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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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회 대회 심사평

작성일
2013.10.18


아이들의 글에서 기대하는 것은 어른들의 글에서 볼 수 없는 발랄한 생기와 솔직함, 엉뚱한(동시에 천재적인) 상상력 등이다. 여기에 자기만의 생각이나 느낌이 가미된다면 금상첨화라 할 수 있다. 이번 심사에서는 위의 요소들이 작품의 우열을 가리는 데 묵시적인 기준이 되었음을 밝힌다. 또한 대상감은 심사위원들이 뽑아서 대상이 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드러나는 경우(자체발광이라고 하나?)가 많은데 다행스럽게도 대상과 최우수상 등은 심사위원 사이에 이견이 거의 없었다. 독후감은 얼핏 좀 딱딱하고 제한적인 글 형식이지만 한 권의 책은 아이들의 느낌과 정서, 사고에 산소 같은 자극을 준다. 단순히 기록을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글로 표현하면서 인증샷을 찍듯 독서의 감동을 마음깊이 박아둘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한 가지 사족을 붙이자면, 나는 잘 쓴 독후감이란 다음과 같은 강박관념을 느낄 수 없는 글이라 생각한다. 첫째, 분량이 무조건 길어야 한다는 것. 둘째, 뭔가 깨달음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 셋째 다짐을 하듯 그 깨달음을 글 말미에 적어 넣어야 한다는 것. 다음해 응모할 아이들은 위의 세 가지 강박관념을 털어버리고 자유롭게 쓰기 바란다. 가장 잘 쓴 글은 독후감에 언급된 책을 빨리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글이다. 적어도 대상과 최우수상 두 편은 그런 마음이 들게 했다.

대상 작품은 김준*의 ‘짧은 시에 담긴 깊은 뜻’으로 뽑았는데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를 읽고 쓴 작품이다. 우리의 한시를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하면서 동시에 감상을 안내하는 책인데 한시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 그림과 한시를 연결지어 감상하려는 태도, 마침내 한시를 지어보는 일이 한 편의 동화처럼 전개되어 있다. 앞으로 종종 한시를 지어보기 바란다.

저학년 최우수상으로 뽑은 최벼*의 ‘꽃할머니 사랑해요’는 평화 그림책 중 하나인 <꽃할머니>를 읽고 쓴 글이다. <꽃할머니>는 그림책이지만 담고 있는 내용은 성인이 보아도 손색이 없는 수작이다. 3학년생 아이가 쓴 글로 보기 힘들 정도로 이 책이 전하는 내용, 당시 상황,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잘 기술되어 있다. 어른들만큼의 각성을 엿볼 수 있는 올바른 글이다.

고학년 최우수상은 <복제 인간 사냥꾼>을 읽고 쓴 이연*의 ‘복제인간을 반대한다’이다. 흥미로운 내용의 책을 선택한 것이 우선 돋보이고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들을 담담하고 솔직하게 잘 기술했다. 복제인간을 반대하는 까닭을 설명하면서 윤리성, 부조리함, 빈부격차 문제(부자들은 복제인간을 해서 더 오래 살고, 가난한 사람은 그런 기회를 누리지 못하므로 기술발달의 혜택을 볼 수 없는 점)를 잘 짚었다. 새로운 생각, 각성을 주는 책들을 아이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이외 수상하게 된 여러 작품 중에서 유치부 금상에 뽑힌 장용*의 ‘<내가 아빠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세요?>를 읽고’는 심사 위원들 모두에게 웃음을 이끌어냈다. 짧은 글이라 여기 전문을 옮기면 “나는 우리 아빠를 어린이집보다 더 사랑해요./우리 아빠는 집에 올 때 아이스크림을 사가지고 와요./그러면 나는 아빠가 나를 사랑하는지 알아요.”이다. 재미난 것은 책의 내용은 ‘아이가 아빠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느냐’인데 아이의 글에는 아빠의 사랑을 자신이 가늠해보는 내용이다. 사랑을 받고 사랑을 하는 것이 한 가지 일임을 느껴본다.

그밖에 2학년 금상인 ‘책 읽을 때의 단짝 친구’는 <보리 국어사전>을 읽고 나서 쓴 글이다. 국어사전이 독후감 대상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요즘 아이들이 국어사전을 점점 멀리하는 것을 생각한다면 ‘책 읽을 때의 단짝 친구’라고 살갑게 표현한 마음이 대견하고 예뻐서 심사위원 전원 합의로 뽑았다. 국어사전은 모든 책의 기본이며 독서는 국어사전과 함께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국어사전을 펼쳐놓고 손으로 하나하나 더듬으며 이 낱말 저 낱말 찾아보는 재미가 얼마나 그윽한지 아이들이 알기 바란다.     

‘책 읽을 때의 단짝 친구’처럼 독후감은 문학작품뿐 아니라 인문교양서와 자서전, 고전, 실화, 논픽션 책 등도 대상이 될 수 있다. 수상작으로 뽑은 독후감 중에는 <신도 버린 아이들>을 읽고 쓴 글도 있고 <어린이가 어린이를 돕는다>를 읽고 쓴 글도 있다. 아이들의 독서 취향이 다양해지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그만큼 우리 출판계와 작가들이 “살아가는 때의 단작 친구”로 단연 책을 꼽을 수 있도록 진심을 다해 책을 만들어야 함을 새삼 느꼈다.     


- 심사위원

김병규 (동화작가), 임정진 (동화작가), 채인선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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