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리뷰

목연공식계정
- 작성일
- 2014.3.29
대통령의 글쓰기
- 글쓴이
- 강원국 저
메디치미디어
『대통령의 글쓰기』는 나로서는 드물게 구입을 한 책이다. 또한 책을 만나자마자 완독했으며, 또 이렇게 서평 집필을 시작한 책이다. 이 세 가지를 강조하는 이유는 여러 출판사의 서평단 이벤트에 선정되는 경우가 많고, 지금 도서관에 근무하고 있는 나로서는 책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서평단에서 받은 책을 읽기도 벅차고, 또 근무하는 도서관에 웬만한 책은 거의 있으니 책을 구입할 필요성을 거의 느끼지 못하기도 한다. 어쩌다가 책을 구입했다고 해도 완독이나 리뷰의 우선순위에서 서평단 도서에 밀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니 모처럼 구입을 했다고 해도 읽지를 못하거나, 읽었다고 해도 리뷰를 쓰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런 나로서는 구입과 동시에 읽고 서평 집필까지 이어진 것은 매우 드문 경우이다. 그런 책을 읽고서 무엇을 느꼈는지 몇 가지만 적어 보겠다.
첫째, 기대 이상으로 유익하고 감동적이었다. 이 책을 구입한 동기는 국어교사로서 글쓰기에 대한 관심과 함께,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친근감도 작용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두 분이 독서를 많이 했고, 연설에 능한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분들은 문필가가 아니라 정치가다. 글쓰기에 대한 전문가는 아니지 않는가? 그런 분들의 글쓰기에서 큰 도움을 받을 것 같지는 않았다. 다만 두 분의 발자취를 더듬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의 오산이었다. 이 책은 두 분에 대한 나의 친근감을 떠나서 글쓰기와 말하기의 도움서로도 매우 유익한 책이었다. 어쩌면 내가 읽은 문장 독본 중에서 최고의 책인지도 모를 정도로 알찬 내용이었다. 뿐만 아니라 글과 말을 대하는 두 분의 생활을 통해 생애까지도 이해하게 되었으니 그야말로 일거양득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둘째, 저자의 겸손도 인상적이었다. 저자는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와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에 이르기까지 8년에 걸쳐서 대통령의 말과 글을 쓰고 다듬은 연설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기업의 CEO나 관공서의 기관장의 연설을 다듬는 사람도 함부로 뽑지 않을 것이다. 하물며 대통령의 연설비서관의 선정 기준은 얼마나 까다롭겠는가? 저자는 정권이 바뀌는 2대에 걸쳐서 그 직책을 담당하면서 노무현 대통령과 진퇴를 같이 했다. 아마 저자의 문장력도 최고의 경지에 이른 수준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두 분의 대통령에게 가르침을 받았다고 자처했다. 공치사로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 말과 글에 대한 두 분의 철학을 하나하나 거론하면서 그것을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있다. 저자의 글을 보면서 내가 느낀 점은, 만약에 저자가 두 분의 대통령에게 말과 글에 대해서 배웠다면, 청출어람의 귀감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 저자의 전하는 글 하나하나가 문장의 보감이라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셋째, 이 책을 몇 번이고 숙독하고 싶다. 내가 지금까지 읽었던 어떤 문장독본보다 더 마음에 와 닿는 책이었다. 쉽게 이해가 되면서도 실생활의 언어생활에 그대로 응용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지금까지 책을 읽으면서 감동을 느낄 때는, “이 책은 한 번 보고 덮을 것이 아니라 꼭 다시 읽겠다.”라는 다짐을 하곤 했다. 이 책은 다시 읽는 정도가 아니라, 책상에 가까이 두면서 반복해서 읽고 싶은 마음이다.
끝으로 두 분의 대통령이 왜 이렇게 글을 잘 쓰셨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물론 평소 글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두 분은 올바른 신념을 갖고 그것을 위해서 노력했기 때문이 아닐까? 아무리 언변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남이나 자기를 속이는 말을 할 때는 논리 정연하게 전개할 수 없을 것이다. 매국노 이완용이 아무리 글을 잘 쓴다고 해도 합방의 당위성을 설득력 있게 전개할 수 없었을 것이고, 독재 시대에 곡필아세를 한 관료들의 글은 그들이 아무리 뛰어난 문필가 출신이라고 하더라도 억지스러운 점을 감출 수 없을 것이다. 두 분은 바른 길을 걸으려고 노력했고, 그것을 글로 표현했기에 좋은 글이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이 책을 누구에게 권하고 싶은가? 초등학생에게는 혹시 어려울지 모르겠다. 그러나 중학교 이상의 학생과 성인들에게는 꼭 권하고 싶다. 이 책을 읽은 사람은 글쓰기에 있어서 일대 전환을 맞으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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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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