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많은 인물들이 나오지만, 민준이라는 인물에 가장 애착이 갔다..
아무래도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고, 민준의 생각이 곧 내가 가진 고민들과 맞닿아 있는 부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취업이 안 되는 사회에 대한 분노나 답답함에 대한 내용도 있지만, 왜 취업을 해야 되는지에 대한 답을 찾아가고, 나아가 선택과 미래에 대한 질문까지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생각들이 가장 큰 공감이 되었다. 특히, 지금 살아가고 있는 삶이 부모님께서 원하던 삶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내용을 보면서 나 역시도 부모님의 자랑이자 기쁨이 되기 위해, 부모님께 실망을 안겨드리고 싶지 않아서 정형화된 무언가를 찾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저마다의 고민을 안고 휴남동 서점을 아지트로 모인 사람들이다. 영주는 단순히 서점 주인에서부터 고용주이자 서점 경영인으로서 서점을 이끌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었고, 민준은 커피에 몰입해 다양한 맛의 커피를 테스팅했다. 정서는 분노로 가득 찼던 마음을 평안하게 다룰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나오는 인물 모두의 사연들이 나오지는 않지만, 그들 역시도 독서 모임에 참여하거나 서점의 일을 돕는 등 자신만의 자리와 방법들로 고민에 대한 답을 찾아간다..



읽으면서 서점 이야기가 아니라 인물들에게 저마다의 사연이 괴리감 없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서 좋았다. 가지고 있는 사연은 어쩌면 내가, 또는 나의 주변인의 고민이었다. 민철이의 고민은 청소년기 때 누구나 했을 법한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의 차이와 자아정체성에 대한 고민이었으며, 지미의 사연은 결혼해 오랫동안 배우자와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이들이 내리는 답은 스스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처음에는 소극적이었던 사람들은 서로를 믿고, 고민을 끌어안아 같이 생각하고, 답을 내려주는 과정을 거쳐 긍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사실 그들이 주는 해결책이 대단하거나 확실한 정답은 아니다. 상대에 대한 배려와 기다림, 진실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이해와 공감, 인물들의 상황이 담긴 책 추천, 그리고 좋은 사람들의 기운. 그렇게 그들은 답이 보이지 않는 삶에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휴남동 서점이 현실에 있었다면 나 역시도 동네 주민의 누군가처럼 여기를 아지트로 삼고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었을 텐데, 소설이라는 게 참 아쉬웠다..



이 소설은 나에게 위로와 해답을 주었다. 조금은 철학적이면서 답이 없는 질문들로 힘들어하는 사람이 나 혼자는 아니라는 위로. 삶은 정해진 것이 아니며, 불확실한 미래보다는 현재 살아가는 매일에 충실하자는 해답. 아마 이 책의 주인공들이 나에게 주는 선물이 아니었을까. 그동안 나에게는 겨울에 떠오르는 서점이 하나 있었는데, 이제는 여름에도 생각나는 서점이 생겼다. 마음속 또 다른 서점이 하나 생겨서 좋다..잘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