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본 카테고리

자하
- 작성일
- 2019.7.22
쑨원
- 글쓴이
- 후카마치 히데오 저
AK(에이케이 커뮤니케이션즈)
혁명은 상하기 쉬운 생선과 같다. 오래 가면 좋을 게 없다. 성공한 혁명가도 일단 정치인으로 자리를 잡게 되면 독재자가 될 소지가 매우 높다. 수운 최제우와 녹두장군처럼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간 혁명가는 성인 반열에 오르는 반면에, 피델 카스트로처럼 성공한 혁명가는 독재자의 오명을 주홍글씨처럼 새기게 된다. 한국에는 전봉준, 김구, 안중근처럼 수많은 혁명가들이 있었지만, 친일파가 권력을 잡은 지 오래라 제대로 된 평가나 대접을 받은 분이 거의 없다. 반면에 중국의 혁명가들은 태평천국의 홍수전처럼 실패했든 국민당의 쑨원과 공산당의 마오쩌뚱처럼 성공했든 나름의 융슝한 대접을 받고 있다.
혁명가 쑨원은 국공 양당에서 중국 혁명의 아버지로 추앙받는다. 쑨원의 혁명사상의 기조는 삼민주의다. 한평생 떠돌이 혁명가의 삶을 살았던 쑨원에게, 민족주의는 민족혁명, 민권주의는 정치혁명, 민생주의는 사회혁명이었다. 민족주의, 민권주의, 민생주의는 청말 당시의 정치역학과 긴밀한 관계에 있다. 만주족의 축출과 공화제 체제의 수립이라는 당초 혁명노선의 목표는 민족주의와 민권주의에 그대로 녹아있다. 1906년 12월 2일 도쿄에서 거행된 「민보」창간 1주년 기념대회 연설에서 쑨원은 이렇게 말했다.
"소수의 만주인이 이익을 독점하기를 바라지 않기에 민족 혁명을 추구하는 것이며, 군주 한 사람이 이익을 독점하기를 바라지 않기에 정치 혁명을 추구하는 것이며, 소수의 부자가 이익을 독점하기를 바라지 않기에 사회 혁명을 추구하는 것입니다."(101쪽)
중국동맹회의 기관지 「민보」에 나온 6대 방침은 다음과 같다.
▶작금의 열악한 정부를 전복한다
▶공화정 체제를 건설한다
▶토지를 국유화한다
▶세계의 참된 평화를 유지한다
▶중일 양국의 국민적 연합을 주장한다
▶세계 각국이 중국의 혁신사업에 찬성하도록 요구한다.
방침을 보면, 명분론과 실리론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고, 일본을 비롯한 열강의 눈치를 본 것은 「민보」의 주요 독자들이 재일 유학생들이라는 점과 혁명이 성공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서구열강의 반응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삼민주의는 몇 번의 수정을 거치는데, 가령 민족주의가 초창기엔 "달로를 몰아내고 화하를 회복한다"는 구호처럼 한족의 민족주의만을 고취시켰다면, 신해혁명 이후엔 오족공화, 즉 한·만·몽·회·장 모든 족이 한겨레라는 대동적 시각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국민당 성립 이후 다시 소수 민족을 한족에 동화시키는 방향으로 수정된다.
민권주의의 경우엔 과도기적인 체제로 당에 의한 민주독재가 내포되어 있다. 쑨원이 애초에 구상한 민주공화제는 중앙집권적 체제가 아니라 미국을 모방한 연방제와 조합된 체제였다. 그러나 오권분립과 직접민권의 수준까지 나아간다. 오권분립이란 구미의 삼권분립에 중국 고대의 제도인 '고선'(관리 선발)과 '규찰'(관리 감시)을 더한, 이른바 오권헌법이다.
민생주의는 '지권을 평균한다'는 기존 주장에 은행, 철도, 수운 등 주요 산업의 국유화를 통해 대자본가의 출현을 막는다는 사회주의적 취지를 더했다. 쑨원은 이처럼 국가의 통제를 통해 사회 양극화를 억제하는 '수(收)' 지향의 정치가였다.
- 좋아요
- 6
- 댓글
- 1
-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