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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
- 작성일
- 2014.4.2
인간과 상징
- 글쓴이
- 칼 구스타프 융 저
열린책들
융 학파의 책 가운데 단 한 권만을 읽는다면 바로 이 책『인간과 상징』(열린책들, 2009)을 읽어야 한다. 분석심리학의 창시자 융과 융 학파 1세대 제자가 한데 모여서 심층심리학의 이론과 연구대상을 대중들에게 잘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칼 구스타프 융의 '무의식에 대한 접근', 조지프 헨더슨의 '고대 신화와 현대인', 마리 루이제 폰 프란츠의 '개성화 과정', 아닐라 야페의 '시각예술에 나타난 상징성', 율란데 야코비의 '개인분석에 나타난 상징' 등이 수록되어 있다.
융의 분석심리학에서 무의식 원형의 보물 창고는 신화와 민담 그리고 꿈이다. 심층심리학자들에게 신화와 민담은 집단무의식의 원형상들을 담고 있는 문화의 그릇이다. 신화의 분석심리학적 탐구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나타나는 원초적인 신화소에 귀착된다. 민담은 집단과 무의식적 정신 과정의 가장 순수하고 단순한 표현이다. 민담은 가장 단순하고 간결한 형태로 원형을 표현하기 때문에 무의식의 과학적 연구를 위한 주요 재료가 된다. 오스트리아 가톨릭 신자인 폰 프란츠는 모든 민담이 참나 원형과 개성화 과정을 다루고 있다고 보았다. 민담은 특정한 상징적 핵심을 가지고 있다는 면에서 다양한 준거를 가진 신화와 구별된다.
헨더슨은 고대의 신화, 전설,원시 의식에 나타난 여러 원형적 유형들을 묘사하고 있다. 폰 프란츠는 한 개인 안에 있는 의식과 무의식이 서로 알고 존중하며 적응하기를 배워가는 과정을 서술한다. 개성화 과정이 완성될 때 인간은 비로소 전체가 되고 통합되고 평온해지며 풍부하며 행복해질 수 있다. 야페는 의식의 구성물인 회화에서 무의식의 상징에 대하여 인간이 반복하여 느껴온 흥미를 묘사한다. 그런 무의식의 상징들은 생명을 유지하는 내적 매력을 지니고 있다.
폴 라딘 박사는 북미주 위네바고 인디안의 영웅신화를 분석해서 영웅신화의 전개를 트릭스터(trickster), 토끼(hare), 붉은 뿔(red horn), 쌍둥이(twin) 네 가지 행태의 영웅이 등장하는 주기(cycle)로 구분했다. 먼저 트릭스터 주기는 인생의 가장 초기의 미숙한 시기에 해당하는데, '사기꾼'이라는 뜻의 트릭스터는 자신의 행동이 육체적인 욕구에 따라서 지배되는 인물로 정신연령은 유아에 해당한다. 이 시기의 영웅은 본능적인 절제하지 못하며 유치한 양상을 띤다. 트릭스터는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일 말고는 아무런 목적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잔인하고 냉소적이며 냉정하다.
영웅신화 발전의 두 번째 단계는 토끼 주기다. 토끼는 아직 성숙한 인간의 모습을 갖추진 못했지만 그래도 인류의 창시자로서의 모습을 나타낸다. 가령 신으로부터 불을 훔쳐서 인류에게 전해준 프로메테우스가 대표적이다. 세 번째 단계는 붉은 뿔 주기인데, '붉은 뿔'은 고된 시험을 거쳐서 영웅이 갖추어야 할 요건을 갖추게 된다. 부처와 같은 강한 인신(man-god)이 대표적이다. 붉은 뿔은 인간을 파멸시키려는 악의 힘을 극복하기 위해서 초인적인 힘과 수호신의 도움이 필요하다.
영웅신화 발전의 마지막 단계는 쌍둥이 주기인데, '쌍둥이'는 인간 본성의 외향성과 내향성 두 측면을 보여준다. 하나는 '살'로서 복종하고 온화하며 수동적이고, 다른 하나는 '다리'로서 동적이며 반항적이다. 쌍둥이는 태양의 아들로 흔히 자기 능력을 넘어선 자부심과 자만으로 인해 그들의 힘을 잘못 사용하여 희생이나 죽음과 같은 파멸의 길에 들게 된다. 로마 건국의 주역인 로무루스와 레무스 형제가 대표적이다. 니체에 따르면, 고대 그리스 비극의 영웅은 신과 인간의 중간자다. 오이디푸스와 안티고네가 대표적이다.
개인의 정신 발달도 영웅신화의 발달 단계와 흡사한 측면이 있다. 영웅신화와 성인의식도 구조적 유사성을 보여주지만 영웅신화가 자아실현을 강조한다면 성인의식은 집단적 정체성을 위한 복종을 강조한다. 성인의식은 상징적인 죽음과 재생의 의식에 기반하고 있는데 토템, 씨족, 부족 또는 이 셋이 모두 합쳐진 큰 집단과 자아와의 진정한 통합이 이루어지는 첫 행위다. 결혼은 본질적으로 여성의 성인의식이다. 성스러운 결혼은 여성의 심리에 특별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가장 대표적인 통과의식은 남성의 로고스(이성)와 여성의 에로스(연계성)의 '성스러운 결혼', 즉 신성혼으로 표현된다. 인도의 시바와 파르바티의 신성혼이 대표적이다. 동화 『미녀와 야수』는 어린 소녀의 성인식을 상징한다. 소녀가 자기 본성의 성애적이며 동물적인 면과 화해를 하기 위해서는 아버지와의 유대로부터 해방되어야 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융의 주요 이론 가운데 하나가 그림자 원형이다. 그림자는 자아 인격의 무의식적인 어두운 면을 말한다. 그래서 그림자는 의식적 인격보다 훨씬 더 쉽게 집단감염에 노출된다. 악마에 홀린 17세기 프랑스 수녀들이나 무도병과 미국 남부의 백인 지상주의 비밀결사인 KKK가 그림자가 바로 집단감염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그림자는 개인의 사적인 측면도 있고 집단적인 요소도 있다. 그림자는 긍정적인 기능과 부정적인 기능이 있다. 힌두의 신 니슈누는 이런 양면성을 보여준다. 그림자가 우리의 친구가 되는지 아니면 적이 되는지는 주로 우리들 자신에 달려 있다. 우리들의 결점들이 그림자에 의해 드러날 때 우리는 그림자를 직시하는 대신 오히려 그것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투사하는 성향이 강하다. 적대적인 정치 갈등에서 이런 투사는 매우 일반적이다.
꿈과 신화에서 그림자는 꿈 꾼 사람과 같은 성의 사람으로 나타난다. 그림자라고 해서 반드시 꿈꾼 사람과 적대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그림자라고 하는 것은 좋건 싫건 한 길을 함께 가야 하는 동행인과 같다. 함께 가야 하기 때문에 때로는 져주는 척하면서, 때로는 저항하면서, 때로는 다독거리면서 다스려야 하는 것이다. 그림자는 무시되거나 오해받을때만 적대적인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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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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