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황
  1.  책에 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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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변의 모르면 호구 되는 최소한의 법률상식
글쓴이
허윤 저
원앤원북스
평균
별점9.5 (37)
서황

 

20대 초반, 갑작스레 이사가 결정되었다. 추운 겨울에 가족들 모두 정신이 하나도 없었던 기억이 난다. 공인중개사무소 곳곳에 매물을 구하고, 조건이 괜찮은 집들은 등기부등본을 뗐다. 우리뿐 아니라 다른 사람도 다 확인하는 절차 중에 하나일 몇 장의 서류였다. 처음 떼서 읽어보는데 표제부, 갑구, 을구 등 낯선 용어에 머리가 하얘졌다. 그때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하나하나 찾아보고, 다음 집으로 주의해야 할 점은 있는지 살폈었다. 계약서를 작성하는 날은 계약 당사자가 아닌 당사자의 가족으로서 참여했을 뿐인데도 진땀이 났다. 금액은 정확한지, 아래 깨알 같은 글씨들에 틀린 점은 없을지, 공인중개사무소의 공인중개사가 자격증이 있고 확실히 등록된 사무소인지, 그새 빚이 생기지 않았을지 등 무려 전입신고를 한 다음날에도 등기부등본을 떼서 확인한 후에야 긴장이 풀렸었다.

 

지금도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조심해야 할 부분을 다 아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살면서 가장 조언을 구하고 싶은 순간이 이럴 때가 아닐까 한다. 어느 날 갑자기 교통사고가 나면 초기 대처를 어떻게 해야 할지, 뉴스를 보면 예삿일이 아닌 층간 소음에 법적으로 적절한 대처는 어떤 것이 있는지 등 무작정 닥친 일에는 아득해지거나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초조해진다. 일일이 찾은 정보가 정말 법에 저촉되지 않을지 우려도 된다. 모처럼 운 좋게도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문구가 저절로 떠오르는 책을 만났다. 현재 대한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허윤 변호사의 [허변의 모르면 호구 되는 최소한의 법률상식]이다. ‘참을 인 자가 셋이면 호구된다.’에서 차용한 재미나고 인상적인 제목이다. 지금부터 책의 내용을 하나하나 살펴볼 요량이나 책을 한 번 더 읽으면서 눈여겨본 부분을 먼저 소개해본다.

 

 

 

 

서양에는 법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는다.”라는 격언이 있습니다. 자신의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되었다면 다른 사람이 알아주기를 바라지 말고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권리를 찾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부당하고 억울한 상황은 누구나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억울한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고, 더 나아가 자신의 권리를 찾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 4~5쪽, 지은이의 말 중에서

 

지은이의 말은 책의 앞부분에 있었다. 다시 읽는데도 경각심이 생기는 이 인용구 중에 부당하고 억울한 상황이 바로 내 일이라면 얼마나 조마조마할까. 하지만 우리는 이 책과 함께 그런 상황에서 제대로 대처하는 법을 알아보면 된다. 개개인이 처한 상황이 다르므로 주제에 맞춰서 공통적으로 알려주는 편이라 적확하게 해결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적어도 일을 해결해나가기에 앞서 어떤 초기 대응이 알맞은지 알아볼 수 있다. 앞으로 제시될 [허변의 모르면 호구 되는 최소한의 법률상식] 책의 파트는 총 여섯 가지이다.

 

첫 번째 파트는 월급쟁이(직장인)에게 필요한 법률상식이다. 책은 무려 생존 법률상식이라고 표기했다. 그만큼 중요한 근로계약서, 유급휴가, 퇴직금, 부당해고 그리고 성추행과 괴롭힘 중 가장 먼저 등장하는 '근로계약서'는 5인 이상 사업장과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시간을 잘 비교해야 한다. '근로기준법'에 1일 8시간, 1주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는 사업장은 5인 이상일 경우이다. 연장근로, 야간근로, 휴일근로에 가산임금 50%가 적용되지 않는 사업장은 5인 미만이다. 누구든 알 법한 사항이지만, 근로계약서를 꼼꼼하게 읽지 않았다면 잘 모를 근로 기준에 대한 내용은 반가웠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근로 기간은 1년을 초과할 수 없다고 한다. 독자가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근로계약서 예시가 있었다. 예시에서는 3년이 표기되었고 이는 잘못되었으나 해당 직장인에게는 3년의 고용 보장 기간이 주어졌으므로 긍정적이라 한다.

 

법률이라는 딱딱함을 탈피하고자 어려운 내용을 쉽게 풀어썼으며,

책 디자인도 깔끔해서 소제목과 중요한 부분들이 눈에 잘 띈다. (아이콘들이 귀엽다!)

