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려면 여러 개의 강과 벌판을 건너야 한다.

저승길의 험난한 과정을 신화에서는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첫 번째 강은 아케론 강이다.

이 곳은 카론이라는 뱃사공 영감의 나룻배를 타고 건너야 한다.

세상을 떠난 혼령은 그 억울함과 한으로 인해 

슬피 울면서 강을 건너게 된다고 하여 비통의 강이라고도 한다.

그리스 사람들은 죽은이의 입속에 엽전 한 닢을 넣어 주었는데,

그것은 카론에게 줄 배삯이었다.

두 번째 강은 코퀴토스 강이다.

죽은이들은 아케론 강을 건너면서 비통은 잊게 된다.
그러나 새로 시작할 저승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시름에 잠긴다고 하여

시름의 강이라고도 한다.

세 번째 강은 플레게톤 강이다.

이 강은 뜨거운 불길에 휩싸여서 불의 강이라고 한다.

아케론 강과 코퀴토스 강을 건널 때까지도

이승에 대한 애증을 버리지 못했던 혼령은

이 불길속에서 혼줄이 나며 그야말로 혼비백산을 하게 된다.

네 번째 강은 레테 강이다.

흐느적거리면서 온몸을 감싸는 듯 조용히 흐르는 이 강은

일명 망각의 강이라고 한다.

혼령은 이 강을 건너면서 이승의 일을 까맣게 되고,

저승의 백성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모든 추억을 잊게 된다고 하여 추억의 해독제라고도 한다.

레테 강을 건너면 커다란 벌판이 나오는데

오른쪽으로 가면 극락의 들판인 엘뤼시온이 있다.

축복 받은 사람들이 영원히 사는 이 곳에는

공정한 재판관으로 이름 높은 라다만튀스의 지배 아래

착한 혼령들이 끝없는 행복을 누리며 살게 된다.

레테 강 건너 벌판의 왼쪽으로 가면 타르타로스가 나온다. 

무한지옥인 이 곳은 이승에서 못된 짓을 한 혼령들이 가는 곳이다.

타르타로스 벌판을 지나면

저승의 마지막 강인 스튁스 강이 나온다.

일명 증오의 강이라고 한다.

영원히 헤어날 수 없는 지옥으로 가는 강

그 한이 너무나 크기에 증오의 강이다.

그러나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혼령은 다행스럽게도 레테 강(망각의 강)에서 모든 것을 잊었으므로

이 증오까지도 기억 못 하고 건너게 된다.

그리스 신화에서 이 스틱스 강은 매우 신성시 된다.

이 강을 걸고 맹세를 하면 제우스 신조차 고치지 못할 만큼 지엄하다.

(중학교 3학년 2학기 교과서에서

파에톤이 황금마차를 타게 해달라고 했을 때,

아버지인 태양신 헬리오스는 엄청난 비극이 올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것을 들어주게 된다.

헬리오스가 파에톤의 부당한 요구를 들어주면서
대지를 파멸 직전까지 이르게 한 것은

어떤 소원이라도 들어주겠다고 스튁스 강에 맹세했기 때문이다.)

스튁스 강을 건너면 다시 커다란 벌판이 나온다.

곡식 한 포기 짐승 한 마리 살지 않는 황무지인 이 곳에는

검은 버드나무와 아스포델로스라고 불리는 음침한 식물만 살고 있다.

이 벌판을 지나면 저승의 왕인 하데스 궁전이 있다.

이 궁전의 문앞에는 머리가 세 개이고

혀는 뱀의 머리같은 개가 지키고 있다.

이 개는 들어오는 혼령은 그대로 두지만,

다시 나오려는 혼령은 용서하지 않는다.

저승의 파수꾼인 셈이다.

하데스는 이 궁전에서

죽음의 신 타나토스, 잠의 신 휘프노스, 꿈의 신 모르페우스,

노쇠의 신 게라스, 비난의 신 모모스, 불화의 여신 에리스,

거짓말의 신 아바테 등 음침한 휘하 신들을 거느리고

지옥에 온 혼령들을 감시하며 생전의 업보대로 고통을 주고 있다.

지금까지 서술한 그리스 신화 속의 저승 세계를

착한 혼령과 악한 혼령이 가게 될 행로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착한 혼령 : 아케론(비통) 강⇒코퀴토스(시름) 강⇒플레게톤(불) 강

                   ⇒레테(망각) 강⇒벌판 오른쪽 (엘리쉬온 : 극락)

악한 혼령 : 아케론(비통) 강⇒코퀴토스(시름) 강⇒플레게톤(불) 강

                   ⇒레테(망각) 강⇒벌판 왼쪽 (타르타로스 : 무한지옥)⇒스튁스(증오) 강          

                   ⇒아스포델로스만 있는 황무지 벌판⇒하데스 궁전(갖가지 지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