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는 곡산연씨(谷山延氏)의 인물들이 10여 명 실려 있다. 필자의 성씨인 곡산연씨는 우리 나라 성씨 중 인구수로 74 위에 불과한 작은 성씨이다.  이와 같이  문중세가 약한 문중으로서는 권위 있는 사서인 조선왕조실록에 실린 문중 인물의 기록들이 뿌리와 존재를 객관적으로 확인해주는 귀중한 보고(寶庫)이기도 하다. 또한 필자와 비슷한 성씨의 사정도 유사하리라는 생각에서 뿌리찾기의 한 방법으로 소개해 본다.

1. 정후공 연사종 (靜厚公 延嗣宗)

태조 7년에 왕명으로 사재감 서인비의 제사에 참석하면서 처음으로 실록에 등장했다. 태종 1년 좌명공신 피봉, 태종 18년 사은사로 명나라 왕래, 세종 8년 곡산부원군 피봉 등 조선왕조실록에 121회에 걸쳐서 실렸다.

특히 세종 16년 5월 8일에 별세했을 때는 사관들이 졸기(특기할 만큼 중요한 인물에 대해 평가한 글)를 기재했고, 이어서 왕이 제문을 내려서 추모했으며 정후(靜厚)라는 시호를 내렸다.

한편 실록 곳곳에는 정후공이 태종과 세종 등이 베푼 연회에 참석하여 담소를 나눈 기록이 보인다. 이로 보아 태조에서 세종에 이르기까지 4대에 걸쳐 봉사한 정후공에 대한 역대 왕들의 신임을 짐작할 수 있다.

2. 의민공 연최적 (毅愍公 延最績)

장령공(연안부사 연정열)의 8세손인 의민공은 우암 송시열의 문인으로서 20세 때인 1682년에 문과에 급제하여 사헌부 감찰과 장령을 역임했다. 공은 인현왕후 폐위의 부당성과 당시 화를 입은 선비들의 용서를 상소했다가 왕의 노염을 사서 국문을 받게되었다.  공은 숙종 19년 8월 5일에 실록에 등장한 이래 국문을 받고 별세한 뒤 복관 및 충신 정문이 내려지는 과정이 15회에 걸쳐서 실렸다.

특히 숙종 19년 8월 6일 실록에는 의민공이 숙종에게 올린 장문의 상서 전문이 기록되어 있다. 그는 사후에 정려(旌閭)와 함께 의민(毅愍)이라는 시호가 내려졌다.

공은 곡산연씨로서는 뜻깊은 인물이다. 당대의 대학자인 송준길(외증조모가 곡산연씨이므로 자신의 외가인 곡산연씨 족보에 관심을 기울임)의 감수를 받고, 스승인 송시열의 서문을 받아서 곡산연씨 최초의 족보를 편찬했기 때문이다.

3. 호정공 연경 (胡靖公 延慶)

정후공(연사종)의 장남. 세종 14년 첨지중추원사를 제수받으면서 실록에 등장했다. 이후 세종 22년에 안주목사겸 방어사를 역임한 것을 비롯하여 세종 27년 동지중추원사, 세종 28년 충청도 수군절제사, 문종 1년 명나라 사은사, 세조 3년 곡산군으로 봉조청(정3품의 벼슬아치가 사임한 뒤에 특별히 준 벼슬)을 받기까지 23회에 걸쳐서 실렸다.

특히 세조 1년에는 자제인 과의장군(연수념)과 함께 원종공신 2등에 책봉되기도 했다.

4. 상주공 연비 (尙州公 延庇)

정후공(연사종)의 차남. 세종 14년에 흡곡현감으로 실록에 등장한 뒤 세조 1년 원종공신 3등 책봉, 세조 6년 통정대부 제수, 등 4회에 걸쳐서 실렸다.

특히 목민관으로서 선정을 베풀어서 왕이 치하를 했다는 기록이 세조 6년조에 실려있다.

5. 문과급제자 연구령 (文科及第者 延九齡)

정후공(연사종)의 증손. 중종 2년에 하원수 공초로 실록에 등장한 뒤, 중종 3년 보은현감, 지평, 교리, 장령 등을 거치는 과정이 15회에 걸쳐서 실렸다.

공은 중종 2년에 당대의 문장가 충암 김정과 함께 문과에 급제했으며, 두 분 사이에 나눈 10여 편의 시가 충암집(김정의 문집)에 전하고 있다.

6. 사화에 희생된 연애와 연백재(延艾와 延百載)

명종 4년 이약빙의 아들인 이홍윤, 이홍립의 모반 사건에 연애, 연백재(연안공의 손자), 연원(연안공의 증손) 등이 연루되었다. 특히 주도적 역할을 한 연애 선조는 실록에 20여 회에 걸쳐서 실렸다.

