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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
- 작성일
- 2015.2.10
독학
- 글쓴이
- 시라토리 하루히코 저/송태욱 역
이룸북
우리는 어렵고 힘든 시절마다 교육을 유일한 희망으로 삼아 버텨온 배움의 민족이다. 영화 <국제시장>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전후세대의 아버지 어머니들은 신분상승, 출세나 성공은 물론 자기개혁까지도 모두 배움을 통해 이룰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배움의 열기가 뜨거운 만큼, 공부 스트레스도 대단하다. 시험 점수에 목매는 아이들이 많고 하루종일 이런저런 보습학원에 다니느라 친구들과 놀고 할 시간이 없는 아이들 투성이다. 학교와 학원의 울타리에 갇혀 있는 한 학업 스트레스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다. 유치원생부터 대학생은 물론이고 회사원까지 모두 그러하다. 학업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려면 아이러니하게도 누군가에게 돈을 주고 학습하거나 공부하는 법을 버리고 스스로 목표를 정해 자발적으로 공부하는 독학의 길에 들어서야 한다. 자강불식하는 독학형 인간이 되어야 비로소 지긋지긋한 공부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다.
독학이란 쉽게 말해서 책을 통해 홀로 깨치는 배움의 과정이다. 요즘 학생들은 학교나 학원에 나가지 않으면, 선생이 옆에서 지도해주지 않으면 배울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험한 세상을 헤쳐나가려면 끝없이 배워야 하는데, 지식이나 기술을 항상 학교 선생이나 학원 강사에게서만 배울 수 있다고 보면 곤란하다. 물론 일대일 학습이나 면대면 학습이 가장 효과적인 학습법이라는 점을 부정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조급해하지만 않는다면 독학으로도 충분히 자신이 배우고자 하는 것을 마스터할 수 있다. 시라토리 하루히코는 배움의 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독학이라고 역설한다. 독학의 독(獨)은 고독하다는 뜻이 아니라 특정한 스승을 두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스승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얘기가 아니라 특정한 스승은 두지 않지만 최고 수준의 책을 스승으로 삼는 것이다. 저자가 지향하는 독학이란 쉽게 말해서 학습을 넘어선 자발적인 공부, 자기혁신을 위한 주체적인 공부를 의미한다. 이는 단순히 자격증을 따기 위한 공부나 승진을 위한 공부에 국한되지 않는다. 시험 합격, 입사, 자격증 취득처럼 세속적 성공을 추구하는 공부가 아닌 오직 자신의 흥미를 추구하는 공부가 독학의 요체다.
독학이란 자신의 교양수준을 높이고 삶의 여유를 위한 자발적 자주적인 공부다. 사실 혼자 힘으로는 똑 부러지게 공부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쩔 수 없이 학교나 학원에 가서 교육을 받는 것이 아닌가 말이다. 독학의 목적은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데 있다. 저자는 학문에 관한 니체의 말을 비틀어 이렇게 초역한다.
"공부가 가져다주는 것은 사실 다른 데 있다. 공부로 능력이 단련되는 것이다. 열심히 조사하는 능력, 추리나 추론하는 능력, 지구력이나 끈기, 다면적으로 보는 능력, 가설을 세워보는 능력 같은 것이다. 습득한 이러한 능력은 다른 분야에서도 충분히 통한다."(19쪽)
저자는 이 책이 독학의 노하우를 담고 있지는 않다고 밝히고 있지만, 독학의 달인답게 주제별 독서법, 자료조사법, 프리노트 작성법, 외국어 학습법 등에 대한 조언을 들려준다. 아, 그러고보니 저자 역시 이반 일리치처럼 독학의 길을 통해 학교교육이라는 오래된 신화에 도전하는 이른바 '독학자' 부류다. 일찍이 이반 일리치는『학교 없는 사회』에서 학교가 교육을 망친다고 주장하고 학교교육의 탈피, 심지어 학교제도의 폐지를 요구한 바 있다. 물론 저자는 일리치보다는 급진적이진 않다. 저자는 다만 학교교육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라는 울타리에만 갇혀 있지 말라는 주장을 전개한다. 우리는 학교와 학원이 우리 사회의 차별과 위계질서를 재생산하는 도구라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다. 고정된 학업 시스템에 길들여진 이들은 자율적인 공부, 독학의 가치를 상실하게 되었다. 이 책이 배움과 공부의 의미를 성찰하고 독학의 길에 들어서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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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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