 

 

입사한 지 1년 미만이라도 유급휴가는 받을 수 있었다. 2018년에 법 개정으로, 1달을 개근했다면 다음달에 유급휴가 하루가 생기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조심해야 할 부분도 있다. 이직을 했고, 전 직장에서 월급과 퇴직금을 다 받고 나오지 못했다면 이를 3년 안에 받아내야 한다는 점이 그렇다. 소멸시효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어이 없는 '꼼수'를 막으려면 위의 인용구에서 언급한 대로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 압류나 가압류, 가처분, 소송, 지급명령신청을 하면 소멸시효가 중단된다고 한다. 잘 알고 있는 내용보다 모르다가 알게된 내용이 인상 깊기 때문에 리뷰를 적으면서, 너무 극적으로 소개하는 듯한데 앞장을 슬금슬금 넘겨보면 '내용증명'을 적는 법이 나온다. 보통 고용주가 월급을 주지 않으면 내용증명으로 심리적 압박을 가한 후, 효과가 없다면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해고의 경우, 해고 사유와 해고 시기를 근로자에게 서면으로 알려야 한다. 회사 내 성추행이나 괴롭힘 시에는 목격자 확보와 같은 증거를 최대한 모으고 일관된 진술과 단호한 대처가 중요하다.

 

두 번째는, 궁금했던 층간 소음이 등장했다! 우선 소음 측정기를 구입하거나 국가소음정보시스템 사이트에 소음 측정을 의뢰하여 '공동주택의 바닥 충격음은 58dB 이하, 중량 충격음은 50dB 이하'라는 기준에 충족하는지 알아야 한다. 당연히 기준 데시벨 이상이라면 위층과 해결하거나 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 등으로 조정 절차를 진행한다. 건설사에 하자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책에 등장한 예시(일정 면적 이상 바닥 뜯기)를 보면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억울하게 참고 살지 말고 해결할 의지만 있다면 하자를 찾을 수 있다는 지은이의 말이 용기를 북돋아주는 듯하다. 이 파트에서 누수와 이중주차의 과실 여부도 알 수 있었고, 층간 소음과 더불어 궁금했던 교통사고 대처법에 목격자 연락처 받기, 합의서 예시, 현장 보존과 초기 진술, 손해 배상 청구 등 체크할 사항이 많았다.

 

 '법률상식 핵심 포인트'는 마무리마다 소개되는데(보통 1번에서 3번까지 적혀 있다),

글 내용을 한눈에 정리할 때 많은 도움이 된다.

 

 

세 번째는, 소송 노하우이다. 소장 제출 양식 다음으로 민사소송 과정, 강제집행 절차가 등장한다. 셀프 소송을 하는 경우는 대법원의 '나홀로 소송' 사이트 등을 참고하면 된다. 이 다음 부분이 바로 녹음에 대한 것인데, 지은이의 핵심을 콕 집는 말솜씨가 녹음의 중요성을 단박에 깨우치게 한다.

 

스스로를 지키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첫 번째도 녹음, 두 번째도 녹음입니다. 핵심 증거가 담긴 녹음파일은 다른 모든 증거를 압살할 만큼의 파괴력을 지닙니다. - 132

 

녹음은 단언컨대 현존하는 증거 수집방법 중 최고의 효과를 지녔다고 볼 수 있습니다. - 132

 

책을 다 읽고 보니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증거 확보하기이다. 그 어떤 경우에도 증거가 최대한 많이 필요하다. 계약서, 목격자 진술, 위의 층간 소음의 경우 소음 측정 결과, 교통 사고시 현장 사진 등 수많은 증거들 가운데 녹음이 중요한 이유는 녹음파일로 재판의 결과가 뒤바뀌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단 내 목소리가 함께 녹음되어야 하고, 녹음기기가 설치된 CCTV는 불법이다. 또한, 일부만 녹음되어 판단이 불분명한 경우 증거 인정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다음으로  의식의 흐름이 아닌 '시간 순서대로' 고소장 작성하기, 고소를 당했다면 정보공개신청으로 고소장을 확보하기, 협의이혼과 이혼소송 마지막으로 의료사고에 대처하는 법이 제시된다. 특히 증거 확보를 위해 진료 단계부터 의무기록과 진료기록을 모두 미리 챙겨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일부러 진료기록을 늦게 적는 경우가 있어 병원에 유리하게끔 조작하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놀라움의 연속이다. 허점이 있기에 조작할 수 있고, 그렇게 한쪽이 고스란히 피해입을 수 있는 부분이 적지 않다. 그래서 이를 사전에 방지하고 조심하라고 알려주는 책에 고마울 따름이다.

 

네 번째는, 내 권리 지키기이다. 1인 방송과 SNS 활동이 나날이 늘어나면서 저작권 침해, 초상권 침해, 사이버 명예훼손이 빈번하다. 저작권과 초상권은 정당한 인용과 동의가 없다면 침해로 볼 수 있다. 단, 공공장소의 집회와 시위 사진을 촬영해 보도하는 언론사는 면책 대상이라고 한다. 사이버 명예훼손의 경우 확산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신속하게 대처해야 한다. 삭제나 반박 내용을 게재를 요청하기, 더 나아가 형사고소를 진행할 수 있다. 특히, 카톡에서 메신저 대화명을 특정인에 대한 욕으로 표기해도 처벌된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모욕죄 성립 여부까지 적혀 있다.

