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異之我...또 다른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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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조선 갈등사
글쓴이
신정훈 저
북스고
평균
별점9.6 (32)
異之我...또 다른 나

  '조선사'를 다룬 역사책은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그만큼 사료가 풍부하기 때문이고, 드라마나 소설로 '변주'도 참 많은 탓으로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탓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같은 시대, 같은 인물, 같은 사건을 다룬 역사라고 해도 무엇에 초점을 맞추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에 따라서도 엄청나게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다. 그런 까닭에 '식상하다'는 느낌도 쉽게 받곤 한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되풀이하면 할수록 그런 느낌은 더욱 심해지는 탓이다.



 



  그러나 이 책은 너무나도 익숙한 '조선사'를 다루면서도 전혀 식상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렇다고 '독창성'이 뛰어난 책도 아니다. 어디선가 이미 들어본 듯한 '익숙함'이 낯선 느낌 따위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그런데도 재밌다. 왜 그럴까?



 



  그건 '속도감' 때문일 것이다. 요즘의 '유투버 세대'들은 지루한 걸 못 참는다. 그래서 길고 긴 이야기를 늘어놓는 '설명충'을 굉장히 싫어한다. 심지어 짥막한 동영상마저도 엄지손가락으로 1~3초 사이에 휙휙 보고 넘겨버리기 일쑤다. 정확히는 0.1초만에 재밌는 영상인지 아닌지를 파악하고 넘겨버리는 셈이다. 우주보다 더 광활한 '정보의 양'을 다 볼 수 없으니 그럴만도 하다 싶다.



 



  책도 마찬가지다. 딱 한 장만 읽고서도 책 전체에 대한 인상을 결정해버리곤 한다. 물론 한 장을 읽어 넘기고도 채 다섯 장을 읽지 않고 집어 던지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정말 재밌는 책은 술술 읽기 마련이다. 이 책의 저자가 유명한 '유튜버'라서 그런지 몰라도 한 번 손에 잡으면 놓을 수가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감으로 '조선 500년'을 읽어 나가게 한다. 이것 만으로도 이미 훌륭한 장점이다.



 



  그러나 역사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그것'만으로는 어림 반푼어치도 없다. 무언가 '깊이'를 자극할 수 있는 '무엇'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갈등'을 키워드로 잡은 것은 탁월한 선택인 듯 싶다. '왕권 vs 신권', '왕실 vs 외척', '세자 vs 대군', '중전 vs 후궁', '훈구 vs 사림', '폭군 vs 반정', '쇄국 vs 개화' 등등 조선 500년 동안 벌어진 '갈등사'를 중점적으로 스피디하게 풀어낸 입담이 매우 인상적인 책이었다. 물론, 이런 류의 역사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태조 이성계부터 조선멸망에 이르기까지 물 흐르 듯이 자연스럽게 갈등에 갈등을 이어나간 역사책은 결코 흔치 않았기에 더욱 인상적이었다. 여기에 화룡점정으로 삼은 갈등이 바로 '정사 vs 야사'다. 정사로 기본 베이스를 충실히 다진 다음에 야사로 맛깔난 양념을 버무렸기 때문에 더욱 입맛을 짜릿하게 자극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취사선택'이 매우 탁월했다고 본다. 한 임금에 두세 개의 에피소드를 담아서 휘릭휘릭 넘길 수 있게 만든 기획이 매우 유효했다고 본다. 세종이나 정조만 해도 책 한 권으로도 모자랄 정도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연산군이나 광해군은 말할 것도 없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의 원인과 결과만 따져도 다루어야 할 내용이 어마어마할 것이고, 열강의 침략이 한창이던 때에 위정척사와 개화개국으로 갈라서 으르렁대다 끝내 망국에 이르게 되는 애달픈 시대를 어찌 짧게 휘리릭 넘기고 말 수 있겠느냔 말이다. 그렇게나 짤막하게 다루었는데도 부족한 부분이 없다고 느낄 정도로 알차게 추려냈다는 점이 꽤 인상적인 책이기도 했다.



 



  물론, 아쉬운 점이 없진 않다. 책의 수준을 놓고 본다면 '초중고급' 가운데 '초급'과 '중급'으로 볼 수 있고, 내용은 '초급', 분량은 '중급' 정도의 수준으로 보인 탓에 '깊이'가 상당히 부족한 책이라고 볼 수 있다. 고급스런 역사덕후 독자들에겐 그저 심심풀이 땅콩, 그 이상은 절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 때문에 역사에 관심이 부쩍 생겨서 '읽을만한 책'이 어디 없을까 싶은 독자들에겐 강추한다. 한 눈에 조선사 500년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질 것이다. 역사공부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역사 흐름'을 단박에 꿰뚫을 수 있게 되는 것이 '초급자'들에게는 정말 유효할 것이다.



 



  그래도 고급자들을 위해서 '역사갈등'을 함께 읽어나가는 안목을 길러보시라 권하고 싶다. 이를 테면, 이 책에서는 고종과 명성황후를 열강들에게 휘둘리며 '조선의 근대화'를 빠르게 앞당길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허무하게 날려버린 '무능한 지도자'로 평가하는 관점을 보였다. 하지만 고종과 명성왕후도 나름대로 '외세의 침략'을 여러 열강들을 끌어들이면서 열강의 침략을 다른 열강을 끌어들이는 방법으로 해결하려고 한 점을 높이 평가하는 관점도 있다. 이런 식으로 다양한 역사관점을 비교하면서 '비판적 읽기'를 시도한다면 더 풍부한 독서가 될 것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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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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