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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 room of my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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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도 모른다. 내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살아왔는지.
이건 꽤 오랜 전의 일이라서 바래져가는 이야기.
 12년 전의 나는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는 그럴듯한 드라마같은 유년시절의 멋진 스토리가 있었기 때문은 절대 아니고,
누나와 함께 배우던 피아노가 콩밥보다 더 싫어져서 엄마와 협상 끝에 피아노 대신으로 선택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신이 났다. 정말 그리고 싶었고, 제대로 그리고 싶었고, 즐겁고, 욕심도 났고, 열두살의 어린이가 갖기엔 조숙한 허영도 있었고.
좋았다. 그림이 좋았다. 색이, 내가 만들어내는 사물의 형태가, 스케치북이라는 흰색 2차원 공간에서 새로운 세계가 탄생하는 게 신났다.
성격도 내성적이었고, 밖에 나가 동네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혼자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탐하는 게 좋았기 때문에 더욱 그 시간이 소중했을지도 모르겠다.


부끄럽지만, 보통의 남보다 재능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노력한 만큼 실력도 많이 늘었다.
 학원 원장 선생님의 비호도 있었고, 학교 대표로 사생대회에 나가서 상을 타기도 했다.
신이 났다. 엄마는 내가 어느 미술대회에서 입상하고 받은 상금으로 우리반 친구들에게 귤이랑 과자를 돌리기도 했다. 똑똑히 기억이 난다. 아주 행복했었던 날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내가 살아있다고 느끼게 만들어주는, 내 존재를 증명해주는 그림이 좋았다.


 그리고 열셋과 중학교 진학. 집에서는 나의 예술중학교 진학을 부담스러워 했다. 아버지께서 하시는 일이 마침 IMF가 터지는 바람에 힘들어지셨기 때문이다. 충분히 전해져 왔고, 나는 포기했다.
말 그대로 포기했다. 그 이후 미술시간에 붓은 잡았지만, ‘열심’으로 그림을 그리는 일 따위는 없었다.
갈림길에서 나는 보통 사람들이 가는 그 길을 따라 갔다. 하지만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스물 세살이 되기 전까지.


 


 


학 진학, 일본으로의 유학, 귀국, 그리고 군대.
현재 시각. 나는 전역까지 80일 남은 군인이다.
하루의 일과 시간은 예전과 다름이 없지만, 날을 세는 숫자가 줄어들수록 틈이 점점 벌어지기 시작하더니 그 공간속으로 여유가 헤집고 들어왔다.
여유. 그러나, 구속당한 여유에서는 갖가지 망상들이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그 어처구니없는 망상이 너무 싫었다. 시덥지 않는 것들이 사람을 미치게 만들어 버리고 있었다.
그걸 피하기 위해 읽기 시작한 책.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로 시작된 내 탐독 생활.
그리고 작년 7월에 ‘반 고흐, 영혼의 편지’라는 책이 드디어 내 마음에 불을 지피고야 말았다.



센트 반 고흐에게 반해 버리고, 동시대의 인상파 화가들을 좇기 시작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오르세 미술관 展과 시립미술관의 모네 展을 보러간 것을 시작으로 비엔나 박물관 미술사 展, 그리고 최근의 반 고흐 展까지 대형 전시회들을 쫓아 다녔다. 그리고 그 감동과 향기를 머금고 나도 감히 그림을 시작했다.
스물네살. 무슨 바람이 불었냐는 가족들의 놀림에도 아랑곳 않고, 십이년 만에 붓을 잡았다.
부끄럽지만 그래서 남들에게 보이기 수줍어하면서, ‘열심’히 그리고 있다.
그리고 첫 그림인 장미와 들국화가 있는 정물화를 4월이면 예쁜 아기가 태어날 큰 누이에게 선물을 했다.
기뻤다. 누나도 기뻐했고.
오랜만에 느껴보는 성취감과 뿌듯함이었다.
내 인생이 바뀌고 있고, 다시 신나고 있다.
가슴이 뜨거워지고 있고, 스물네살에 잊고 지내왔던 캔버스와 해후하고 다시 사랑에 빠져버렸다.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심장이 뛴다.


 


 


 


오늘을 사는 나에게 필요한 것은


 


 


 



풍경 수채화
| 미진사 | 2007년 08월


미진사 회화 책들이 마음에 들었다.


본격적으로 세계를 드러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


 


 


 


 


 



정물 수채화
| 미진사 | 2008년 01월


 


지금 그리고 있는 살구나무 꽃을 완성하는데 필요한 책이 될 것같다.


 


 


 


 


 


 



헬로루루 - Nylon Accessories Pouch (Burgundy)
| | 2007년 11월
 


노트북만 넣으라는 법은 없지.


내 미술도구는 이곳에 휴대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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