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의『채식주의자』는 딸아이에게 선물을 하기 위해 구입한 책이다. 작가의 작품은 2권을 읽었다. 4개월 전에『소년이 온다』를 읽었는데, 마침 그 무렵에 작가가 『채식주의자』로 맨부커 인터내셔날 상을 수상해서 화제가 되고 있었다. 나는 수상 소식과 관계없이 광주민주화운동의 5월을 맞아 그 책을 읽었을 뿐이다. 강렬한 감동을 받았고 이어서 최신작인『흰』도 읽었다. 『흰』에서도 평소에 읽던 작품과는 다른 신선한 충격을 받았었다.

 

그러면서도 『채식주의자』의 구입이나 읽기를 꺼렸는데, 그 이유는 살벌한 작품을 피하려는 취향 때문이다. 이 작품을 읽은 사람들이 끔찍한 인상을 받았다는 평을 읽은 바 있다. 그렇지 않아도 험한 세상에서 그런 사연을 책으로까지 읽을 필요가 있나 싶었다. 이 작품을 구입한 뒤에도 잠시 망설이다가 '이왕 만난 책이니' 라는 생각으로 펼쳤다. 그런 인연으로 만난 책에서 느낀 것을 몇 가지만 적어보겠다.

 

첫째, 3편의 중편소설로 이루어진 작품집이다. 이 책에는 『채식주의자』외에『몽고반점』과『나무불꽃』이 담겨있다.『채식주의자』는 56쪽, 『몽고반점』는 79쪽, 과『나무불꽃』는 94쪽이다.『채식주의자』가 가장 앞에 있기는 하지만, 분량으로 보면 단편에 가까울 만큼 가장 짧은 작품이었다.

 

둘째, 내게는 이해가 쉽지 않은 작품이었다. 이 소설은 작중화자인 ‘나’가 채식주의자로 변해가는 아내인 영혜의 모습을 관찰하는 형식으로 쓴 1인칭시점의 소설이다. 긴장 속에서 마지막까지 몰입을 하기는 했지만,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작가는 영혜가 채식주의자가 된 이유를 그녀가 꾼 꿈의 내용과 그에 대한 생각을 독백형식을 통해 독자에게 전하고 있다. 영혜가 채식주의자로 변하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내용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왜 그런 꿈을 반복해서 꾸었는지, ‘육식(고기)’이나 ‘채식’이 상징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감이 잡히지 않았다. 자신의 신체에서 유방만이 남을 해칠 수 없는 무기라고 생각하는 것까지는 이해가 되었지만, 그것이 브래지어를 하지 않는 이유가 되는지도 잘 모르겠다.

 

셋째, 맨부커 상의 수상이 아니라면 주목을 받지 못했을 듯하다. 긴장을 느끼면서 몰입을 하기는 했지만, 감동은 거의 느끼지 못했다. 채식주의자인 아내가 괴기스럽다고 할까? 평범한 여성이 꿈 때문에 변해가는 과정이 두렵기만 했다. 긴장은 느껴지지만 재미있지도 않고, 감동적이지도 않다면 성공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다른 이들에게 권하는 단계까지 이어졌을 것 같지는 않다.

 

이 책을 누구에게 권할까? 잘 모르겠다. 내용 자체가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재미나 감동보다는 충격을 느낀 책이다. 그러나 한국 문학을 빛낸 의미 있는 작품이다. 특히 문학에 관심이 있는 이들은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 덧붙임 : 일단 『채식주의자』 만 읽고 리뷰를 썼는데, 『몽고반점』과『나무불꽃』을 대강 훑어보니 별개의 작품이 아니라 연작소설이었다. 책을 읽을 때는 선입감을 막기 위해서 출판사나 다른 사람의 리뷰를 거의 읽지 않으므로 이런 오류를 범한 듯하다. 하지만 2편을 마저 읽어야 할지 고민스러운 부분이 있다. 여기서 멈춰야 할지 더 읽을지는 좀 더 생각을 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