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리뷰

목연공식계정
- 작성일
- 2013.7.31
침대의 목적
- 글쓴이
- 다나베 세이코 저
단숨
이 책은 자음과모음 2기 서평단에서 두 번째로 받은 책이다. 사실 기대와 부담을 갖고 이 책을 펼쳤다. 올드미스에 접어들기 시작한 아카리 와다라는 아가씨가 결혼 상대를 찾는 과정에서 멋진 침대부터 장만했다니…, 남자인 나로서는 여성의 심리를 은밀하게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호기심이 발동했다. 하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일본 작품에 대해서 부담을 느끼고 있다. 그것은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한 거부감이 아니라, 너무 길고 생소한 일본 인명과 지명이 금방 기억이 안 되니 때문이다. 특히 책에서 등장인물을 지칭할 때 이름을 부르기도 하고 성을 부르기도 하며, 여성의 경우는 결혼을 하면 성이 바뀌기도 하니 읽으면서 상당히 혼동이 되었다.
언젠가 성과 이름이 번갈아 쓰이는 작품(『초초난난』이었던 듯, 등장인물들이 수시로 성과 이름으로 번갈아 지칭하니 누가 누구를 만나는 것인지 계속해서 앞의 내용을 확인해야 했다.)을 읽으면서 혼란에 빠진 적이 있었다. 내게는 그것이 큰 부담으로 남아서 트라우마가 되었나 보다. 그런 기대와 부담이 책을 읽는 동안 어떻게 작용했는지, 몇 가지만 적어보겠다.
첫째,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구성이었다. 모두 343쪽의 내용이 큰 단원으로 5단원이며 각 단원마다 1, 2, 3 같은 형태로 10쪽 정도씩 나누어져 있다. 또한 주인공인 와다와 만나는 남자들이 순서대로 등장하고, 그들의 성격이나 상황이 모두 다르니(연하남, 직장 동료, 연상남, 이웃사촌 등) 그리 혼란스럽지 않았다. 등장인물들의 성과 이름이 뒤섞여 쓰이고는 있지만 (주인공의 경우 ‘와다’와 ‘아카리’) 전체적인 주요 인물이 10명 내외니 이해에 어려움은 없었다.
개인적으로 일본소설에 대한 불만은 등장인물의 지칭이다. 주인공의 이름이 남궁동자인 경우에 한국소설에서는 대개 남궁, 동자, 남궁동자 중에 한 가지로만 나온다. 때에 따라 ‘남궁’이니 ‘동자’니 바뀌는 경우는 거의 없지 않은가? 그런데 일본 작품은 왜 그런지 모르겠다. 원작에서 그렇게 표현했다고 하더라도, 역자가 어느 한 가지로 통일하면 안 되는 것일까? (물론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성, 친밀해지면 이름 등의 미묘한 차이는 있을 것이다. 그런데 3인칭시점의 서술자마저 그렇게 표현할 필요가 있을까?)
둘째, 등장인물의 행동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표현이 정확하지 않은 듯하다. 이해하기 힘들었다기보다는 공감하기 힘들었다. 와다는 젊은 시절에 연하남인 후미오와 여러 번 동침을 했다. 거기까지는 이해가 된다. 피차 청춘 남녀니 좋아하면 함께 잘 수도 있을 테니까…. 그러나 거의 아버지나 큰오빠 정도 되는 유부남 스미타니와도 그런 관계였다. 한때의 불장난이 아니라 결혼 상대를 구하고 있는 현재까지도 그와 만남을 계속하고 있는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그렇다고 해서 주인공인 와다가 난잡한 여성도 아니다. 집안도 중류는 되며 그 나이 여성으로는 평균 정도는 되는 직장에 다니고 있다. 일본여성은 아니 현대여성(우리나라를 포함해서)은 자신의 몸에 대한 관념이 그렇게 일상화된 것일까? 그렇다고 하더라도 내가 왜 책에서까지 그런 것을 읽어야 하는지 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셋째, 여러 유형의 남녀를 엿볼 수 있는 것은 간접체험은 되었다. 이 책에는 여러 남자를 만나고 있는 주인공 와다, 그녀의 친구면서 동정을 지키고 있는 요시코 외에도 비슷한 또래의 여성들이 서너 명 더 등장한다. 또한 요다가 만나는 여러 남자들(연하남 후미오, 연상의 유부남 스미타니, 나이는 연하이지만 직급은 상사인 우메모토, 이웃사촌인 학원강사 요시자키 등)이 있다. 과연 와다는 어떤 남자와 맺어지게 되는지, 맺어지거나 갈라진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등이 마지막까지 독자에게 궁금증과 함께 집중을 하도록 이끌고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남녀와 비슷한 또래라면 친구나 상대방의 심리를 파악함으로써 인간관계를 효율적으로 맺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내가 나이가 들고 있음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예전에는 작품속에서 나와 다른 유형의 캐릭터를 만나면 이런 유형도 있구나, 라는 마음으로 호기심을 느꼈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리 세상이 바뀐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되어야 하나, 라는 생각을 더 많이 느끼니…. 나는 어쩔 수 없이 기성세대의 일원이 되었나 보다.
이 책은 재미가 있는가? 다른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가? 나의 취향과 관계없이 재미있게 읽었다. 취향이 다른 독자가 재미를 느꼈다면 작가는 작품으로서 성공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타인에게 권할 것 같지는 않다. 학생들에게 권할 내용은 아닌 듯하고, 상대가 성인이라고 하더라도 내가 이런 책을 권한다면 그는 나를 어떻게 보겠는가 *^^*
나의 평가와는 관계없이 이 책이 스스로의 힘으로 독자를 만나고,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게 되기를 빈다. 그래도 내게는 다양한 책이 많이 나오는 것이 그 사회를 성숙시키는 것이라는 신념은 있다. 그러므로 이 책의 성공을 기원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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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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