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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
- 작성일
- 2013.6.22
천사의 속삭임
- 글쓴이
- 기시 유스케 저
창해(새우와 고래)
누구나 공포를 느낀 경험을 가지고 있다. 머리카락이 곤두서면서 온몸에 소름이 돋는 그런 경험 말이다. 가령 한밤에 목욕탕에서 머리를 감다보면 괜히 뒷골이 싸해지면서 공포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아이들이 머리를 감다 말고, 볼 일을 보다 말고 뛰쳐나오는 경우는 대개 그런 경우다. 공포는 우리 신체의 투쟁 도피 반응을 부른다. 공포라는 감각은 위험을 피하도록 도와주는 원시적인 심리기제다. 그런데 만약 공포가 쾌감을 불러온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공포의 정도가 클수록 쾌감의 정도가 크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고소공포증이 있거나 거미 같은 벌레를 무서워하거나 뾰족한 주사바늘을 무서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호랑이 같은 고양이과 동물을 무서워하는 이들이 있다면? 기시 유스케는 [천사의 속삭임](창해, 2007)에서 바로 그런 공포와 쾌락이라는 인간의 본능 문제를 소재로 다루고 있다.
저자는 아마존 탐험대와 대원들의 연이은 의문의 자살 그리고 밀림의 괴질이라는 미끼를 던져 놓고 독자들을 픽션의 세계에 푹 빠져들게 만든다. 아마존 탐험대가 간 곳은 브라질 영 아마존 강 유역에서도 가장 오지로 소문난 곳이다. 탐험의 목적은 급속히 감속한 열대우림을 조사하여 지구 차원에서 환경문제를 생각하자는 것이었다. 탐험대는 총 열다섯 명인데 작가 다카나시 미쓰히로, 문화인류학자 니나가와 다케시(55세), 원숭이 전문가 모리 유타카(36세), 식물학자 아카마쓰 야스시(45세), 유일한 여성대원인 카메라맨 시라이 마키(32세) 등이 있다. 아마존 탐험대는 카미나와 족 촌락에 거주하고 있다. 브라질 정부의 마구잡이 개발로 인한 삼림파괴의 증거는 도처에 역력했다.
"내 눈에는 숲이 뿌옇게 이중으로 보였어요. 살아 있는 숲과 그리고 과거에 그곳에 존재했을 죽은 숲으로 말입니다. 앞에서는 혜성처럼 빛나는 생명의 숲이 뒤에서는 캄캄한 죽음의 궤적을 그려나가고 있었던 것입니다."(11쪽)
"열대우림은 풍요의 땅이 아니라 부족한 자원을 최대한의 속도로 순환시키는 자전거 조업으로 겨우 유지되고 있는 불안정한 곳입니다. 그런 곳에서 화전을 일궈봐야 금세 지력이 다하니 기껏 개척한 토지는 불과 2,3년 만에 버려지게 되고, 농민들은 다시 더 깊은 오지로 들어가 또다시 화전을 일구지요. 결국 그렇게 열대우림은 만신창이가 되어 급속도로 지구상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것입니다."(14-5쪽)
누구나 두려워하는 대상이 한두 가지 있다. 공포의 대상과 마주쳤을 때, 공포스런 상황에 처했을 때 두려움 대신에 절정의 쾌락을 느낀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리고 그런 전도된 신경 기제를 일으킨 원인이 바로 인간의 뇌에 기생하는 아마존 선충으로 밝혀진다면 말이다. 작가 다카나시는 병적일 정도로 죽음 공포증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신문사에서 주최한 아마존 조사단에 참가하고 온 뒤로 죽음을 찬미하고 동경하는 등 전과는 다른 이상한 행동을 보이다 자살해버린다. 고양이과의 짐승들을 무서워하던 식물학자는 사파리 파크를 찾아가 호랑이들 앞에 벌렁 드러누워 자살하고 만다. 아들을 잃고 난 후 남은 딸마저 잃게 될까 병적으로 불안에 떨던 여성 카메라맨은 기차가 지나가는 선로에 딸을 던지고 자신도 뛰어든다. 이런 일련의 의문의 자살 사건을 푸는 여주인공이 바로 호스피스에서 터미널 케어를 담당하는 정신과 의사 기타지마 사나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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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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