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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
- 작성일
- 2017.11.30
귀소본능
- 글쓴이
- 베른트 하인리히 글,그림/이경아 역
더숲
귀소성은 떠나갔던 보금자리를 찾아 되돌아오는 능력이다. 이 능력은 선천적인 유전자에 내재된 경우와 부모세대를 통한 사회적 학습화인 경우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아무튼 동물들이 자신이 태어난 고향으로 되돌아가는 귀소본능은 동물들의 생존 기회를 높여주는 원초적인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인간도 예외는 아니다. 에릭 호퍼의 말대로, "하늘과 별, 그리고 신에 대한 끊임없는 집착은 귀소성에서 비롯된 욕망을 보여준다. 누구나 자신을 세상에 나오게 한 근원에 마음이 끌리는 법이다." 그런데 물리적인 측면이나 정서적인 측면에서 인간은 비둘기, 제비, 꿀벌, 백조, 연어와 같은 동물에 비해 귀소 메커니즘이 매우 빈약하다. 만약 우리의 귀소본능이 강했다면, 자신이 태어난 산부인과 병동을 순례하는 비즈니스산업이 번창했을테니 말이다.
내가 보기에 춤, 짝짓기, 새끼 양육, 집짓기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동물들의 귀소 메커니즘과는 달리, 신화 전설 속에 나오는 인간의 귀소 메커니즘은 정신적인 성장 혹은 영적인 성숙과 더욱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 같다. 가령 ‘전사의 길’이라고 불리는 영적 순례가 그렇다. 전사의 길은 호랑이, 사자, 가루다, 용의 네 단계가 있는데, 이런 단계들을 거치면서 우리는 내면의 평화를 지킬 수 있는 진정한 용자로 거듭나게 된다. 이처럼 신화나 옛날 이야기의 원형 가운데 하나가 바로 '귀향'이고, 서구문학의 원조격인 호머의 '오디세이'가 대표적이다.
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귀소본능에 대한 첫눈을 뜨게 해준 것은 어릴 적에 시청한 만화 '닐스의 모험'이었다. 개구장이 닐스가 요정의 저주로 난쟁이가 된 채 거위 모르텐을 타고 기러기들과 함께 이곳저곳 여행하며 벌이는 신기한 이야기인데, 만화에 감명 받은 나머지 원작인 스웨덴 작가 셀마 라게를뢰프의 소설 '닐스의 신기한 모험'(1906)도 동네 서점에서 구입해 재미나게 읽은 기억이 난다. 이 만화를 통해서 거위가 집오리와 다르게 자유롭게 날 수 있다는 사실과 기러기가 대장 기러기의 인도하에 떼지어 비행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거위 모르텐과 대장 기러기 아카 모두 이른바 '철새'에 해당한다는 사실도 알았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닐스'에 대한 기억도 희미해지고 동물들의 귀소본능과 귀소 메커니즘에 대해서도 굳이 전문적으로 파고들어본 적이 없다.
만약 여전히 동물들의 귀소 메커니즘에 대해서 궁금증을 포기하지 않은 어른이라면, 귀소성의 이유와 방법에 대한 박식한 책 한 권을 소개하고 싶다. 생물학자 베른트 하인리히의 『귀소본능』(더숲, 2017)이란 책이다. 앞서 '닐스의 모험'에서도 나온 거위는 두루미와 백조와 함께 겨울나기를 하는 곳에서 번식지까지 날아가는 길을 부모에게서 배우고 무리를 이뤄 함께 지내는 철새에 해당한다. 대부분의 철새는 정원솔새처럼 이주방향이 유전적으로 체내에 각인돼 있다고 하는데, 거위와 두루미, 백조는 부모세대의 학습을 통해서 이주방향을 익힌다. 캐나다두루미는 알래스카 침엽수림 얼음언덕의 보금자리를 찾아 오천 킬로미터에 이르는 장거리 비행을 한다.
"우리는 자기 집을 어떻게 찾아내고 그것을 어떻게 자기 집으로 인식하는가." 일반적으로 집으로 돌아오는 장거리 비행의 이주경로는 잘 알려져 있지만, 특정한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방법과 방향 정위는 아직 베일에 싸여져 있다. 책은 비둘기, 제비, 연어처럼 우리에게 잘 알려진 귀소성의 동물들 외에도 알바트로스, 아비새, 천막벌레나방, 제왕나비, 뱀장어, 무당벌레 등 다양한 동물들의 '귀향'과 번식, 그리고 보금자리 만들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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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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