을 보내면서 새해맞이 준비를 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섣달그믐날 혼자 집에 있을까, 어머니한테 갈까를 고민할 때 불현듯 찾아온 손님! 그는 기노시타였다.
"이젠 오지 마세요."
기노시타에게 이런 말로 절교를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오리는 언제 그랬느냐든 듯이 그와 대화를 나누고 자기의 침대에서 재운다. 그러면서 잇세이 씨의 충고를 떠올린다.
"살아 있는 사람끼리 만난 것도 기적이다."
마지막 장면은 그런 분위기에서 끝난다. 시오리는 편안한 얼굴로 잠들어 있는 기노시타를 바라보며 행복감에 잠기며, 지금 이 세상에 살아있는 것을 확인하는 것으로….
그러나…. 그렇다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시오리의 다음과 같은 독백처럼….
"둘이 이렇게 가까이 있다고 해서 해결된 문제는 아무것도 없다. 나와 하루이치로 씨의 관계는 여전히 일그러진 비정상적인 상태다."
이 책은 낱권 치고는 두 권에 가까울 정도의 적지 않은 분량이다. 하지만 10권 이상의 대하소설에 비하면 결코 두꺼운 책이라고 할 수는 없다. 내용도 남녀간의 사랑과 일상사를 다룬 가벼운 내용이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힘겹게 읽었다. 3월 29일에 첫 장을 읽기 시작해서 33일이나 걸렸으니…. 앞에서 썼던 원인을 되풀이 하면서 글을 마친다.
첫째, 책을 읽고 그속에 몰두하기에는 지금의 내 생활이 너무 여유가 없다.
둘째, 작품에 묘사된 일본의 풍속과 기모노에 대한 상식 등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으니 이해가 힘들었다.
셋째, 등장인물의 일본식 이름이 금방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기노시타 하루이치로, 요코야마 시오리, 오카다 유키미치…. 이런 이름을 어떻게 기억하겠는가? 반 이상 읽을 때까지도 등장인물이 누구인지 혼동되었다.
그러나 이 책은 괜찮은 책인 듯하다. 작품의 배경이 된 야나카 일대의 정경이나 일본의 풍속, 그리고 기모노에 대한 상식을 넓혀주는 역할은 할 듯하다. 또 스토리 자체에도 묘한 매력이 있으니 읽을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는 기모노의 복장이나 일본의 풍속에 대해서 상세하게 주석을 달고 있다. 그러나 아쉬운 것이 있다면 기모노나 일본 풍속에 대한 삽화나 사진을 겻들였다면 독자의 이해에 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라는 점이다. 설명보다는 그림이 더욱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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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