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異之我...또 다른 나
  1. 2023년에 쓴 리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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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 1
글쓴이
김재훈 글그림
한빛비즈
평균
별점9 (21)
異之我...또 다른 나

  혹시 수없이 많은 <그리스로마신화> 가운데 무엇을 골라 읽을 것인지 고민인가? 그렇다면 아주 훌륭한 고민에 빠졌다고 박수를 쳐드리고 싶다. 왜냐면 <그리스로마신화> 만큼 수없이 많은 '변주'를 거친 책도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고르기 힘든 일이고, 그걸 고민할 정도의 독자라면 이미 상당 수준의 '독서가'임을 인증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사실 '정답'이 없는 질문이기도 하다. 왜냐면 <그리스로마신화>를 제대로 맛보기 위해서는 그 수많은 원전들을 섭렵해야 겨우 제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지난한 과정을 거치고 지적 숙련을 거듭하고나서야 겨우 '이책은 이런 맛, 저책은 저런 맛이 난다'고 맛을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난 다음에야 간신히 '선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책, 김재훈의 <만화로 보는 그리스로마신화>가 대단히 훌륭한 원전해석을 선보인 '수준급, 신화인문서'라면서 말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어떻게 즐기면 좋을까? 사실 이 책에 대한 리뷰는 벌써 '두 번째'인데, 같은 책으로 열 번이라도 더 리뷰를 써낼 수 있을 정도로 '대서사극'을 감상한 뒤의 여운이 찐~하게 밀려들고 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이번 리뷰에서는 '제우스 중심'이 아닌 '또 다른 신'을 중점으로 이야기를 풀어갈까 한다. 어차피 새로 출간한 2권에서도 '같은 인물(신)'에 포커스를 맞추었기 때문이다. 그 신은 바로 '프로메테우스(미리 생각하는자)'다.



 



  약간의 스포를 하자면, 1권의 내용은 신들의 전쟁인 '티타노마키아'를 거쳐 올림포스 12신이 정립하는 일대기를 보여주었고, 2권에서는 또 다른 신들의 전쟁인 '기간토마키아'를 치룬 뒤 제우스가 신들 중의 제왕임을 확인해주는 내용이 핵심이다. 그런데 두 차례의 전쟁에서 '제우스'가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다름 아니라 '프로메테우스'가 제우스의 편을 들었기 때문이고, 제우스에게 승리할 수 있는 비결을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프로메테우스'는 왜 제우스의 편을 들었을까? 라는 의문이 저절로 들기 마련이다. 이제부터 1권의 내용에 집중해보련다.



 



  '그리스로마신화'에서는 두 차례의 '신들의 전쟁'을 선보인다. '북유럽신화'에서도 라그라로크라는 모든 신들이 참전하는 최후의 결전을 치루며 신들의 세상이 저물어가고 인간들의 세상이 펼쳐지는 과정을 엿볼 수 있지만, '그리스로마신화'에서도 '신들의 전쟁'을 두 차례나 겪으면서 이후에 인간들이 중심이 되는 세상이 도래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게 된다. 이렇게나 비슷한 양상으로 신화가 전개된 까닭은 다름 아니라 '신화'를 만든 이가 바로 '인간'인 탓이다. 아무리 전능한 신들이 세상을 창조하고 불사의 몸을 갖고 만물 위에 군림하더라도 끝내는 '신들의 전성시대'가 저물고 필멸의 몸을 가진 부족한 이들, 즉 '인간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시대가 도래할 수밖에 없다는 필연적인 전개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다만, 다른 점은 '북유럽신화'에서는 거의 모든 신들이 전멸한 뒤에 인간세상이 펼쳐지지만, '그리스로마신화'에서는 제우스가 최고신임을 재확인한 뒤에 서서히 잊혀져 간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신들 중심의 신화가 영웅 중심 서사로 바뀌었다가 끝내는 인간 중심의 스토리 라인을 펼쳐낸다는 말이다. 물론, 그 인간들이 '제우스'를 비롯해서 여러 신과 영웅들의 후손임을 밝히는 '족보전쟁'의 양상을 띠지만 말이다. 그런 까닭에 '신화'는 '역사'로 이어지기 마련이며, 신화는 허구맹랑한 상상의 소산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역사의 빈틈'을 메워주는 소중한 사료로 다뤄져야 한다. 마치 우리가 '단군할아버지'를 한민족의 조상으로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것처럼 말이다.



