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 열국지를 97년 대학교 도서관에서 처음 접한 뒤 나는 이책의 매력에 쏙 빠져버렸다.

흔히들 삼국지, 수호지, 서유기, 홍루몽을 중국 4대기서라고 추켜세우지만 정작 우리는 중국 역사상의

가장 혼란했던 시기인 춘추전국시대의 중요성을 잃어 버린 듯 하다.

 

내가 즐겨읽은 동주열국지는 풍몽룡이 쓰고 김구용님이 번역한 12권짜리다. 원래 이책은 10권짜리

였으나 새로이 판본을 내면서 12권으로 늘려서 다시 출판했다. 주요 내용은 주나라가 동쪽으로 천도를

한 뒤부터 천자의 나라인 주나라의 권세가 약화되면서 열국들의 서로 전쟁을 일삼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전쟁만 일삼는 것이 아니라 그속을 드려다보면 온갖 지혜와 모략, 철학, 병법들이 담겨있는 아주 소중하고 중요한 책이다. 사실 중국에서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열국지이다. 아무래도 제후국

들이 서로 물고 뜯고 전쟁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보니 정책적으로 권장을 하지 않는 듯하다. 하지만 이

시기가 중요한 것은 중국의 사상, 아니 더 나아가 동양사상의 뿌리가 이 춘추전국시대에서 모두 정립되

었다는 것이다. 이 속에는 공자, 묵자, 노자, 장자, 손자, 한비자, 상앙 등 중국의 내로라 하는 사상가들의

이야기가 집대성되어 있다. 그럼 열국지는 무엇인가? 이책은 풍몽룡이 사기, 춘추, 전국책 등에서 자료를

모아 춘추전국시대의 이야기를 각 나라별로 모아 구성한 책이다. 참으로 중국사람들은 대단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위대한 동양사상을 정립하는 것도 대단하지만 후세 사람들은 그것을 정리해서 그 뜻을 이어 받들고 있는 것이다. 일전에 국무총리를 지냈던 고건총리도 열국지를 권했다고 한다. 잘 알려지지

않은 책이지만 기회가 되면 한번 읽어보길 권한다. 삼국지, 수호지, 서유기, 홍루몽, 초한지를 다 읽어

보았으나 열국지만한 책이 없다는 것을 여러분은 느끼실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삼국지에서 모략을 배운다고 하지만 그것은 너무 비약적인 주장이다. 삼국시대는 춘추

전국시대보다 훨씬 짧고 주로 제갈공명, 사마중달, 조조, 유비, 관우, 장비 등 몇몇의 주요 영웅을 중심

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물론 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도 적지 않지만 만약 여러분이 열국지를 읽어

본다면 열국지안에서 엄청난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사자성어의

대부분이 이미 춘추전국시대에 만들어졌다면 믿으시겠는가? 이 책을 보면 여러분은 적지않은 사자성어의

유래를 배울수 있고 인생을 살아가는 처세를 알수 있게 될 것이다. 당장 책을 사서 보시기 바란다. 본인은

이미 3번째 이책을 읽고 있는데 읽을 때마다 새로운 느낌이다. 아마도 죽을 때까지 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