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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iizii58
- 작성일
- 2001.4.18
유리창
- 글쓴이
- 정지용 저
민음사
1920년대까지의 한국 시단에 두드러진 특징의 하나는 감정 처리가 상당히 자연발생적이었다는 점이다. 감정을 지성의 여과를 거쳐 일정한 거리를 두고 처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탄력 있는 이미지(심상)가 제시되지 못하였고, 시의 구조 또한 늘어져 있어 긴장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1930년대에 박용철, 이하윤, 김영랑 등과 함께 <시문학(詩文學))>동인으로 활동했던 정지용은 20년대에 시의 단점이라고 할 수 있는 감정의 자연발생적 처리에 수정을 가하면서, 지적(知的) 절제로써 시를 구제하려던 최초의 시인이다. 그는 될 수 있으면 설명을 배제하고 장면을 감각적으로(특히 시각적 이미지) 포착하여 묘사하였다.
이 시는 박용철의 주석에 의하면 '지용이 어린것을 읽고 비애의 절정에서 쓴 시'라고 한다. 그러나 자식을 잃은 아버지의 슬픔을 읊은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그러한 감정을 나타낸 시어는 경우 제1행의 '슬픈'과 제8행의 '외로운'정도로, 그것도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처럼 객관화되어 있다. 또한 시적 화자가 바로 슬픔의 주체인데도 오히려 슬픔의 바깥쪽에서 그것을 관망하는 제삼자의 태도를 취한다. 곧 슬픈 감정을 직접 토로하지 않고 그러한 감정까지도 객관적 태도로 묘사한 주지적(主知的)특징을 드러내고 있다. 유리창은 이미 죽은 어린것과 화자를 갈라놓은 차단의 벽을 가리킨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인 것이다. 원치 않은 죽음으로 말미암아 훌쩍 떠나버린 너, 아버지의 슬픔은 끝내 차단의 벽 저 편에 있을 어린것을 보고 싶어한다.
[인상깊은구절]
유리창(琉璃窓)
유리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열없이 붙어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다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치고,
물먹은 별이, 반짝, 보석(寶石)처럼 박힌다.
밤에 홀로 유리(琉璃)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운 폐혈관(肺血管)이 찢어진 채로
아아, 늬는 산(山)새처럼 날아갔구나!
이 시는 박용철의 주석에 의하면 '지용이 어린것을 읽고 비애의 절정에서 쓴 시'라고 한다. 그러나 자식을 잃은 아버지의 슬픔을 읊은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그러한 감정을 나타낸 시어는 경우 제1행의 '슬픈'과 제8행의 '외로운'정도로, 그것도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처럼 객관화되어 있다. 또한 시적 화자가 바로 슬픔의 주체인데도 오히려 슬픔의 바깥쪽에서 그것을 관망하는 제삼자의 태도를 취한다. 곧 슬픈 감정을 직접 토로하지 않고 그러한 감정까지도 객관적 태도로 묘사한 주지적(主知的)특징을 드러내고 있다. 유리창은 이미 죽은 어린것과 화자를 갈라놓은 차단의 벽을 가리킨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인 것이다. 원치 않은 죽음으로 말미암아 훌쩍 떠나버린 너, 아버지의 슬픔은 끝내 차단의 벽 저 편에 있을 어린것을 보고 싶어한다.
[인상깊은구절]
유리창(琉璃窓)
유리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열없이 붙어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다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치고,
물먹은 별이, 반짝, 보석(寶石)처럼 박힌다.
밤에 홀로 유리(琉璃)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운 폐혈관(肺血管)이 찢어진 채로
아아, 늬는 산(山)새처럼 날아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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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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