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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9
글쓴이
박시백 글,그림
휴머니스트
평균
별점9 (6)
목연




19권의 주요인물들


왼쪽 : 흥선대원군, 신정왕후 조대비(효명세자빈), 흥인군 이최응, 이경하, 박규수 


       김병학·김병국 형제, 오페르트(남연군 묘 도굴), 민승호, 이항로, 최익현


 


오른쪽 : 고종(조선 20대 임금), 고종비 민씨, 민영익, 신헌과 가오루


       김윤식, 리홍장, 묄렌도르프, 다케조에 공사,


       위안스카이(갑신정변 제압), 김옥균·홍영식을 비롯한 갑신정변의 주역들 


 


19권은 고종실록이다. 사실 무거운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대원군과 민비(정확한 표현은 대원왕과 명성황후이다. 그러나 내게는 학창시절부터 귀에 익은 대원군과 민비가 더 익숙하다. 이 책의 등장인물에서는 고종비 민씨라고 표현했다.)의 암투, 그리고 개항과 합방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다시 보아야 하는 것이 어찌 즐거운 일이겠는가? 그런데 대부분 200쪽 정도이던 다른 책들과 달리 19권은 본문이 263쪽이나 된다. 그런 책을 마지막 쪽을 덮으면서 무엇을 느꼈는지 몇 가지만 적어보겠다.


 


첫째, 예상 외로 흥미진진했고, 나의 배경지식을 반성했다. 대원군의 개혁과 민비와의 암투는 익히 알고 있는 바다. 학창시절에 유주현 작가의 『대원군』을 탐독했고, KBS에서 드라마로 꾸민『풍운』도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그밖에도 책이나 드라마를 통해서 이 시대의 각종 비화를 들을 기회는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미진진했던 이유는 정사(조선왕조실록)를 바탕으로 해서 비교적 객관적으로 이 시대를 조명한 책은 이 책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물론 정사라고 해서 모두가 옳은 것은 아닐 것이다. 더구나 고종실록은 일제강점기(1927년 4월 1일부터 1935년 3월 31일)에 편찬된 것이니 일제의 입김이 작용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철종실록과 같은 형식으로 제작한다는 대원칙아재 제작되었으며,『승정원일기』나 『일성록』, 그 밖의 관찬기록(官撰記錄)의 중요 내용을 채록하고 있어서 사실 관계는 오류가 많지 않으리라고 본다.


 


나의 배경지식을 반성했다는 의미는 이 시대에 대해 비교적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지만, 정사를 바탕으로 한 책은 처음으로 읽는다는 부끄러움이었다. 흥미진진했다는 것은 내가 알고 있는 사실과 다른 점도 있으니, 마치 처음으로 대하는 사실처럼 호기심을 갖고 정독했다는 뜻이다.


 


둘째, 나의 배경지식이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 책에 의하면 대원군은 빈한한 환경으로 인하여 권문세가의 집에 기웃거리면서 생계를 유지하면서 파락호 생활을 할 정도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왕실에서는 왕족의 신분에 맞게 녹봉을 지급하였다고 한다. 철종이 몰락한 왕족으로 일자무식으로 성장한 것은 아닌 것처럼…….


 


아마도 야사나 작가가 임의로 설정한 드라마나 영화의 영향인 듯하다. 박종화의 『목매는 여인』에서는 신숙주의 변절을 안 그의 부인 윤씨가 남편을 꾸짖으며 목을 매어 자진하는 것으로 나온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는 동떨어진 것으로 신숙주의 부인은 사육신 사건 전에 세상을 떠났으므로 그때 목을 맬 수는 없었던 것이다. 대원군의 파락호 시절의 이미지는 소설 『대원군』과 드라마 『풍운』의 영향으로 새겨진 듯하다.


 


셋째, 역사의 흐름에 아쉬움이 느껴졌다. 운요호 사건 이후 일본 대표 구로다와 만나 협약을 맺은 판부사 신헌에 대해 나의 선입감은 무능하게 일본에게 농락당하면서 불평등 조약을 맺은 인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나름 당당하게 맞섰으며 당시로서는 최선의 다해서 협약을 맺었다. 또한 고종도 나름 균형감을 갖고 있는 인물로 개화파와 쇄국파, 온건 개화파와 급진 개화파의 갈등에서 중심을 잡으려고 노력하는 듯했다.


 


문제는 임오군란·갑신정변 등으로 보수와 수구를 막론하고 양쪽진영에서 많은 인물이 희생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아군끼리의 자중지란으로 자립의 기회를 놓쳐버리고 망국의 길로 간 것이 아닐까?


 


문득 우리의 현실이 떠올랐다. 남과 북으로 분단된 이후 양쪽 모두 반대파들을 철저하게 숙청했다. 또한 북한의 실상은 잘 모르겠으나 남한에서는 김구 선생을 비롯하여 조봉암·장준하·인혁당 희생자 등은 사법살인을 당했거나 의문사로 세상을 떠난 이들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그런 범주에 넣을 수 있을 것이고, 박정희 대통령 역시 그렇게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역사는 되풀이되는 것이 아닌가, 라는 무거운 생각이 들었다.


 


넷째, 홍영식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홍영식은 영의정을 역임한 홍순묵의 아들로 갑신정변이 실패한 뒤 고종 옆에 남았다가 박영교와 함께 살해당했다. 갑신정변의 무대가 그가 총판으로 있던 우정국에서 촉발되었으므로, 그도 주역 중에 한 명으로 볼 수 있다.


 


아마도 갑신정변의 참가자 중에 현대에 가장 추앙(비록 일부이지만) 받는 이가 홍영식일 것이다. 그 이유는 그가 우리나라 최초의 우편제도인 우정총국의 초대 총판이었고, 최초의 우표인 문위우표를 발행하는 주역이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렇게 발행된 우표는 갑신정변의 실패로 사흘 만에 폐지되었다. 최초의 우표를 만드는 주역 중에 한 명이라는 것이지, 근대 우편 사업을 펼친 것은 거의 없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우표의 아버지로서 우정청 관계자나 우표수집가들에게 존경을 받고 있다. 그를 보면서 신라 시대의 위홍이 떠올랐다. 진성여왕과 불륜 의혹이 있는 등 대체적으로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인물이지만, 대구화상과 함께 최초의 시조집인 『삼대목』을 편찬했다는 사실만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지 않았던가? 일연 스님이 고승으로서 업적보다는 『삼국유사』의 저자로 더 유명한 것처럼…….


 


아마도 그들은 자신들이 『삼대목』이나 『삼국유사』의 저자, 한국 근대 우편의 아버지로 기억되리라는 것은 꿈에도 생각을 못했을 것이다. 인생이란 무엇이고, 역사란 무엇일까?


 


다섯째, 역시 인상적인 책이었다.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을 보면서 책마다 느낀 인상을 새삼스럽게 확인했다. 구한말의 역사를 담은 책을 많이 보았지만 이 책만큼 흥미와 더불어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은 없었던 듯하다. 그 저력은 정사에 기초를 둔 구성과 저자의 객관적인 시각에 있을 것이다.


 


19권은 ‘쇄국의 길, 개화의 길’이라는 부제와 함께 갑신정변이 실패하는 1894년에서 멈췄다. 이제 이 책의 대미를 장식하는 20권 ‘망국’이 남았다. 나라가 무너지는 것이 무슨 즐거움이 있으랴만, 안중근 의사 등 우국지사의 충정을 만나게 되리라는 기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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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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