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사진
미모
  1. R

이미지

도서명 표기
살아남은 여자들은 세계를 만든다
글쓴이
김성경 저
창비
평균
별점9.1 (19)
미모

 



 





 



  전쟁에 참여한 북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적은 책인 '살아남은 여자들은 세계를 만든다'를 읽었다.



  처음 책 소개를 봤을 때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생각이 났다. 그 책을 처음 읽었을 때 정말 큰 충격을 받았었다. 그전까지 내가 배웠던 전쟁 중 여성들의 역할은 생필품 보급, 자금 조달, 내조 등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역할들도 정말 중요하고 존경심을 가져야 마땅하다. 그러나 내 머릿속에 그려지는 직접 싸우는 군인의 모습에 여성은 없었다.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군인이라는 직업에는 여성을 지워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처음으로 직접 전선에서 싸운 여성들의 이야기를 읽었을 때 이야기의 참혹함이 끔찍하기도 했지만 그만큼 감동받았다. 그래서 이 책을 꼭 읽어보고 싶었다. 다른 나라 여성들의 이야기도 알고 있는데 분단됐을지언정 같은 언어를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이런 책들을 발견하면 꼭 읽어보는 편인데 감사하게도 세계 최고의 출판사,,?? 창비에서 책을 보내주셔서 먼저 읽어볼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



 



"도대체 왜 한반도의 여성들은 국가를 위해서 '아내'와 '어머니'라는 이유로 그토록 고된 삶을 감내해야만 했던 것일까."



  작가님의 서문에 나오는 저 말이 책을 읽는 내내 떠올랐다. 책 속의 여성들은 전쟁과 분단이라는 현실 속에서 끊임없이 저렇게 주어진 역할에 저항한다. 여성은 직접 싸울 수 없으니 좋은 아내 혹은 어머니가 되어서 싸우는 남성들을 지원해야 한다. 예전부터 내려온 저 유구한 논리로 전시 중이니, 후에는 분단되어 나라가 흉흉한 상황이니 도움이 되라고 한다. 사실 저 역할들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아직도 많은 경우의 부부들이 비슷하게 살고 있을 것이다. 전쟁이 끝난 지 거의 100년이 되어간다. 그런데 여성들의 고된 삶은 왜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것일까? 서문에 지금보다 더 열악한 시대에서도 강요된 역할을 거부하고 자신의 삶을 살아갔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적었다는 말이 적혀있다. 그 서문을 읽는 순간부터 이미 이 책이 너무 소중하게 느껴졌다,,??



  누군가의 아내 혹은 어머니로 살아왔던 여성들이 역설적으로 전쟁 속에서 설 자리를 찾았다. 하지만 제한적으로 허용된 그 자리에서 여성들 스스로도 버거워했다고 한다. 책 1장에 북한에서 전쟁을 겪고 한 공장의 작업 반장이 된 길건실의 이야기가 나온다. 남편이나 아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 스스로 공동체를 형성하고 공적인 이익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특히 기억에 남았다. 나는 북한의 여성 인권은 우리보다 훨씬 열악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 속의 여성들은 내가 존경하는 여성들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었다. 매번 넓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자고 생각하면서도 이렇게 내가 가진 편견을 깨달을 때마다 내 부족함이 많이 느껴진다..ㅠ



 



  폐쇄적인 고향에서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한 한 여성의 이야기도 나온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나는 아직도 한없이 좁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편견 덩어리 그자체..ㅎㅎㅠ 근데 내가 폐쇄적이라고 생각하는 북한에서 그것도 몇십 년도 더 전에 저런 생각을 했던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너무 대단하다. 딸은 엄마의 인생을 그대로 따라간다는 말이 있다. 정말 싫어하는 말이지만 주변을 보면 엄마를 포기하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비슷한 삶을 반복하는 여성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무기력하다는 표현이 딱 맞는 것 같다. 무기력한 삶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결국 더 넓은 다른 곳으로 떠나는 방법밖에 없는데,, 어느 쪽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확실한 건 '어머니는 위대하지만 그 길을 선택하지 않은 여성의 삶도 그만큼 가치 있다.'는 것이다. 그저 여성들에게 보다 많은 선택지가 허용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책을 읽으면서 또 신기했던 건 저 시절의 노동자들은 우리 나라와 그렇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확실히 국가의 개입이 크긴하지만 우리와 같은 소시민들의 삶은 생각보다 우리와 비슷해서 신기했다. 나는 어릴 때 봤던 자극적인 예능프로를 빼면 북한의 시민들이 어떻게 살았었는지 전혀 몰랐다. 책을 읽으면서 그런 사람들의, 특히 여성의 이야기를 많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국가는 여성 노동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했지만 '공산주의, 국가, 수령' 등의 개념은 자유분방한 여성들에게 그다지 와닿지 못했다는 말이 책에 나온다. 결국은 다 똑같이 사람 사는 곳이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성들의 일상 속 작은 실천이 커다란 균열을 만들었다. 철옹성 같은 이데올로기 속에서도 그 삶을 살아내는 여성들의 해방적 실천을 통해 새로운 미래가 생겨난다. 밝은밤을 읽다가 여류작가라는 단어에 대해 생각했다. 소수의 여류작가들이 모여서 작가라는 한 단어를 되찾아올 수 있었다. 지금은 여성 작가도 그냥 작가라고 부른다. 아직도 많은 관습과 차별이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가끔 그 사실에 무력감을 느낄 때도 있다. 하지만 그 삶을 살아내야 하는 것도 결국엔 나다. 그렇다면 무기력하게 흘러가는 대로 두기보다는 작은 일이라도 해보는 것이 낫지 않을까? 우리가, 또 미래의 우리들이 살아갈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읽는 것은 항상 즐거운 일인 것 같다. 허구와 실존 인물이 뒤섞인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지만 나오는 모든 인물에게 존경을 보내봅니다,,??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3.04.26

댓글 0

빈 데이터 이미지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

미모님의 최신글

  1. 작성일
    2023.9.7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3.9.7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2. 작성일
    2023.7.3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3.7.3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3. 작성일
    2023.5.31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3.5.31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사락 인기글

  1.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30
    좋아요
    댓글
    161
    작성일
    2025.5.30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2.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30
    좋아요
    댓글
    153
    작성일
    2025.5.30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3.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28
    좋아요
    댓글
    100
    작성일
    2025.5.28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예스이십사 ㈜
사업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