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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모
- 작성일
- 2022.12.16
사라진 소녀들의 숲
- 글쓴이
- 허주은 저
미디어창비
이 책을 통해 공녀 제도에 대해 처음으로 자세히 알게 됐다. 학자였던 이곡이 원나라 황제에게 이에 대해 편지를 썼는데 그 편지를 읽고 작가님은 이 책을 쓰게 됐다고 한다. 작가님은 캐나다에서 거의 평생을 사셨고 나는 한국에서 26년을 살고있는데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반성반성..ㅠ 이 책이 외국에서 먼저 출판되어 화제가 된 후에야 내가 알게 됐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러웠다. 내가 알아야지 대체 누가 알겠냐고,, 책 소개를 처음 봤을 때 너무 처음 듣는 이야기라 판타지 소설인가..?하는 생각까지 했었다. 이렇게 무식할 수가 없다.. 반성해라 최미모... 가제본 도서와 함께 예쁜 엽서를 보내주신 창비 출판사 감사합니다,, 역사 공부 열심히 할게요ㅠ
제일 처음 든 생각은 '말이나 모피와 같이 여자를 바친다는 게 말이 되는 일인가?'였다. 포로로 잡혀가는 것도 아니고 무슨 물건 마냥 사람을 바친다는 게 이해가 안 갔다. 진짜 여자를 뭐라고 생각했으면 저런 일이 일어날까? 사실 저 시대 이후로도 비슷한 일이 수없이 일어났다는 사실이 제일 끔찍했다.
제주도에서 일어난 실종 사건의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공녀 제도에 대한 이야기들이 점점 나오는데 속상한 마음과 별개로 책이 진짜 재밌었다. 거의 민매월, 민환, 나 이렇게 세명이서 같이 다닌 수준; 책의 마지막 장을 읽으면서 민매월, 민환, 미모 이 세 사람의 이별 너무 슬펐다. ㅠ
나는 추리 소설을 읽을 때 뒷 내용이 너무 궁금해서 내용을 미리 찾아 읽고 보는 걸 좋아한다. 심장이 아픈 느낌이 너무 싫어서..ㅋㅋㅋㅋ 근데 이 책은 내가 한창 읽고 있을 당시엔 출간 전이라 내용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정말 책의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며 읽었는데 지나고 나니 그래서 더 좋았다. 물론 진짜 너무 궁금하고 답답해서 미치는 줄 알았지만^^... 그렇기에 엄청난 과몰입 상태로 책을 읽었다. 이 책을 읽기 얼마 전에 작별하지 않는다를 다시 읽었었는데 그래서 더욱더 제주도라는 배경이 슬프게 다가왔다. 딸이 태어나면 숨겨야하는 부모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소중한 자식이 사람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그 상황에서 어떤 희망을 찾을 수 있었을까. 공녀로 바쳐진 수많은 사람이 어떻게 살았을지 생각하면 화가 나기도 하고 마냥 슬프기도 하다.
이렇게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한 책을 읽다 보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사실에 무력감이 들기도 한다. 이미 지나간 일에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이렇게 남겨진 기록들을 읽고, 기억하며 같은 일을 되풀이하지 말자고 다짐하는 순간들이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모른 채로 살아왔던 26년을 다시 한번 반성한다..ㅠ
조선시대 기록에 남겨진 114명의 여성들. 그리고 기록에도 남지 못했을 수없이 많은 여성들을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 정말 다행이다. 책 읽으면서도 별로 안 울었는데 작가님이 책 앞뒤로 쓰신 말을 읽다가 눈물을 또르르 흘렸다. 전혀 슬픈 말이 아닌데 어째서?ㅠ 힝.. 근데 눈물이 났다. 혹시 창비 관계자님 이 글을 읽고 계시면 작가님 사인회 한 번만 추진해 주세요 제발요.. ktx 타고 올라갈게요...
나한테 겨울의 제주도는 원래 작별하지 않는다의 눈밭 같은 느낌이 강했다. 겨울에 제주도를 갔다가 눈이 너무 많이 오고 추워서 실제로 울었던 적도 있다^^.. 근데 다음에 다시 제주도를 가게 되면 이 책이 생각날 것 같다. 슬픈 역사가 생각나는 건 똑같지만,, 두 자매와 함께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조금은 따뜻한 기억으로 제주도를 추억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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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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