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년에 쓴 리뷰들

異之我...또 다른 나
- 작성일
- 2011.4.16
나의 리틀리그
- 글쓴이
- 제임스 프렐러 저
살림Friends
스포츠 가운데 야구만이 유일하게 <희생>번트, <희생>안타와 같이 팀을 위해 자신을 과감히 죽여버리는 '살신정신'이 오롯이 살아있는 스포츠라고 열광하는 사람들이 있다. 야구를 별로 좋아라하지 않을 때에는 도대체 무슨 소린가 싶었다. 그러나 야구 스포츠에 점점 흥미를 느끼고 배터리(투수와 포수를 함께 이르는 야구용어) 사이에 오가는 공과 신호(싸인) 하나하나를 읽어낼 수 있게 된 뒤부터는 야구가 재밌어졌다.
물론 야구 스포츠가 축구와는 달리 온누리 사람들이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는 <월드 스포츠>가 되기에는 조금 미흡한 점이 많다. 다른 스포츠에 비해 장비도 많이 필요하고, 그 장비의 값도 참 만만치 않고, 축구처럼 대충 골대만 세워놓고 간단히 즐길 수 있기는커녕 '전용경기장'이 없으면 위험하다고 내쫓기는 형편이니 말이다.
그래도 야구는 한 번 시작하면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할 정도로 중독성이 강한 스포츠 임에 틀림없다. 흔히 <멘탈 스포츠>라고 부르는데, 공격과 수비도 번갈아 가며, 중간중간 교체선수라도 생기면 흐름이 뚝뚝 끊기며 다른 스포츠에 비해 참 움직임이 적은 스포츠 같다. 그렇지만, 한 번이라도 공이 타자의 방망이에 맞는 순간 그 사이 정적이 무색할 정도로 박진감이 넘치는 경기가 시작된다. 그렇다. 야구는 타자의 방망이에 공이 맞는 순간을 즐기는 경기이다. 그래서 깡~하는 청명한 울림을 즐길 줄 안다면 당신도 충분히 야구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 책에서는 그런 청명한 울림을 엿볼 수는 없다. 아니 사실 좀 지루한 <경기 밖 이야기들>이 중간중간 낑겨서 박진감 넘치는 경기의 흐름을 느낄 수는 없었다. 막판에 역전승을 만들어 냈는데도 말이다. 사실 이 이야기는 야구라는 열정 가득한 스포츠에 <어린이의 성장>을 다룬 이야기이기 때문에 등장인물 한명 한명의 심리묘사에 좀 더 집중해야 한다.
성장을 다룬 이야기인만큼 남자아이들보다는 여자아이들에게 더 어울릴만한 이야기인 것 같지만, 사실 이 책은 여자아이가 읽어내기에는 너무 스포츠용어가 많이 나온다. 물론 야구경기를 꽤 즐기는 여자아이라면 충분히 읽어낼 만하고, 등장인물의 심리묘사가 참 잘 되어 있어서 참 즐겁게 읽어낼 수 있을테지만, 그렇지 못한 여자아이들은 익숙치 않은 야구용어를 읽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쥐가 날 지경일 테다. 물론 주석이 친절하게 잘 달려 있지만, 이마저도 우리 나라 야구용어와 미국용어, 심지어 일본에서 쓰는 용어마저 마구 뒤섞여 있어서 웬만한 수준이 아니고서는 읽어내는 일조차 힘겨워할 지경이다. 그렇지만 야구를 정말 좋아하는 읽는이(독자)라면 경기설명 하나하나가 실제 경기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킬 테다.
그런 뜻에서 이 책은 남자아이들에게 어울릴 만한 책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게 내릴 결정은 아니다. 왜냐면, 남자아이라고 모두 야구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남자아이들치고 등장인물의 심리묘사를 진득하니 앉아서 읽어낼 깜냥을 갖춘 아이들이 참 드물다. 그래서 웬만큼 야구를 좋아하지 않고서는 이 책을 읽어내는 것조차 힘들 테다.
이쯤해서 서론은 마무리하고, 책 이야기 좀 해보자.
이 책의 주인공 샘 라이저는 유망한 리틀야구선수였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뼈에 암세포가 생기는 <골육종>이라는 병에 걸리고 나서 삶의 전부였던 야구를 포기하기에 이른다. 몸이 허락치 않는데 계속 야구를 한다면 살짝 부딪치는 것만으로도 뼈가 부러지는 일이 자주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바라는 일은 아니지만 샘은 야구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샘은 좋아하는 야구는 할 수 없게 되었지만 야구를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았다. 비록 직접 뛸 수는 없지만, 친구들이 뛰는 모습을 생생하게 목소리로 담을 수 있는 <경기장 해설자>로 변신을 꾀했기 때문이다. 친구들의 장점을 섬세하게 묘사할 수 있는 것은 샘에게만 주어진 특권이었다.
이렇게 <좌절>을 겪은 주인공이 심한 상처를 극복하고 결국 새로운 삶으로 변신하는 모습을 그려놓은 이 책은 아이들에게 <또 다른 진정한 내 모습>을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하나의 꿈이 절망이 되었을 때 오는 충격이 아무리 심할지라도 또 하나의 꿈을 꿀 수 있다면 쉬운 일을 아니지만 이겨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그밖에도 여러 아이들의 고민이 담겨 있어서 여러 가지 문제를 극복해가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하나 같이 쉬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고민은 아니지만 슬기롭게 극복해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써 역전승보다 짜릿한 후련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잘못 쓰여진 내용이 너무나 많은 것이 흠이다. 원작자의 실수인 것인지, 뒤친이가 잘못 뒤친 결과인지, 또는 야구에 익숙치 않은 뒤친이가 저지른 단순 실수인지는 몰라도 셀 수 없을 정도로 잘못 찍힌 내용을 <건너뛰기>하며 읽어야 할 지경이었다. 예를 들어, 교체되어 명단에서 나간 선수가 그대로 명단에 나오고, '투수'가 어느새 '포수'가 되어 공을 던지는 장면을 어떻게 이해하며 읽어야 할 지 난감할 지경이었다. 이것만 빼면 꽤 좋은 책인데, 참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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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