*조선중기의 문신인 이약빙(1489-1547년)은 이조판서 홍귀달의 사위로서 연안공(연정렬)과는 동서지간이다. 이약빙은 명종 2년(1547년)에 정미사화(양재역벽서사건)에 연루되어 사사(賜死)되었다. 이에 불만을 품고 이약빙의 아들 이홍윤이 충주에서 역모를 일으켰으나 실패하여 많은 사람들이 연루되어 참형을 당했다. 그 때 연애는 부대장으로서 거사에 주도적으로 참여했고, 연백재는 대장으로 추대되었다는 혐의를 받고, 이홍윤과 함께 죽임을 당했다. 당시 충청도에 기반을 두고 있던 연안공의 후손들이 다수 연좌되었고, 문중 전체가 핍박을 받았다. (조선왕조실록 명종 4년 5월 5일-5월 18일)

그러나 이 사건은 실제의 역모 사건이라기보다 당시의 권신인 윤원형(명종의 생모로서 수렴청정을 하던 문정왕후의 친동생)이 일으킨 을사사화(명종 즉위년 1545년, 윤원형이 반대파인 윤임 등 사림파를 숙청한 사화)의 연장선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윤원형이 반대파를 제거하는 과정에 우리 문중이 연루되어 화를 입은 것이다.

아쉬운 것은 족보에서는 연애 선조의 자취를 찾을 수 없는 점이다. 역모에 연관된 종친의 이름을 감추려는 과정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듯하다. 

7. 임꺽정과 겨룬 장군 연천령 (延千齡)

상주공(연비)의 증손. 명종 26년 임꺽정 토벌에 동원되었던 선전관 정수익의 장계에 처음으로 등장한 뒤 3회에 걸쳐서 실렸다.

특히 연천령 장군은 대문호 홍명희의 소설 <임꺽정>에서 관군 중 유일하게 임꺽정과 단기로 겨룬 용장으로 소개<9권 216쪽 : 이때 오위부장(五衛副將)들 중에 충좌전위(忠佐前衛)에 매인 연천령(延千齡)은 용맹이 무쌍하고 호분우위(虎賁右衛)에 매인 이의식은 무예가 출중하여 부장청(副將廳)에서 이름들이 높았던 까닭…> 되고 있다.

8. 문무를 겸비한 연충보(延忠補)

연안공(연정렬)의 고손. 선조 33년에 처음으로 실록에 등장한 뒤, 선조 34년 금구현령, 삼등현령, 상원군수 등 5회에 걸쳐서 실렸다.

9. 임진왜란의 명장 연충수 (延忠秀)

연안공(연정렬)의 증손. 선조 35년 안음현감으로 실록에 등장한 뒤, 6회에 걸쳐서 실렸다. 조선 선조 때 대학자인 한강 정구의 문인으로 예학에 깊이 통달했다. 임진왜란 때 의병을 일으켜 왜구를 토벌했다.

곡산연씨 문중에서는 문중 4선생의 1인으로 존경하고 있으며, 금당서원에 제향되었다.

10. 곡산연씨 대동보 2중간을 발간한 연동헌 (延東憲)

동지중추부사(연세홍)의 증손. 정조 8년이래 실록에 3회에 걸쳐서 실렸다. 공은 1774년 생진과에 급제한 뒤, 이어서 1775년에 문과에 급제했다.

공은 1780년에 곡산연씨 대동보 2중간인 경자보(곡산연씨 족보)를 발간했다.

이상이 조선왕조실록에 3회 이상 실려 있는 곡산연씨 인물들이다. 실록이 기록된 472년 동안 그 책에 실린 인물이 불과 10분 밖에 안 된다는 것은 그 만큼 역사에 대한 기여도가 크지 않았다는 뜻일 것이다. 또한 실록에 실린 자취가 자랑스럽기만 한 것은 아니다. 때로는 불미스런 일로 인해 얼굴을 붉혀야 하는 구절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작은 성씨로서 이 땅에 뿌리를 내리기 위한 선조들의 몸부림이었으리라고 생각하며 숙연한 마음으로 조사를 했다.  필자와 유사한 다른 문중에서도 이와같이 조선왕조실록을 통해 선조들을 찾아보기를 권하고 싶다. 민족의 뿌리 속에 스며 있는 문중의 자취에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으리라고 본다.

* 자료 출처 : 제가 알고 있는 문중 상식을 바탕으로 조선왕조실록 시디를 검색하여

   곡산연씨 인물들을 정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