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리뷰

목연공식계정
- 작성일
- 2014.11.9
해리 미용실의 네버엔딩 스토리
- 글쓴이
- 박현숙 저
자음과모음
이 책은 자음과모음 서평단에서 받은 책이다. 이 달에 3권을 받았는데 이 책을 첫 번째로 펼친 이유는 저자나 책에 관심에 있어서가 아니다. 저자에 대한 배경지식은 전무한 상태이고, 『해리 미용실의 네버엔딩 스토리』란 제목도 내게는 생경했다. 읽고 싶은 매력을 주는 표제는 아니라는 의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가장 먼저 펼친 이유는 책의 분량(235쪽)이 비교적 많지 않아서 부담이 없으리라는 생각에서였다. 저자나 출판사가 읽으면 그리 반갑지 않을 듯한 동기일 것이다. 하루 만에 완독을 할 정도로 그런대로 열독을 했으니 내용은 흥미있었다고 할 수 있는 이 책에서 느낀 것을 몇 가지만 적어보겠다.
첫째, 생각했던 이상으로 독자를 흡입하는 작품이다. 중학교의 교실 풍경이 나오는 처음 몇 쪽에서는 평범하다고 생각했으나 읽을수록 내용에 빨려들었다. 해리미용실 주인과 태산이의 관계는 무엇이고, 태산이의 유산에 눈독을 들이는 5촌아저씨와는 어떻게 될 것인가 등이 추리소설처럼 독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친구인 기형이와 이웃에 사는 떡집아저씨 부부나 담임교사의 캐릭터도 흥미있었다.
둘째,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문체였다. 이 작품은 주인공인 태산이를 화자로 해서 진행되는 1인칭시점이다. 화자가 중학생인데 그 나이의 아이가 정서가 뭐 그리 심각할 것이 있겠는가? 그 나이 또래의 순진하면서도 다소 엉뚱한 서술이 귀엽기도 하고 재미도 느껴졌다. 작품 초반에 태산이의 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시는 등 무겁게 시작한 것에 비하면 이야기는 마치 명랑소설을 읽는 듯 가볍게 진행되고 있다.
셋째, 마지막에서는 여운과 감동이 느껴졌다. 작품을 읽는 내내 해리미용실의 주인남자와 태산이의 관계가 궁금했다. 둘이 어떤 관계이기에 태산이의 아버지가 해리미용실을 찾아가라고 했을까, 주인 남자는 왜 태산이나 태산이의 부모에 대해서 모른다고 했을까 등에 대해서 어떤 감이 잡이 잡히는 듯하면서도 그것이 명확하지 않았다. 즉 나는 추리소설을 읽는 기분으로 책장을 넘겼던 것이다. 그러나 책장을 덮으면서 묘한 감동이 느껴졌다. 결말이 명확하게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그것을 상상하는 즐거움이 명확한 것 이상으로 즐겁게 느껴졋다.
이 책에서 인상적인 구절은 담임교사가 태산이에게 한 말이었다.
“사람은 말이다. 양파 같은 거다. 여러 개의 껍질로 쌓여 있단다. 하지만 그걸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 그저 밖으로 내보이는 게 내가 가진 전부라고 생각하기 쉽다. 공부를 못하면 나는 공부를 못하는 아이, 외모가 딸리면 나는 못생긴 아이, 체격이 왜소하면 나는 그저 그런 아이라고 생각하지. 반대로 성적이 우수한 아이는 그게 자신이 가진 전부이고, 그걸로 인생을 승부하려고 생각한단다. 태산아. 지금 보이는 네가 전부가 아니다. 나는 네가 너에게 주어진 양파 껍질을 하나씩, 하나씩 벗겨내며 성장하길 바란다.”(168쪽)
살아가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여러 개의 껍질을 벗기면서 성장하는 사람도 있고, 겉껍질이 전부인양 움켜쥐고 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자신의 껍질을 벗겨서 남에게 보일 필요는 없겠지만, 자신에게 무엇이 감추어져 있는지 자신만은 알아야 하지 않을까? 부정적인 것은 속히 벗겨버리고, 긍정적인 것은 좀 더 오래 되새기는 동안 자신의 정체성을 발전적으로 쌓아 가리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이 책을 누구에게 권할까?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벗겨낼 양파껍질을 보다 많이 간직하고 있을 학생들에게 권하고 싶다. 내가 내년에도 도서관 업무를 맡게 된다면 이 책은 우리학교 도서관에서 학생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아, 제목의 뜻은 '해리 미용실의 끝나지 않는 이야기' 정도이다. 왜 그런 제목이 붙었는지는 마지막 쪽을 넘길 때 쯤이면 이해가 된다.
- 좋아요
- 6
- 댓글
- 4
-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