 

다섯 번째는, 내 지갑 지키기이다. 코로나19로 외출을 자제할 때도 인터넷쇼핑을 하다 보면 자주 보이는 문구가 '단순 변심 혹은 개봉으로 인한 환불 불가'이다. 특히 옷은 택(태그)을 제거하면 절대 교환이나 환불이 불가능하다고 많이 보곤 한다. 이번에 새로 알게된 사실은 제품을 받고 7일 이내라면 환불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태그가 제거되었어도 다시 팔기 어려울 정도로 옷의 가치가 하락하지 않았다면 규정과 상관 없이 환불이 가능하다. 소비자에게 불리한 내용은 법적 효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단, 구입할 때 직접 물건을 볼 수 없었던 인터넷쇼핑에 한해서다. 더불어 한국소비자원에서 전화 상담 및 피해구제 신청을 할 수 있는 절차도 소개된다. 다음으로 차용증 작성하기, 소액심판제도, 사기죄 성립 요건 중 '기망의 고의'여부, 마지막으로 카드 분실신고까지 알 수 있다. 며칠 전 야밤 독서 습관에 특이한 사항이라 남긴 적이 있었는데, 돈을 갚으려 해도 받지 않을시 공탁소에 돈을 맡기는 기발한 방법도 있다.

 

흥미진진한 '변호사 사용설명서'

세 번째로 책을 읽을 때는 이 부분만 모아서 따로 읽어보려고 한다.

 

 

여섯 번째는, 집 계약과 인테리어 분쟁이다. 이 책으로 가장 알고싶은 부분이 가장 마지막에 있었다. 계약서는 (당연히, 무조건) 꼼꼼하게 확인하기, 부동산과 관련된 공적인 서류는 직접 모두 일일이 떼는데 등기부등본,토지대장, 건축물대장등본, 토지이용계획확인원이 있다. 약 6페이지에 걸쳐 이들 서류를 확인하는 법을 알려주는데 매우 유용하다. 깜짝 놀랐는데, 등기부등본의 내용을 100% 다 믿을 수 없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책에서 등기소가 등기 신청 내용을 직접 현장에 나가서 일일이 확인하지 않아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한다. 다음으로 대항력을 유지하기 위한 전입신고와, 월세 세입자를 위한 팁, 최대한으로 꼼꼼하게 작성해야 하는 인테리어 계약서까지 적혀 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은 분들이라면 단연 소개할 '변호사 사용설명서'가 남아 있다. 각 파트에 하나씩 총 여섯 꼭지로, 누구나 궁금하지만 속 편하게 알 수 없었던 변호사 세계를 볼 기회가 생겼다. 소송을 준비할 때 어떤 변호사가 좋은지 아니면 피해야 하는지, 보수는 어떠한지, 언제 변호사가 필요한지, 의뢰인이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무조건 패소하는 행동들은 무엇인지가 있다. 그중 법원에 가면 자주 들리지만 평소에는 들을 기회가 많지 않았던 기초적인 법률 용어(민사사건, 형사사건, 신청사건)를 짚어주는 부분은 섬세하다고 생각한다. 지은이의 직업 특성상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팁들이 남달리 전문적으로 읽힌다.

 

사건 해결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변호사와 첫 상담을 할 때입니다. 가져올 수 있는 모든 서류를 가져와야 변호사가 열심히 검토한 뒤 비로소 소송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 필요 없는 서류는 없습니다. 모든 서류가 소송에 다 도움이 됩니다. 뭐가 중요한지 잘 모르겠다면 일단 다 가져갑시다. - 108쪽

우리에게 필요한 변호사는 냉철하게 허점을 짚어 쓴소리를 골라 하는 변호사입니다. 승소를 위해선 사전에 의뢰인의 주장을 반박하고 허점을 파고 들어 "그래서?"라고 되묻는 변호사가 필요합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당신의 주장을 논박해 승리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 254쪽

 

 출판사 원앤원북스의 '최소한의~상식'시리즈가 더 있었다.

 

 

책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증거 확보'이고, 실생활에서 맞닥뜨리는 난처하고 답답한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는 법'을 일목요연하게 그러면서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서술하고 있다. 일례로 고소장 작성 부분에서, 원고와 피고라는 용어보다 자신과 상대방으로 해석하여 책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면서 A라는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떤 식으로 해결해가면 좋을지 초기 대응부터 (어떤 경우는 마무리까지) 전체적인 과정을 일러주는 책이다. 보다 전문적인 상담은 변호사를 직접 만나는 것이 좋겠지만, 적어도 내 선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차근차근 알려주다 보니 곁에 두면 유용하고 고마울 책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베이컨의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문구를 리뷰에 실었다. 베이컨의 앎이란 인간이 자연을 파악하는 것이고 이로 말미암아 그만큼의 힘(지배)을 가진다고 알고 있다. 이 책으로 법률 상식을 모르던 내가 하나하나 배워가면서 지배보다는 이해와 적용의 힘을 키워보고싶다. 미래의 내가 아니면 곁의 누군가가 당혹스러운 상황에 처할 때 길잡이로 소개하며 알려줄 책과 함께 말이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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