 



  그 가운데 첫 번째 전쟁인 '티타노마키아'는 말그대로 '티탄(타이탄)과 벌인 전쟁'이다. 그렇다면 '티탄'은 누구인가? 헤시오도스의 <신들의 계보>에 따르면, 태초에는 카오스(혼돈)이 있었고, 그 무질서한 곳에서 모든 신들의 어머니인 '가이아'가 탄생하였다. 가이아는 자신이 낳은 우라노스(하늘신)를 지아비로 삼아 12명의 신을 낳았는데, 바로 가이아와 우라노스 사이에서 낳은 신들이 바로 '티탄족'이었다. 그런데 가이아와 우라노스는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다. 가이아가 티탄족만 낳은 것이 아니라 괴물들도 여럿 낳았기 때문이다. 우라노스는 괴기망측한 그 괴물들을 자식으로 인정하지 않았고, 심지어 가이아의 자궁속(타르타로스, 깊은 땅속)으로 다시 돌려보내는 막되먹은 처사를 벌였기 때문이다. 그 괴물들은 바로 외눈박이 키클롭스 삼형제와 머리 50개, 팔 100개인 괴력의 헤카톤케이레스 삼형제다. 이렇게 자신이 낳은 자식을 자식으로 인정받지도 못하고 이유같지 않은 이유로 땅속 깊이 유배된 처사에 불만을 들어내고 우라노스를 물리칠 방도를 떠올렸던 것이다.



 



  이때의 주역이 바로 '티탄족의 우두머리(사실은 막내)' 크로노스다. 가이아의 흉계에 빠진 우라노스가 방심한 틈(!)을 타고 크로노스가 가장 단단한 금속, 아다마스로 벼린 거대한 낫을 들고 제 아버지의 거시기를 싹뚝 잘라버린 것이다. 그리고 제 아버지의 왕좌를 차지하였다. 하지만 이렇게 거사에 성공한 가이아는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없었다. 크로노스가 어머니를 배신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거사는 성공하였고 크로노스는 제왕의 자리에 올랐다. 신들의 세상에도 '질서'는 있는 법이어서 가이아는 울분을 삼키고 또 다른 기회를 엿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제왕의 자리에 오른 크로노스도 마음이 편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자신의 아버지가 거시기가 잘리면서 저주를 남겼기 때문이다. "크로노스, 너도 네 자식에게 똑같이 당할 것이다"라고 말이다. 그래서 그랬을까? 크로노스는 자신의 누이이자 아내인 레아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들을 낳는 족족 삼켜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다섯 명의 자식을 제 아빠가 삼켜버리는 광경을 지켜 볼 수밖에 없었던 레아는 여섯 번째 아이(제우스)만큼은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하였고, 이를 기회로 삼아 가이아는 크로노스를 몰아낼 궁리를 하면서 자신의 손자이기도 한 제우스를 지지하는 편에 서게 되었다. 그렇게 구사일생으로 살아남게 된 제우스는 쑥쑥 자라서 어른이 되었고, 우라노스의 저주를 실현시키며 크로노스에게서 왕좌를 탈환하게 된다. 하지만 아버지와 달리 크로노스를 한 방에 처리하지 못했기에 기력을 회복한 크로노스는 자신의 형제인 '티탄족'을 이끌고 제우스의 형제들과 맞서 싸우게 되는데, 이것이 최초의 신들의 전쟁 '티타노마키아'다. 우리의 또 다른 주인공인 '프로메테우스'가 티탄족인데도 제우스의 편을 들어 제우스가 승리할 수 있게 한 숨은 공신이라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고 말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목은 자신의 형제를 배신하고 제우스의 편을 든 까닭이 무엇이었냐는 점이다.



 



  수많은 신화학자들은 '프로메테우스(미리 생각하는 자)'가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었기에 10년이나 이어졌던 '티타노마키아'에서 제우스가 끝내 승리할 수밖에 없는 까닭을 '미리' 알고 있었던 탓이라고 해석한다. 과연 그뿐이었을까? 이 책에서는 단순히 '그것'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훗날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의 창조주'로 활약하는 장면과 연관지으면서 신들의 세계를 '티탄'이 지배하는 것보다 '티탄의 자식들'이 지배하는 것이 더 재미난 일이 벌어질 것이라 예견했기 때문이라고 썰을 풀어놓았다. 더 재미난 일 말이다. 사실 이 말이 좀 무시무시한 말이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재미'를 말할 때, 질서정연한 곳에서 느끼기보다 그야말로 혼돈, 그 자체인 무질서한 곳에서 더 찐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는 재미없고 지루한 천국보다 하루하루가 짜릿하고 화끈한 지옥이 더 낫다는 말에 열광하는 이들이 더 많겠냔 말이다. 이런 짜릿한 미래를 예견한 프로메테우스가 자신의 동족을 배반하고 말았다.



 



  물론, 배반의 대가는 치욕, 그 잡채였다. 이건 2권에서 다시 이야기하련다.



 



한빛비즈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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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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