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에 쓴 리뷰들

異之我...또 다른 나
- 작성일
- 2019.8.17
열두 살 좀비 인생 3
- 글쓴이
- 에마 티 그레이브스 글/비니 부 그림/지혜연 역
제제의숲
우연한 사고로 좀비가 된 툴라는 '세 번째 이야기'에서도 사건 사고를 겪으며 바쁘게 지낸다. 하나의 사건이 해결이 되면 곧바로 또 다른 사건이 튀어나오는 식으로 말이다. 열두 살에 느닷없이 좀비가 된 것도 억울한 마당에 좀비가 되어 좋은 점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평범한 일상'조차 좀비가 된 툴라에게는 너무나도 버거운 일이 된 것이 정말정말 짜증이다. 그렇다. 이번 이야기의 주제는 바로 '짜증'이다.
툴라가 짜증스러운 까닭의 시작은 '허기지다'는 것이다. 좀비가 된 뒤부터는 평범한 식단은 '소화'할 수조차 없게 되었다. 말그대로 좀비의 위장은 오직 '날고기'만을 바란다. 다른 음식은 안 된다. 이전에 사람이었을 적엔 '채식주의자'였기 때문에 툴라는 이렇게 변해버린 자신에게 당혹해하면서 심지어 '정체성 혼란'까지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말았다.
더욱 곤란한 상황은 부모님에게 '날고기를 더 사주세요'라고 말을 할 수가 없다는 거다. 원래 '채식주의자'였는데 갑자기 식성이 바뀌었다고 말 할 수도 없으며, 자신이 좀비가 되었기 때문이라는 말은 더욱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에는 용돈을 모아둔 덕에 그럭저럭 '날달걀' 정도로 버틸 수 있었지만, 이젠 점점 '좀비화'가 되었는지 '날고기'를 든든히 먹지 않으면 배가 고파서 견딜 수가 없을 지경이다. 오죽하면 하나 뿐인 남동생의 다리를 물어서 잘근잘근 씹는 상상까지 하고 말았다. 이대로는 할 수 없다. 뾰족한 방법을 구하는 수밖에는.
그런데 어떤 방법으로? 초등학생이 '돈벌이'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부모님께 아무 이유도 없이 용돈을 올려달라고 할 수도 없다. 신문배달을 시작해볼까? 어차피 좀비화가 진행되면서 밤에 잠을 자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요즘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신문을 보기 때문에 신문배달일로 넉넉한 돈을 벌 수 없을 것이다. 고민은 처음으로 되돌아 갔다. 이렇게 문제가 생겼을 땐 <좀비소년 Z>라는 책에서 많은 도움을 받기도 하였지만, 그 책에서는 '좀비가 된 소녀가 할 만한 돈벌이'에 대해서는 전혀 나와 있지 않다. 어차피 잠도 자지 않게 되었으니 '공동묘지 야간경비'를 서면 될까? 아니야. 초등학생에게 시켜줄 만한 직업이 아니야. 그렇다면 베이비시터(아이돌보미)를 하면서 용돈을 벌어볼까? 이것도 좋은 해결방법일 수는 없어. 왜냐면 '정기적'인 수입을 보장할 수 없으니까...
그렇다면 좀비에게 딱 어울리면서도 '날고기'를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직업은 무엇이 있을까? 날고기를 구했다고 하더라도 부모님 몰래 '대량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은? 툴라에게 늘 고민일 수밖에 없는 첫사랑 제러미가 댄스파티에 춤을 함께 추자고 신청하게 된다면, 수락해야 할까? 거절해야 할까? 갈수록 늘어만 가는 고민 때문에 하루하루 죽어가고 있는(이미 죽었지만) 툴라의 좀비대모험은 어떻게 이어질 것인가? 궁금해요? 궁금하면 500원~에드온 적립 부탁해요^-^=
줄거리는 이쯤하고..책제목이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이 책을 책꽂이에서 덥썩 꺼내들고 읽는 아이들은 십중팔구 남자아이들이다. 책내용은 '소녀소녀'한데도 말이다. 그럼에도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읽어내는 남자아이들이 대다수다. 소녀들의 고민과 좀비가 되었음에도 첫사랑에 가슴 설레는 장면에도 멈추지 않고 직진하며 끝까지 읽어간다. 책을 겁나 읽기 싫어하는 녀석들이 말이다. 참 신통방통한 책이다.
암튼, 이번 책에서도 고민 많고 사건 많은 툴라에게 큰 도움을 주는 친구들의 찐한 우정이 돋보였다. 사춘기 소녀들의 질풍노도의 시기는 이렇게 극복하는 것일까 싶을 정도로 '그녀들의 우정'은 뜨거웠다. 이 또래 남자아이들의 '질풍노도'는 참 단순한데 여자아이들의 사춘기는 좀 복잡했다. 사실 이 책에서 '좀비'라는 소재를 빼고도 이야기는 풍성했을 것이다. 열두 살 소녀의 고민거리가 얼마나 많을까? 싶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무엇이든 다 고민거리가 되는 것이 '사춘기 시절'일 것이다. 아직 살아온 날들이 적은 '경험부족'에서 찾아오는 '불확실성'이 바로 고민의 원인이고, 불안의 시작일 것이다. 과연 '내가 결정한 사안'이 최선일까? 하면서 말이다.
나는 아이들이 '사춘기'라고 핑계를 대며 반항을 하는 기미가 보일라치면 '몽둥이'를 살포시 들면서 "사춘기 반항따위는 매로 다스려주마. 일본이 경제도발을 하면서 국운이 너희들의 양어깨에 올라타 앉아 있거늘. 어디서 공부하지 않으려는 꾀를 부리느냐~"고 호통으로 무마하려 들지만, 왜 모르겠는가? 무엇이든 불안하고 속시원한 해답을 찾지 못해 늘 고민인 것을 말이다. 그럴 때 가장 좋은 해결방법은 언제나 마음이 통하는 '또래 친구들' 뿐일 것이다. 나도 그랬다. 어른들은 해결해줄 수 없는 청춘들의 고민을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을 좋아하는 걸까? 비슷한 또래가 겪는 좌충우돌 사춘기 대소동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은 아닐까? 암튼 사춘기 고민 따위는 이미 다 해결한 경험 많은 어른도 즐겨읽는 소설책이다.
리뷰어클럽 서평단의 자격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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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